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가을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손녀 콩콩이가 느닷없이 "오 마이 갓!"을 연발한다. 아직은 오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의 말, 하지만 가을은 코 끝에 다가왔다.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빨간 고추잠자리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졸고 있다.
들판에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간다. 밤낮으로 일교차가 심하여 낮에는 여름처럼 무덥다. 기후변화 탓이다. 우리 인간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애써 부인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춘하추동 사계절이 분명하다고...
"하부지 뭐 먹어?"
"사과 먹는데….""저도 주세요."
"……."몰라 보게 자란 콩콩이, 29개월째다. 제법 말을 이어 간다. 사과 한 조각 먹는 것을 본 모양이다. 달라고 떼를 쓴다. 조금 잘라 주었더니 손가락으로 큰 쪽을 가리킨다. 손녀가 무럭무럭 자란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서지 못 한다고 걱정했었는데….
볼이 너무 두툼하다. 걱정을 하지 말라고 주위 분들이 위로해 준다. 아이들은 통통한 게 보기에 좋다면서. 가을은 말도 살이 찌고 우리 콩콩이도 살이 찌는 계절인가 보다. 뭐든 잘 먹는다. 친구 엄마를 '엄마'라 부르면 따라다닌다. 가방만 열면 달려간다. '혹시나' 하고.
잠든 손녀를 품 안에 둔 시간, 너무나 평화롭다주위에서 여러 가지 양육방법을 가르쳐 준다. 아이와 대화를 하라느니 대변 훈련을 시켜야 한다느니, 그러나 분명하다. 우리도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하는 방법이 최선의 교육 방법이었듯이 어쩌면 지금의 방법도 지나간 과거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먹을 것만 주면 엄마라 부르는 손녀, 아빠를 제일 좋아한다. 하부지는 뒷전이다. 놀다가 지치면 하부지 품속에서 곤히 잠이 든다. 너무나 평화롭다. 어른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얼굴이 얼음처럼 차갑다. 미소가 없다. 적어도 아이들과 있는 순간만은 나도 아이가 된다.
콩콩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좋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다듬어줘야 한다. "안녕하십니까?", "고맙습니다" 등 아주 기본적인 인사말이다. 누구에게나 인사를 잘하더니 변했다. 인사를 시키면 짐짓 못 들은 척한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
영산강변 코스모스 꽃길을 찾았다. 봄에는 벚꽃, 유채꽃 등을 보며 아이와 함께 서정을 배웠다면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억새, 단풍을 보며 조금 여유를 느껴볼 차례다. 조금 천천히 가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앞만 보면 달려온 하부지의 푸념이다.
잠시 쉬고 있는 사이에 80을 넘으신 노부부를 만났다. 유유 작작 자전거로 여행 중이라 한다. 안전모를 쓰고 나란히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코스모스 꽃들이 바람에 날린다.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