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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해직 언론인들의 언론 자유 투쟁기를 담은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초정되어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EBS <지식체널e>의 연출자이기도 했고 현재는 한국 예술 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로 있는 김진혁 PD의 작품인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지난 2008년 YTN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낙하산 사장'이 되면서 시작된 이야기다. 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선 언론인들의 투쟁기다.

당사자인 YTN 해직기자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을지 궁금하여 지난 3일 서울 목동에 위치한 방송회관에서 조승호 YTN 해직기자를 만나 소감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조 해직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그 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했을 것"

 조승호 YTN 해직기자
조승호 YTN 해직기자 ⓒ 이영광

- 지난달 30일 김진혁 PD의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잖아요.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해직자들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 느낌이 똑같았을 거예요. 옛날 생각도 나고, 감회도 새롭지만, 동시에 '저런 일이 있었고 우리가 저렇게 열심히 했나'는 등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았어요.

저희 스스로도 조금씩 잊어가고 있는 것을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겨준 김진혁 PD가 고마웠습니다. 국민들도 저 영화를 보고 저희가 한 일을 기억해 주셔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고마움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지난해에는 YTN에서 보셨는데 그 때하고 이번하고 차이도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YTN 조합원들 모여서 YTN 부분만 봤었죠.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해직자 중에 권석재, 정유신 기자가 울고, 조합원들도 울고, 눈물바다가 됐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MBC 부분도 포함됐고, 관객들도 조합원들보다는 객관적인 분들이니 지난해처럼 감정적이고 격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고 다들 차분하게 봤습니다." 

-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같은 선택을 하실 건가요?
"저는 언론인이 된 이상은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정하게 방송하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언론인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낙하산 사장을 막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의 주장이 당연히 받아들여질 줄 알았어요. 그게 상식이고 순리니까요. 이런 불이익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해결이 안 되고, 해직까지 된다는 걸 알았더라도 언론인인 이상 똑같이 했을 겁니다."

-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인가요?
"언론이 공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자'는 것만큼 당위적인 것 아닌가요? 세월호 참사 때 승무원 중에 끝까지 승객들을 구하려다 숨진 분들도 있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도 있었잖아요.

어느 날 딸이 제게 '아빠, 만약 내가 세월호 승무원이라면 탈출하기를 바라? 끝까지 남아있기를 바라?'라고 묻더라고요. 잠깐 고민하다 '나는 네가 승무원이라면 끝까지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너가 그런 위험에 처하기를 바라지 않지만, 그래도 승무원이 됐다면 끝까지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답했어요.

저는 제 딸을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직업이나 위치에서 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기본적인 의무는 저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YTN 언론인들이 그렇게 한 힘이 대단하다거나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자기가 맡은 기본만 하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거로 생각합니다."

 - 관객과의 대화도 참여하셨는데 분위기는 어땠어요?
"당초 30분이 예정돼 있었는데 시간을 많이 넘겼다고 하더군요. 어느 영화 관계자가 '관객과의 대화가 그렇게 오랜 시간 진지하게 진행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희가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신다고 생각하니 감사했습니다. 언론이 공정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이 저희들에게 사명을 부여한 것인데, 저런 분들 덕분에 우리가 이런 일을 한 보람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 영화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요?
"오랜 기간의 투쟁기를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 김진혁 PD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기대가 컸지만, 설사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그 어려운 작업에 나서준 것만 해도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 방대한 분량을 줄이고 구성하는 것이 대단한 작업이라서 감탄했습니다."

- 예전 생각도 많이 났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저희끼리도 '저런 일도 있었나? 언제 적 일이지?'라고 했어요.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화면에는 제가 나오는데 제가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래서 '경험의 기억보다 기록이 더 중요하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김진혁 PD가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로 조 기자를 꼽으셨더라고요.
"저는 노종면, 현덕수씨처럼 두드러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양심적으로 평가하건대, 해직된 6명 중에 성격은 1, 2위라고 생각하지만 미모 순으로 6등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직당해도 저렇게 잘생긴 사람들하고 함께 해직당하니까 사진 같이 찍는 것도 싫을 때가 있습니다.

노종면, 현덕수씨가 저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했고, 더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조직이나 리더가 있지만, 리더만 있어서는 일이 안 되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더와 동참하는 사람이 같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리더 감은 안 되고, 대신 동참하는 사람 중에서는 가장 열심히 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김진혁 PD가 제게 애착이 간다고 그러니까 고마우면서도 부담이 됩니다. 리더가 아니지만, 열심히 했다는 차원에서 김 PD가 저의 역할을 크게 평가해 주신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회사의 반성 없이는 복직 의미 없다"

 이영광 시민기자와 인터뷰 중인 조승호 YTN 해직기자(오른쪽)
이영광 시민기자와 인터뷰 중인 조승호 YTN 해직기자(오른쪽) ⓒ 이영광

- 저는 인상 깊은 장면이 마지막에 "그냥 복직하는 건 의미가 없고 하던 일을 다시 하는 게 의미 있다"는 말씀이에요. 순간 울컥하던데...
"이근행 전 MBC 노조 위원장이 해직됐다가 복직됐는데 형식이 재입사도 아니고 복직도 아니고 모호하게 특별 채용 됐다고 회사가 통보했잖아요. 그때 복직과 재입사의 차이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관련기사: 이근행 전 PD, MBC 복직 아니라 '특별채용'?)

