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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울해도 참는 대학생 조카에게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까.
억울해도 참는 대학생 조카에게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까. ⓒ pixabay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

"기뻐하는 마음은 좋은 약이다." - 잠언 17장 22절 중에서

약 밤 10시 30분쯤 기숙사에 도착해 보니 덕이는 룸메이트와 함께 방에 있었다. 혼자 있지 않고 함께 있어 주는 동무가 있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덕이에게는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노트북을 빌려 간 아이들의 방으로 가보니 덕이의 노트북을 켜놓은 채로 1학년 4명이 모여서 술을 마시는 중이었다. 대학 입학한 지 겨우 한 달 조금 지났는데, 그 시간에 비운 소주병만 7병이 되었다.

4명 모두 얼굴엔 붉게 술기운이 올라왔다. 난감했다. 그렇지 않아도 3시간 이상 운전하며 오는 내내 '이 학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에 신경이 쓰였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니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덕이 컴퓨터를 달라'고 하니까 순순히 내주었다. 그 방을 나왔다. 아니 들어가고 나오고도 없이 겨우 매트 2개와 책상을 놓을 정도인 공간에 매트 위에 2명씩 앉아있으니 나는 문 앞에서 받아서 덕이의 방으로 향하는데 가슴이 답답했다.

술에 벌겋게 취한 아이들, 순순히 노트북을 줬다

그렇지 않아도 기숙사에 들어올 때 밤 10시가 넘었으나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의아스러웠었다. 만약에 아무도 없는 줄을 알고 이 학생들이 술 파티를 한 것이라면, 기숙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를 수 있다는 게 걱정이 됐다. 한편으로 오늘 바로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쟤(덕)는 괴롭혀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못하게 하고 싶었으니까.

덕이의 방으로 돌아와 우리 셋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포츠학과'라서 그런지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2학년 선배가 1학년 체격 크고 힘 있어 보이는 후배들에게 1학년 중에 약해 보이는 동기들의 머리를 툭 치게 하거나 심부름을 시킨다는 것이었다. 덕이는 그나마 운동을 했으므로 어깨가 넓고 체격 조건이 건장해 보였으나 룸메이트가 운동한 것은 오로지 연예인 아버지 따라서 골프 치러 가끔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여리고 약해 보였다. 얼굴에 핏기도 없고.

덕이는 기숙사 가기 전에 나와 덕이의 작은 아빠 그리고 태권도 관장님은 덕이 스스로 보호할 수 있고 방어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지도했다. 그런데도 오늘날까지 덕이는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이 자기보다 어리거나 약해 보이더라도 한 번도 쥐어박은 적이 없으니 어쩌면 룸메이트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어쩌면 사람들은 대학 1학년씩이나 됐으니 그냥 두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픔을 경험해 본 사람에겐 그 아픔의 조짐을 느낄 때 이미 아프다.

이런 나의 심정을 알았던지 덕이가 한마디 해준다.

덕이 : "고모, 걱정 하지마."
고모 : "응? 걱정하지 말라고."
덕이 : "응."
고모 : "덕이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안심이 된다. 고마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덕이가 해주었다. 사실 꽤 고민이 되었다. 계속 이 학교에 다니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두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나는 계속 다니길 원하는데 덕이가 그만둔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또한 반대로 나는 그만두기를 원하는데 덕이가 계속 다닌다고 하면 어쩌나 등등.

룸메이트 :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요. 저희 엄마도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거든요."
고모 : "그러셨구나~. 무슨 일 있으면 바로바로 연락해야 한다."
룸메이트 : "예. 그래도 덕이한테는 심부름은 안 시켜요"
고모 : "심부름?"
룸메이트 : "밤에 학교 매점도 문 닫았을 때, 한참 걸어 나가야 있는 마을 입구 슈퍼마켓에서 담배, 술, 간식거리 같은 것 사오라고 나한테는 시키거든요."
고모 : "그때는 어떻게 하니?"
룸메이트 : "사다줘요. 안 사다주면 괴롭혀요."
고모 : "혼자서?"
룸메이트 : "그때는 덕이가 함께 가줘요."
고모 : "다행이다. 서로 너희 둘이 함께 해주는 친구라서 마음이 놓여, 혹시 교수님께 말씀드려봤니?"
룸메이트 : "예, 그러나 특별히 조치를 취하는 것은 없어요. 괜히 말했다가 쟤들한테 더 괴롭힘을 당해요."

의외로 여유로웠던 덕이의 반응

옆에서 듣고만 있던 덕이가 이런 상황임에도 꽤 여유 있는 표정으로.

덕이 : "고모, 걱정하지마. 내가 할 수 있어"
고모 : "응, 덕이 너는 충분히 할 수 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룸메이트 : "쟤들이 원하는 것 해주면 더 이상 괴롭히지는 않아요."
고모 : "그렇구나."

그 아이들이 하는 짓을 그냥 받아들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기주장을 말하라고 해야 할지 순간 혼란스러웠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줄 경우 '언제까지, 어느 선까지 요구할 것인가'와 자기주장을 했을 때 아무래도 더 괴로운 상황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나를 무겁고 고민스럽게 했다. 덕이와 룸메이트에게 그 점과 관련하여 물었더니 본인들은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때야 내가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챙겨간 간식과 음료를 꺼내 놓고 함께 먹으며 1학년과 2학년생들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듣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문제를 일으킬 만한 현금이나 값나가는 물품을 지니지 않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았다. 앞으로 컴퓨터 작업은 컴퓨터실 문 닫기 전에 하겠다며 노트북을 나에게 주며 집에 가지고 가라고 했다. 아마도 덕이가 원했던 점도 고모가 피곤하더라도 자기의 뒤에 늘 고모가 있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스스로 위안도 되고.

한편으로 덕이나 룸메이트는 그동안 괴롭힘에 익숙해서였는지 아니면 마음이 너무나 착해서였는지 크게 마음 쓰는 것 같지 않아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우리가 누구에 대하여 슬픔, 분노, 분개와 같은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힌다면 정말 중요한 일을 할 활력과 시간이 거의 남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노트북#소주와 술#룸메이트#현금#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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