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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출입기자 취재 시 홍보계 접수 후 취재 요청합니다."
"신안군 출입기자 취재 목적 외 사무실 출입 자제를 요청합니다."

취재 방해일까, 업무 방해를 막기 위한 최소 장치일까.

전남 신안군에서는 언론 취재 방침을 두고 논란 중이다. 신안군(군수 고길호)과 신안군공무원노조(위원장 기혁)는 지난달 20일 취재 창구 단일화와 취재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등록 언론사 209곳에 발송했다. 이를 두고 일부 기자들은 대책위를 구성하며 크게 반발했다.

현재 신안군 홍보부서에 등록된 기자는 100여 명이다. 군이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언론사는 이보다 많은 300곳에 달한다. 매달 지출하는 신문 구독료는 54개 신문 800부로 830여만 원에 달한다. 노조는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이 과다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홍보비가 과다하게 지출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안군 "홍보 부서 거쳐 취재해야"

 전남 신안군 양대 노조 이름으로 '출입기자의 취재목적 외 사무실 금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전남 신안군 양대 노조 이름으로 '출입기자의 취재목적 외 사무실 금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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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노조는 지난 11월 18일 언론사의 취재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 모든 언론은 홍보 부서를 거쳐 취재 하고 ▲ 취재 목적 외 기자의 사무실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취재 창구를 단일화 하면 각 부서는 자료 준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효율적인 취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중범죄 경력이 있는 언론인, 촌지를 요구하거나 취재를 빙자한 상습적인 행정정보공개 청구로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는 언론인은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언론 중재 위원회 정정보도 등을 처분 받은 언론사나 무분별한 광고비를 요구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이밖에 건전한 제안이나 홍보 또는 비판으로 군정 발전에 기여한 언론사는 광고 집행에서 우대 하고, 언론인 신안 사진 전시회나 지역 발전을 위한 특집 기사 공모 등에서도 인센티브 부여 등을 요청했다. 또 노조가 신문 구독료 과대지출을 막기 위한 신문 구독 수요 재조사를 진행하기로 군과 합의했다고 알렸다.

노조는 성명서 발표배경에 대해 "취재 목적 외 사무실 방문에 따른 업무 저하를 최소화 할 개선안을 집행부에 강력히 요구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집행부(홍보계)와 재협의 후 언론인과 공무원이 상생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취재개선 방안에 합의 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는 신안군 공무원들의 근무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건전한 취재 활동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집행부는 신안군 출입 기자들의 취재 창구 단일화 방침에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 한다"고 밝혔다.

성명서 발표 이후 각 실과 사무실 문에는 '출입언론인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부착됐다. 취재목적 외 사무실 출입을 금지하고 취재 시 홍보계 접수하라는 내용이었다. 신안군 청사 인근에는 같은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또한 신안군에 등록된 209개 언론사 본사로 노조 성명서를 첨부한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노조와 신안군 측은 필요한 경우 이를 조례화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혁 신안군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일부 부서 계장들은 노조사무실로 피신오거나 전화도 안 받는 사례도 있다"며 "노조에서 이렇게라도 통제해주지 않으면 근무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무실을 방문하는 기자 10명 중 9 명은 취재 목적이 아니"라며 "취재를 공식 창구를 통해서만 한다면 비공식적으로 봉투가 오가는 걸 근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안군의  한 공무원은 "어떤 기자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큰 소리로 과장님에게 '야 ㅇㅇ야 이리 와 봐라'라고 말해 직원들이 놀란 적이 있다"며 "기자들의 출입제한 방침은 꼭 실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안군 홍보담당자는 홍보계 접수 후에 취재할 수 있다는 조치에 대해 "홍보계에서 취재를 허가해주는 것이 아니"라며 "미리 어떤 내용인지 전화를 해주면 홍보계에서 안내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등 최소한의 절차"라고 설명했다.

기자들 반발 "전체 기자 매도... 공식 사과 요구하겠다"

 전남 신안군은 홍보계에 등록된 209개 언론사 본사로 '취재목적 외 사무실 방문 금지'등의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고길호 신안군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 신안군은 홍보계에 등록된 209개 언론사 본사로 '취재목적 외 사무실 방문 금지'등의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고길호 신안군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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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출입기자들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대체로 과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A기자는 "모든 언론사 본사로 이 같은 공문을 보내면 본사 입장에서는 마치 자사 기자가 문제가 많다는 뜻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기자는 "사실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의심될 만한 행동을 한 기자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 노조가 오죽했으면 성명서를 발표했을까 싶지만, 출입기자 전부를 문제 많은 기자로 보는 이번 발표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C기자는 "이번 노조 발표는 언론인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라며 "특정 공무원에게 비리가 있다고 해서 모든 공무원 집단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민원실에서 만난 한 주민은 "물론 문제 있는 언론도 있겠지만, 사회단체 하나 없는 신안군에서 언론이라도 군을 견제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신안군의 이번 조치는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기자들은 지난 17일 한 자리에 모여 이번 조치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대책위를 꾸린 뒤 고길호 군수와 만나 공동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기자는 "소수의 기자가 출입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그 기자에게 출입제한을 요구하면 된다"며 "모든 기자를 문제 많은 기자로 만드는 것은 절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취재를 사전에 접수하는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언론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모인 기자들은 노조와 신안군이 언론사 209곳에 보낸 취재개선 협조 공문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노조 성명서를 신안군수 직인(기획홍보실장 전결)이 들어간 공문과 함께 보낸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고길호 군수는 지난 15일 기자들과의 면담 중 "취재개선 요청 공문을 언론사 본사 209곳에 발송한 것은 잘못 된 것이다, 사과공문을 발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군 홍보 담당자는 "노조 성명서 발표 이후 기자들 출입이 출어든 추세지만 신안군정 관련 보도횟수는 변화가 없다"며 "이번 발표가 기자들의 취재활동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안군 #신안군공무원노조#신안군 출입기자#고길호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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