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 국회토론회 2015.12.13.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주관 토론회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 국회토론회2015.12.13.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주관 토론회 ⓒ 심영의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 주관의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정부의 대학정책을 평가한다'는 주제의 이번 토론회에는 정부, 특히 교육부의 대학평가의 문제점과 대안, 총장직선제와 관련한 대학의 자율과 민주주의의 현황, 강사법이 가지고 있는 독소조항과 대안, 비리사학과 사립대학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문제 등 오늘 우리 대학사회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토론했다. 이 토론회는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상임의장 한신대 송주명 교수)와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한신대 노중기 교수), 그리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영남대 임순광 강사)에 소속된 교수 100여 명이 참석했다.

맨 먼저 기조발제에 나선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발언은 필자를 비롯한 참석자들의 마음을 암울하게 했다. 그는 우리 대학사회는 이미 죽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까닭은 군부독재 시절에는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물리적 탄압에 맞선 의지와 담론이 있었으나, 김대중 정부 이후 자본권력이 장악한 오늘날 대학사회는 이미 자율과 민주주의를 실현할 주체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무기력에 빠졌으며 학생들은 전망을 상실한 채 완전히 탈정치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은 보수정부의 탓만이 아니라 안일하고 무책임한 교수 자신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논지였다. 자본에 길들여진 교수들은 대학사회의 구조적 모순들, 이를 테면 비정규교수(시간강사 등)와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에 눈감고 있으며,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일부 학생들은 졸업 후 기업에 취업할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독문학자답게 김누리 교수는 카프카의 <변신>을 비유로 들어 우리 대학사회의 죽음에 대해 개탄했는데,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 나오는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가 된 후에 무었을 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왜 내가 벌레가 되었는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고민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 지각할까봐 걱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처럼 우리 대학사회가 대학의 죽음에 대해 더욱 통렬한 반성과 책임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미래는 없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싸우지 않으면 해방이 가능하지 않다

정부가 대학의 총장직선제를 무력화하고자 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기업화된 대학일수록 학내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붕괴되고 자본의 이해가 극대화됨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대학을 이 글에서 직접 거명하기는 곤란하나 아무튼 많은 대학 특히 사립대학들에서 대학 자치는 요식행위로 변질되고 연구와 교육의 자율은 훼손되며 학문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마름'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정부 관료들은 이미 '자본의 마름'이 되어 있는 까닭에 총장직선제를 무력화하고자 하는 교육부의 시도를 저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김누리 교수의 진단이었다.

비리재단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까닭은 교육부 관료들이 퇴직 후 옮겨갈 직장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으로 사학과의 끈끈한 연계가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는 데 대해 참석자들은 개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총장직선제는 대학의 자율과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고, 부산대 고 고광현 교수의 죽음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조종에 대한 항의라는 것이 부산대 전 교수회 회장인 이병운 교수의 주장이었다.

'대학의 거너번스와 총장직선제'라는 주제발표를 한 부산대 이병운 교수는 그러나 총장직선제가 관철된다 하더라도 대학 내부의 관료적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즉 현재의 법과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대학의 자율과 민주적 지배는 형식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육부가 대학평가를 통해 교육재정을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학사회를 장악하는 현실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학평가는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언론이 하는 상황이고 그 주된 내용은 대학의 자율과 민주주의 지표란 아예 없는 대신 경쟁력 지수나 효율성 지수 등만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이 교수는 대학사회가 내부의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좀 더 큰 단결로, 좀 더 근본적인 싸움의 대열을 가다듬을 것을 제안했다.

강사법의 폐지와 대안 모색

그런데 사실 대학사회 내부는 간단하지가 않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이해가 다르고,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이해가 다르고, 대규모 사립대와 중소 규모 사립대의 이해가 다르다. 각각의 대학 내에서도 그 구성원의 측면에서 정년 트랙 교원과 비정년 트랙 계약직 교수, 전임교원과 겸임교수와 초빙교수와 산학연구교수와 시간강사 등 다양한 명칭의 비전임교수의 관심과 이해가 다양한 실정이다.

비전임교수들, 특히 시간강사들의 경우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오는 2016년 1월 1일 자로 시행 예정인 소위 '강사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두 차례 그 시행을 유예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두 차례나 시행이 유예된 까닭은 대학이나 비전임교원이나 각각 다른 이유로 그 법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까닭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나 교육부는 아무런 내용의 보완 없이 내년 1월에는 그대로 시행된다는 점이 가장 문제점이 된다.

강사법의 핵심은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의 차별을 없앤다는 것이고, 그것은 신분의 법적 지위 규정이다. 그런데 곧 시행하게 될 '강사법'에는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되,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한다는 규정과 채용을 공정하게 한다는 등의 별 의미 없는 문구의 나열만 있을 뿐, 그들에 대한 실제적인 고용안정과 신분보장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임순광 위원장의 진단이다. 대학에 시간강사들을 위한 재정지원은 전혀 없으면서 관련 법률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문제는, 대학에서 결국 기존의 시간강사들을 대량해고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런 현상은 이미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

가장 핵심적인 고민은 대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 모아졌다. 사립대학 곳곳의 비리재단의 문제, 총장 간선제와 대학평가에 의한 대학사회 길들이기, 약탈적 성과급 제도에 의한 교수사회의 경쟁체제 도입, 비전임교원에 대한 허울뿐인 교원 지위 부여 등의 대학사회의 문제들의 핵심에는 최종적으로 자본과 정부에 의한 대학사회의 장악에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 그리고 대오를 갖춰 효과적으로 싸워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이번 토론회의 의의라 할 수 있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과 관련하여 어떤 집단 혹은 세력이 대학을 장악하려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의외로 쉽게 찾아진다. 다시 말해 시장의 요구에 비판적인 대학에 대한 자본권력의 '이데올로기 전쟁'이 대학기업화 현상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 말은 다시 자본권력의 대학사회에 대한 지배 시도는 결국 시민사회의 민주적 욕망과 실천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거나 그러한 욕망을 시장논리에 흡수 시킴으로써 시민사회를 해체하고 민주주의를 형해화하려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인식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아가려는 노력은 더 많은 대학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헌신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의 교수와 강사들은 개인적 관심은 있을지 모르나 이러한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내가 기꺼이 감당하겠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린 부산대의 고 고현철 교수의 죽음은 묻혀 버렸다. 물론 이번 토론회를 시작하면서 참석자들은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그의 뜻을 이어가지고 다짐했지만, 그래서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들불처럼 번지기를 소망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대학사회가, 지식인들이 너무도 무뎌졌다.



#대학정책평가토론회#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대학이란 무엇인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