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글은 4년제 대학 졸업 후 4번 직장 옮긴 A씨의 사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기자 말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한 장면.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한 장면. ⓒ 반짝반짝영화사

"나 취업했어!"

그녀의 첫 직장은 대학병원의 계약직 비서 자리였다. 여느 청년들과 다름없이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첫 직장이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눈앞이 깜깜했던 걸 생각하면 자신은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맏이로 태어나 이제야 밥벌이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물론 연봉은 터무니없이 낮았지만.

"시켜만 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처음 접하는 병원 업무를 독학으로 익혀나갔다. 주변에서는 그런 그녀에게 '가제트'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교수님들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동료들과도 두터운 정을 쌓아갔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 켠에서는 불안감과 기대감이 함께 쌓여가고 있었다.

계약 만료 2년이 차고 있다는 불안감과 열심히 하면 정직원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동료들의 희망고문 사이에서 그녀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매순간 정열을 쏟았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직원인 동료들의 절반 수준으로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날, 그녀는 남몰래 새어나오는 눈물을 삼켰다.

시간은 흘러 2년이 지났고, 그녀의 희망고문은 끝내 절망이 됐다. 또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취업준비생이 된 것이다.

"이번엔 기필코 뼈를 묻겠습니다."

그녀의 두 번째 직장은 의료기기를 검사하는 기관이었다. 작은 중소기관이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전문대를 졸업했지만, 그래도 직장을 얻은 것에 감사했다. 동갑이었던 팀장의 까칠한 태도와 무례한 언행을 적응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차차 새로운 회사에 적응해갈 때쯤 그녀에게는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그러나 이번 행복도 오래가지 않았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던 그녀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 임금 체불이 시작된 것이다. 급기야 명예퇴직을 종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그녀는 두 번째 직장에서 반 년의 월급을 받고 튕겨져 나왔다. 그때, 사회는 더 얼음장이 되어 있었다.

선택한 적 없는 이직, 위기는 계속

"어디든 일할 수만 있다면..."

실업급여를 받으며 연명하던 그녀는 세 번째 직장을 구했다. 결혼자금 준비가 당장 급했기에 그녀의 눈높이는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 있었다. 그녀가 지원한 곳은 대기업에 딸려 있던 한 손해사정사. 반복되는 잦은 퇴사 탓에 신입을 뽑을 때부터 불신이 팽배해 보였다. 퇴사를 할지도 모르니 첫 3달간은 월급을 100%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입사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녀의 업무는 200%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을 빼면 집에 와서 씻고 자기 바빴다. 그야말로 노동 착취의 현장에 파묻힌 기분이었다. 체력적으로 몸이 버틸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실적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명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첫 직장에서 인연을 맺었던 교수님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더는... 다시는..."

그녀는 그렇게 네 번째 직장을 얻었다. 교수님의 전공을 담당하는 한 학회의 비서가 된 것이다. 첫 출근 날, 그녀는 동료들 모두가 유부녀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도 다닐 수 있는 분위기의 직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혼을 했고 내년 초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또 다시 어둠이 그녀 앞에 드리워지고 있다. 학회에서 주어지는 출산휴가는 단 3개월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발적으로 퇴사한 적이 없었던 그녀 앞에 또 다시 '퇴사'라는 두 글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결단코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 편집ㅣ최은경 기자



#퇴사#직장#출산휴가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