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이 글은 2015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2025년에 벌어질 변화에 대한 주요 티핑포인트(어떤 상품이나 아이디어가 마치 전염되는 것처럼 폭발적으로 번지는 순간)를 고려하여 상상해본 가상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기자말

2025년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느지막히 일어나, 지금은 남편과 살고있는 아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구X글래스를 쓰고 아들과 통화를 한다. 아들은 아빠와 놀이공원에 가고 있다고 한다(아들은 별도의 전화기가 필요 없다. 태어난 직후, 신경과 연결된 통화장치를 삽입해 두었다). 구X글래스로 공유형 자동차 시스템에 연결해 놀이공원까지 데려갈 차를 부르고는, 아들에게 줄 변신 로봇의 설계를 완구제작소에 보낸다. 

놀이공원으로 가는 길에 들르기로 했으니, 30분 정도면 아들만을 위한 유일한 터닝X카드가 만들어지게 된다. 놀랍다. 구X글래스를 벗어놓고, 통신장치와 인터넷 연결기능을 포함한 겉옷을 챙겨입고 자율 주행이 가능한 공유형 자동차에 올라탄다. 차량에 목적지를 알려주고는, 병원에 별 일이 없는지 환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나는 외과의사인데, 수술이 끝난 환자들에게 부착된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전 남편은 7년 전 병원에서 만났다. 간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로 입원했는데, 인공 장기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 간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생명공학 면에서는 여전히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토론이 진행되고 있지만,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것을 제외하고 장기 재생에 대한 부분은 일정 수준 허용된 상태이다). 지금도 병원에서는 그의 간에 삽입된 센서들을 통해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혼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의 건강 상태를 매일 확인해 데이터를 로봇 약사에게 보낸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처방약을 보내주고 있다. 

그 사이 자율주행된 공유차량이 완구 제작업체에 도착했다. 아들만을 위해 내가 디자인한 장난감이 만들어졌다. 최근의 생산은 기존의 공장형 대량생산에서, 소비자 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소량 주문생산으로 변화되었다. 3D 프린팅에 기반한 생산 기술로 실제 자동차까지 생산할 수 있어서, 지금도 길에는 기상천외한 형상의 자동차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소유물보다는 사회의 간접 자본으로 인식되어 필요에 따라 공유하는 것으로 변화한 지 오래다. 

갑자기 모르는 채널에서 메시지가 들어왔다. 다음달이 국회의원 선거인데, 정부가 독점하여 사용료를 받고 있는 인공지능 메인 프로그램에 대한 경쟁체제 도입이 주요 이슈다. 아무래도 인공지능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 부족해진 세수를 인공지능 메인 프로그램의 사용료를 통해 충당하고 있는데 경쟁체제 도입이라니, 말도 안돼! 바로 10년 전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서 얻은 결론인데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아들은 가상현실을 통해 신나게 화성을 탐사하고 있는 중이다. 아들의 생체 삽입형 통신 장치가 전해주는 정보를 통해, 지금 얼마나 즐거워 하고 있는지가 나에게까지 전해진다.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하는 바람에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이다(이제 다섯 살인 아들은 집에서 돌봄보육을 받는 중인데, 정부의 보육 프로그램은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여러가지 방식으로 변화하여 지원된다).

아들의 화성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 오랜만에 만난 전 남편의 소식을 듣는다. 그는 대기업의 법률대리인으로 일했는데 최근 인공지능이 대리인으로 대체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의 실업수당과 기본 소득으로 몇 달은 문제가 없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텐데 이미 인공지능이 법률대리인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는 상태라 쉽지 않은 모양이다. 건투를 빈다! 아, 새로 만나는 여자친구가 고고학자라고 하는데, 어릴적 보았던 툼레이더의 여주인공이 떠올랐다. 게다가, 고고학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 아닌가? 

아들이 화성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그놈만을 위해 만든 유일한 장난감을 전해 주었더니 너무 좋아한다. 다행이다. 게다가, 그 장난감의 운전은 아들놈을 꼭 닮은 소형 로봇이 하고 있거든! 잠깐 그들과 함께 있자니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다. 나도 데이트 하러 가야지! 얼마전부터 페이X북을 통해 만나기 시작한 친구가 놀이공원 밖에 기다리고 있단다. 다들, 좋은 하루!

위에서 예상한 기술들은 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의 최신작 <제4차 산업혁명>(새로운현재)에서 2025년이면 적용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들을 근거로, 최근 그 중요성이 급격하게 대두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이후의 하루를 그려본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 새로운현재
2025년이면 앞으로 9년남짓 남은 시간인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과거 200년 동안 진행된 세 번의 산업혁명이 점차 가속도가 붙어서 진행된 데다가, 미래학 전문가들이 투표를 통해 위의 기술들이 상용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하니 완전히 허황된 것만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의 현실에서 저러한 변화를 '현명하게'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인류의 역사는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계화를 통한 1차 산업혁명(1784년 이후)과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을 통한 2차 산업혁명(1870년 이후)을 거쳐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화와 자동화에 의한 3차 산업혁명(1969년 이후)을 거쳐왔다.

게다가 2010년 이후의 산업계는 AI와 같은 최첨단 기술에 의한 융합을 통한 혁명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다보스 포럼의 키워드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것이었다. 과연 우리가 조만간 맞닥뜨리게 될 사회는 어떤 모습을 지니게 될까? 앞에서 예상한 것처럼 긍정적인 모습만을 지니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상되는 수많은 부정적인 위험에 대해 사회가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사결정 시 칸막이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점들이 상호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되는 사안들에 대처할 때 요구되는 이해력은 포용적 접근을 통해 생긴다. 다양한 생태계를 통합하고, 각 분야에 정통한 지식인은 물론 공공분야와 민간분야를 아울러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는, 협력적이고 유연한 구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 p259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지나게 되면, 우리는 점점 더 바빠지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온전히 개인의 삶을 살아가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때, (책에서도 소개된) 여행가 피코 아이어의 말이 아득하게 들리는 것은 이미 되돌리지 못할 날들에 대한 아쉬움이겠지? 부디, 지금의 놀라운 변화가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사회 집단의 현명한 '협동'을 기대한다.

"가속화의 시대에는 느리게 가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집중을 방해하는 일이 많아진 시대에서 집중하는 것만큼 사치스러운 것은 없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세상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큼 시급한 일도 없다."

덧붙이는 글 |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지음/송경진옮김 새로운현재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지음, 송경진 옮김, 새로운현재(2016)


#오늘날의 책읽기#제4차 산업혁명#인공지능#사회 양극화의 해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