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뭉친 전체 임직원이 한국거래소 앞에서 자사의 '상장폐지'를 요구했다.
화학섬유노조와 현대페인트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 임직원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11시, 여의도 한국증권거래소 앞에서 '무자본 M&A와 투기자본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현대페인트(주)는 1960년 설립된 회사로써 89년 최초로 증권시장에 상장되었다. 노조에 따르면 이후 경영진은 금-외환-부동산 등의 각종 투기를 일삼고, 외형 불리기와 지급 보증에 힘을 썼다. 본업인 페인트 제조업을 등한시 한 결과는 1998년 부도로 나타났다.
주가조작으로 218억원 부당이익 남긴 전 대표 등 구속회생은 했지만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회사의 대주주는 몇 차례 바뀌었다. 바뀐 대주주들은 한결같이 자산매각 및 주식 시세차익을 이용해 수익을 남기고 팔기를 거듭했다.
단적인 예로 지난 11월, 회사의 전 대표와 현직 증권사 직원, 증권방송 진행자 등이 현대페인트 주가조작 혐의로 무더기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검찰은 218억의 차액을 남긴 것으로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임금을 반납하는가 하면, 사내 복지들을 후퇴시키는 등 자구노력을 거듭해왔다.
규탄발언에 나선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이 "상장이라는 제도를 악용하는 투기자본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화학섬유노조 임영국 사무처장은 "자본은 경영권이 고유의 권한이라 주장한다"고 운을 뗐다. 지금의 현대페인트(주) 상황을 환기시키고는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과 선량한 투자자들을 위해, 노조가 회사 고유권한이라 주장한 그 선을 넘겠다"고 밝혔다.
"공장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돼"화학섬유노조 나상대 지회장은 한국거래소를 향해 "자본시장의 투명화와 건전함을 위한 블록딜(Block Deal, 시간 외 대량매매) 관련 기획감시와 심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이어 "투기자본의 행동은 열심히 일한 노동자와 아무 정보도 없는 소액주주들의 미래를 갈취하는 야만"이라 규정하고, "공장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 된다"며 상장 폐지를 요구했다.
나 지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총파업'을 선언했다. 총파업은 "이미 노조원들에게 위임받았으며, 실행 계획은 곧 밝힐 것"이라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노조 및 임원 등 네 명의 대표는 한국거래소 측에 '상장폐지 청원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