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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꾸 돌아다니면서 밥 먹으면 텔레비전 끈다."
"너 자꾸 이 안 닦으면 이제부터 간식 안 준다."
"빨리 빨리 입어, 너 자꾸 이러면 엄마 혼자 간다."
"너 자꾸 누워서 먹으면 이제 밥 안 준다."
"너 자꾸 떼쓰면 이제 놀이동산 안 데리고 온다."

하루에도 아이에게 무수히 많은 협박(?)을 하며 산다, 내가. 말을 하면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이러지? 싶지만 어쨌든 그러면 하긴 하니까 유혹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박연철 글, 그림의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이야기다.

"너 자꾸 거짓말 하면 망태 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
"빨리 밥 먹지 않으면 망태 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

아이는 속상하다. 꽃병을 깬 것도 내가 아닌데 엄마는 거짓말이라 하고("엄마가 거짓말 하는 거 열 번도 넘게 봤어"), 밥보다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엄마는 빨리 밥을 먹으라고 한다("엄마가 밥 안 먹는 거 백 번도 넘게 봤어"). 안 그러면 망태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면서.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속 그림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속 그림 ⓒ 시공주니어

망태할아버지가 누군가. 엄마가 말했다. 망태할아버지는 '말 안 듣는 아이를 잡아다 혼을 내 준다'고. '우는 아이 입을 꿰매고, 떼쓰는 아이는 새장에 가두고, 밤 늦도록 잠 안 자는 아이는 올빼미로 만들어버린다'고.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을 잡아다,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아이로 만들어 돌려보낸다'고. 하얀색 동그라미 도장을 '꽝꽝' 찍어서. 난 망태할아버지가 무섭다, 정말.

"늦었으니 어서 네 방으로 가서 자라."
"엄마도 안 자잖아."
"엄마는 어른이잖아"
"그런 게 어디 있어?"
"너 망태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
"엄마, 미워"
"당장 네 방으로 가."

조금 늦게 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엄마도 날마다 늦게 자면서 나한테만 빨리 자래.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스르륵 스르륵 스르륵! 마, 망태할아버지인가? 아... 무서워. 

"너 잡으러 왔다." 
"어어... 엄마~"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표지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표지 ⓒ 시공주니어
그런데 잡혀가는 게 아이가 아니고 엄마네? 뭐지? "엄마" 소리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엄마. 꿈이었다. 아이는 아까 화내서 미안하다고 엄마에게 사과한다. 엄마는 그런 아이를 꼭 안으며 말한다. "엄마도 화내서 미안해."

'에이 뭐야... 너무 급 화해모드잖아?' 그런데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 엄마를 꼭 안고 있는 아이 표정이 당최 이해가 가질 않는다. 왜 저런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그림책을 다시 펼쳐보길 여러 번. 악, 도저히 모르겠다. 혹시 우리 큰아이는 알려나. 

"너, 이 책 봤어?"
"음... 본 것 같기도 하고... 왜? 한번 볼까?"
"응, 엄마는 마지막 이 그림이 잘 이해가 안 가더라구."

책을 '쓱' 보는가 싶더니, 아이 왈...

"엄마, 이 아이 엄마 등에 동그라미 하얀색 도장이 있잖아.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한 게 아닐까."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말 안 듣는 아이 잡아다 혼을 내주고, 우는 아이 입을 꿰매고, 밤 늦도록 잠 안 자는 아이를 올빼비로 만들어 버린다'는 망태할아버지. 아이만 잡아가는 게 아니었구나.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을 잡아다,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아이로 만들어 하얀색 동그라미 도장을 '꽝꽝' 찍어 돌려보낸다는 망태할아버지. 아이만 잡아가는 게 아니었구나. 망태할아버지에게 잡혀간 엄마가 아이 말 잘 들어주는 착한 엄마로 돌아온 거구나. 어쩌나. 나도 망태할아버지가 무섭다. 진짜루.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박연철 글.그림, 시공주니어(2007)


#그림책#다다#망태할아버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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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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