복직은 회사가 해고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그 기간의 피해를 보상한 뒤 다시 회사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입사는 해고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직 기간에 대한 보상도 없이 어느 날 회사가 선처하는 것처럼 받아주는 것입니다. 만약 회사가 저희에게 재입사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모든 해직자가 고민했을 겁니다.

이근행 전 위원장이 회사로 돌아간 직후 어느 날 집에 들어갔는데, 당시 중학생이던 아들이 엄마와 얘기하다가 저를 보고 '아빠는 회사에서 이근행 아저씨처럼 회사 들어오라 하면 들어갈 거냐고 묻더라고요. 집사람은 어떻게든 회사 다시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YTN 동료 중에도 형식이야 어떻든 빨리 회사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 아들에게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아들이 '나는 아빠가 그런 식으로는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도 그런 생각이라고 얘기하니까 아들이 반색했습니다. 집사람은 옆에서 '부자가 다 꼴통이네!' 하며 한숨을 푹 쉬었죠.

복직이라는 게 단지 다시 직업이 생기는 것의 의미만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저희가 했던 주장이 정당했고 해직이 부당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나아가 회사가 이를 시인하고 사과하고, 그것이 전제된 상황에서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단순히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이 3명의 몸이 회사 밖에 있다가 회사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뿐이라면 대한민국의 많은 실업자 가운데 3명을 구제해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아닐 것입니다.

YTN 조합원들의 주장이 정당했고, 응원해주신 국민들의 지지가 옮았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단순히 너희들 한 번 봐줄 테니까 들어오라는 형식이라면 아마 제가 먼저 거부할 것입니다."

- 지난주 이진숙 대전 MBC 사장이 한 강연에서 '한국 언론은 정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을 했는데,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진숙씨도 언론인 출신이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봐요. 그래서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중동이나 종편 보도를 보고 어버이연합은 보도 잘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딱 그겁니다. 그 시각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겠죠.

이진숙씨는 언론인들 가운데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분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대한민국 언론 자유 수준이 높다고 하는 것은 그분의 기준일 뿐이죠. 국민 대다수의 생각은 다를 것입니다. 다수 국민들이 동의한다면 왜 지금 MBC 보도가 그토록 많은 비판을 받고 있겠습니까? 예전에 존경하던 선배가 저렇게 바뀐 것에 가슴이 아픕니다."

 -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정국이 만들어져서 언론이 달라지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는데 현재의 한국 언론 상황 어떻게 보세요?
"흔히들 그렇게 얘기하는데, 그런 부분이 분명히 영향이 있겠죠.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 청문회도 열릴 수 있을 거고요. YTN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데 다 밝혀지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정치 상황은 하나의 변수일 뿐이지 어디까지나 언론인 스스로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의 속성은 언론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 언론은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인들이 스스로의 의무를 방기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 지난해 대법원의 해고 무효 판정으로 복직했던 이상호 MBC 기자가 거듭된 징계 끝에  결국 사표를 냈습니다.
"해직자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해직자보다 더 힘든 사람은 회사에 남아있는 동료들일 겁니다. 해직됐다 복직한 동료들까지 포함해서요. YTN도 복직한 동료들이 곧바로 중징계를 당했지 않습니까? 해직자는 몸만 밖에 있으면 되지만, 안에 있는 동료들은 오늘도 회사와 부대끼며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이상호 기자 결국 사표를 낸 것도 그런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해직이 부당하다고 결론이 났다면 회사는 미안해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이것이 상식이고 순리입니다. 그렇지만 YTN이나 MBC 모두 사과 대신 중징계로 화답했습니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의아해하는 의혹을 풀어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데, MBC는 그런 역할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상호 기자가 그 역할을 하려는 것을 방해하고 있잖아요. 얼마나 어렵게 복직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기에 이상호 기자가 사표 낸 것이 마음 아픕니다. 그렇지만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비록 MBC 바깥이지만 이상호 기자가 언론인 본연의 역할을 잘하기를 바랍니다. 또 충분히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어디를 가도 있더라고요. 대한민국 언론지형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구나 생각이 듭니다. <오마이뉴스>의 힘이죠. <오마이뉴스>가 이런 부분을 최대한 활용해서 제도권 언론이 미처 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취재를 해서 알려주시면 정말 척박한 미디어 환경에서 희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응원하는 독자들이 많이 있어서 가능할 거라고 믿습니다."


#조승호#YTN#7년 - 그들이 없는 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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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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