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는 끝났다. 정부는 버린 지 오래다. "전 재경부 장관 박재완씨가 "막차탄 하우스 푸어들의 고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한 말은 신뢰를 줘야 할 정부가 사실상 무능력자였음을 자백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제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새정치를 꿈꿔온 많은 시민들이 좌절했을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높으신 분의 말과 티브이에서 한 말을 굳건히 믿는 어른들은 건재하다. 하지만 길을 못 찾은 젊은이들은 현실을 도피하고 있으며 세월호에는 아직도 사람이 물 속에 있다.
그러나 풀은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난다고 했던가! 영리한 우리 국민들은 이미 정치 상황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고 있다. 인문학 모임을 만들어 인간에 대한 바른 눈을 찾고, 온오프라인 카페 모임은 소외된 현실을 이겨내고 있으며, 개인 미디어로 막힌 언론을 뚫고 공동체 마을만들기로 이웃을 되찾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자립 경제의 길을 트고,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로 무너진 교육의 싹을 새로 틔우는가 하면, 행복을 찾아 떠나는 꿈틀버스를 타고 잃어버린 활력을 찾고, 역사교육 탐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정화 교과서의 미래에 대안을 찾고 있다. 설악산을 지키려는 오래된 환경 운동까지, 이 모두가 바랄 것 없는 정치 현실에서 스스로 길을 찾는 진짜 이 땅의 주인들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또 하나 찾은 큰 움직임이 있는데 바로 경제 공부로 대안을 찾는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시민공부방이다.
"자본주의에서 경제논리보다 강력한 설득은 없다. 시민들이 경제를 제대로 안다면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공제조합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6년 경제전망세미나에서 강의를 맡은 김광수경제연구소(KSERI)의 김광수 소장이 한 말이다.
김광수 소장은 지금의 현실에 대해, 언론은 국민을 상대로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퍼뜨리고 정부가 그에 맞춰 기만적인 정책을 편다 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판단할 수 없기에 여전히 정부와 정치인에게 기대게 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대다수 사람들은 정치 논리보다 경제 논리를 중요하게 여겨 투표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것이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시민공부방을 개설한 이유다. 경제를 잘 아는 시민들이 늘어나면 정확한 정보와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정치인의 참거짓을 판단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투표로 심판을 하면 정치가 바뀐다는 비전이다.
김 소장의 학자적 양심에서 시작한 시민공부방은 올해로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사실 많은 시민들이 시간을 내서 참여하기에는 힘든 점이 많았다. '경제'라는 용어가 일반 시민에게 만드는 벽도 그 어려움 중에 하나였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가 결정하자"그러나 작년 세월호 사건 이후,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젊은 10만 인재 양성을 내건 '이순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김 소장이 직접 전국 대도시를 순회하며 강연을 하고 뜻있는 시민들을 모아 시민공부방을 늘린 것이다. 그리고 올해 경제 강의 동영상을 직접 배포하여, 고급 경제지식을 직접 나누기로 했다. 뜻이 있는 시민들이 함께 나서고 꾸준한 강연을 통해 지금 포럼 회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섰고 시민공부방은 100여 개에 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정한 경쟁을 감독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세미나에서 만난 김광수 경제연구소장은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시민들은 그 자신에 찬 말에 웃음으로 답했지만 김 소장은 진지했다. 그리고 한 문장도 허투루 쓰지 않았으니 진심으로 믿고 가라고 강조했다. 만약 의심이 나면 언제든지 따지러 오라 했다. 지난 12일 전문건설공제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6년 경제 전망 세미나에서는 그들이 2016년 경제 전망을 바라보는 분석 근거와 결론에 대한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연구소 직원에 따르면 경제전망 세미나는 확실히 매해 참가자들이 늘고 있고 연령도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경제 세미나는 왠지 경제쪽 관료나 주식투자자, 은행직원, 공인중개사들 같은 관련 직업분들의 참여를 예측하기 쉬운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온 참가자와 부모님을 모시고 온 청년도 있었고 연인도 있었다. 등록금부터 가계대출에 사교육비, 건강보험, 저축, 펀드, 주식까지 경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을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돌아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경제 시스템은 정말로 진짜 금융이 무엇인지, 진짜 경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배울 수가 없다. 입시를 벗어난 대학은 취업기관으로 전락한 지 오래고, 사회로 진출해서 접한 노동자 세상은 저녁 있는 삶 자체가 호사였다.
첫 직장은 빚 갚기로 시작해야 하고, 첫 결혼은 빚 내서 집구하기로 시작한다. 신혼의 저녁은 외로운 날이 많고, 직장을 그만 두면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 자영업을 하면 얇아진 시민들의 지갑이 야속하기만 한데 이런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할 정부가 시민들의 지갑에서 더 빼어낼 궁리만 하고 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당하는 길 밖에 없는, 이 현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경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부는 축적되어 있다. 이것은 재화의 생산이 한계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나 혁신적인 기술이 살 길이었다. 그러나 당장 우리에게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저출산이다."2016년 경제전망세미나에서 내년 경제 흐름에 대해 확실한 것과 불확실한 것들에 대해 짚어 주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다시 강조했다.
"정치가 불안하면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많아져 경제 전망은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여기 오신 여러분들께서 정확한 정보와 흐름을 알고 싶으시다면 시민공부방에 참여하셔서 서로 친목도 다지고 공부도 하면서 우리의 앞날을 저 정치권에 맡기지 말고 시민 스스로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
시민공부방이 10년간 이어져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김 소장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전국에서 올라온 시민경제공부방 방장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경기 수원 방장님은 어떤 사고 소식이 들릴 때마다 저거 또 무슨 짓하려고 꾸미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시대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보는 게 습관이 되어 괴롭다고 했다.
일산공부방에 다니시는 분이 지금이 구한말 시대 같다고, 조만간 나라가 망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시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했다. 또 아침 공부방을 열고 계신 주부님은 공부방에 오시는 주부님들의 공통 주제는 확실히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하셨다. 인천에서 공부방을 여시는 주부님은 아이들 학교 돌아오면 힘들어도 저녁 때 무조건 나온다고 하셨다. 5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데, 사람들이 꾸준히 함께하기 위해 모여서 일본어도 배우고 서로 발표도 하면서 하다 보니 확실히 배우는 정도가 훨씬 빠르고 즐겁다고 하셨다.
그들이 오래도록 이 자발적 경제공부를 즐기는 건 자신이 경제흐름을 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걸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올해 초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이번 세미나에서 많은 공감을 느끼며 벅차 올랐다. 과거 해방기에 농촌으로 내려갔던 지식인들이 브나로드 운동에서 외쳤던 구호가 생각났다.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 답답한 정치와 현실에 이민갈 생각만 하지 말고 스스로 길을 찾는 이웃들과 어울려 스스로 길을 찾는 것이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경제 공부로 대안을 찾는 젊은이와 시민들에게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시민공부방을 강하게 권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정치들을 시작해보자고 제안해본다.
덧붙이는 글 | http://cafe.daum.net/kseri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