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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가 법제화된지 13년이 흘렀다. 법제화는 긴 시간, 싸움의 결과로 이루어진 성과입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가 법제화된지 13년이 흘렀다. 법제화는 긴 시간, 싸움의 결과로 이루어진 성과입니다. ⓒ 일과건강

근골격계질환, 직업병 인정... 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 결과

한국에서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이 직업병으로 인정된 것은 지난 1986년에 방송국에 근무하는 타이피스트가 처음이었고, 1990년대 들어서서야 직업병으로 인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건강권 확보를 위한 노동조합의 끊임없는 요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1995년 당시에는 굉장히 낯선 직업병이었던 근골격계질환은, 수백 명의 한국통신 전화번호안내 작업자들이 하얀 소복을 입고 '근골격계질환 직업병 인정과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과 시위를 벌인 결과, 총 345명이 집단으로 직업병이 인정된 한국 최초의 사례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휴게시간이 늘어나고, 작업환경도 개선되었습니다.

1999년에는 현대정공(현 현대자동차 5공장)에서 제조업 최로로 근골격계질환 집단요양 신청을 했습니다.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작업강도가 강해졌고, 그 결과 작업자들의 육체적인 부담 정도가 증가했으며, 근골격계질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00년 현대정공 노동조합 주도로,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71개 평가 작업 중 156개 작업(91.2%)가 위험성 초과 작업장이었으며, 작업자 중 77.9%가 현재 작업에 대해 육체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질병의심자 300여 명 중, 누적외상성질환 확진자가 107명(72.2%)였으며, 1년 동안의 최소한의 경제적 손실비용만 7억 7천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금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집단요양 신청을 하면서, 2002년 11월 8일 정기국회에서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사업주의 예방의무 법안이 통과, 200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유해요인 조사 및 개선, 작업환경 개선 및 예방관리프로그램 시행, 통지 및 사후조치, 불이익금지'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근골격계질환 문제는 사측을,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의 결과로 얻어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권을 위해 구속과 해고를 겪어야 했습니다.

계속해서 증가하는 근골격계질환자

대한민국에서 근골격계질환자는 업무상 질병자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직업병입니다. 지난 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근골격계질환 조기 진단, 치료, 관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한 발표자는, 직장인의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은 3985만 일, 경제적 손실액은 약 4조 449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근골격계질환자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동부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을 받은 노동자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5년 2901명에서 2006년 6233명으로 증가한 것은 요통을 포함하는 통계기준의 변경에 의한 것일 뿐입니다. 문제는 실제 질환자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산재신청과 보상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서 생긴 결과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근골격계질환 발병률은 작업자 1000명당 약 3.7명, 영국은 약 7.6명꼴이지만, 한국은 고작 0.6명입니다.

진짜 발병률이 낮으면 좋겠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노동강도가 세기로, 노동시간이 길기로 유명합니다. 2014년 근골격계질환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 승인율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심의 대상 5742건 중 3106건(54.1%)만 산재승인을 받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반복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산재신청을 해도, 20%도 안되는 작업장에서만 현장 재해조사가 이루어지고, '나이가 들어서 발생한 퇴행성'이라며 불승인을 남발한 결과입니다.

2016년은 다섯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 정기조사가 시작되는 해입니다. 앞으로 2회에 걸쳐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제대로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리 : 한선미 (일과건강 미디어팀장)

덧붙이는 글 | 일과건강 웹진 242호에 실렸습니다.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노동환경건강연구소#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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