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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하나 더 낳을까?"

그럴 마음이 단 0.000001%도 없으면서도 큰아이에게 이런 농을 건넬 때가 있다. 그러나 동생 문제 만큼은 단호한 큰아이.

"아니 싫어."
"왜?"
"지금도 충분히 귀찮단 말야. 내 물건도 함부로 만지고... 근데 동생이 하나 더 생기면... 으으으 정말 싫을 것 같아. 난 내 동생이 딱 한 살 때까지만 좋았어."
"응? 어째서?"
"그땐 내 물건도 잘 안 만지고, 말도 못 하고 그랬으니까."

세상에나. 그랬단 말이지. 딸 둘을 키우면서 힘든 일을 꼽자면 애들이 싸울 때가 아닌가 싶다. 갈등이 생기면 저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는 건 어쩌다 한두 번일 뿐. 실상은 본의 아니게 어느 누구 편에 서게 된다. 대부분 영혼 없는 사과 "미안해"로 마무리 되곤 하지만.

싸움은 정말이지 별일 아닌 걸로 시작한다. 정말 '조금만' 이해해주면 될 일인데... 동생과 같이 산 지 이제 48개월을 갓 넘긴 큰아이는 그게 여전히 '많이' 힘든 모양이다. 특히 나나 남편이 동생 편을 들었다고 생각하는 날엔 어찌나 서운한 표정인지... 우리가 동생을 더 사랑해서 그런 게 아닌데... 그림책 <조금만>을 읽으면서도 그걸 모르겠니?

동생이 생긴 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타키무라 유우코 (지은이) | 스즈키 나가코 (그림) |  한림출판사
타키무라 유우코 (지은이) | 스즈키 나가코 (그림) | 한림출판사 ⓒ 한림출판사
내 이름은 단비. 동생이 생겼어요. 누나가 되고 나니 스스로 할 일이 많아졌어요. 엄마는 항상 바빠 보였거든요. 나는 엄마 손을 잡고 걷고 싶었지만, 엄마가 동생을 안고 있어 그럴 수 없었어요. 엄마에게 우유를 한 잔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때 마침 동생이 울기 시작했거든요.

잠옷을 혼자 입는 것도 서툴렀지만, 엄마에게 도와 달라고 할 수 없었어요. 아기를 재우고 있었으니까요.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묶어달라고 할 수도 없었지요. 엄마가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있었으니까요. 공원에 그네를 타러 갈 때도 예전처럼 엄마랑 갈 수 없었죠. "동생이 생겨 좋으니?" 하고 친구 민정이 엄마가 묻는데, "조금만" 그렇다고 했어요.

엄마 손이 필요할 때 마다 단비는 스스로 '조금만' 해보았다. 우유도 스스로 '조금만' 따라 먹고, 잠옷 단추를 채우는 일도, 머리를 혼자 묶는 일도 '조금만' 성공했다고 할 정도만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누가 뭐라고 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책을 읽는 동안 단비 마음이 참 속상했겠구나 싶은데, 전혀 그런 티가 나지 않았다. 단비는 엄마 마음을 먼저 살필 줄 아는 착한 딸이었다. 단비가 동생을 보고 조금 큰 건지, 원래 이렇게 마음이 고운 건지 궁금해질 무렵, 이 대목을 읽었다. 누가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도 '조금' 알 것 같았다.

공원에서 돌아오니 너무 졸린 단비.

"엄마 조금만 안아주세요."
"조금만?"
"네, 조금만이라도 괜찮아요."
"조금만이 아니라 많이 안아주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엄마의 마법같은 말 한 마디에 금세 환한 얼굴이 된 단비. 내가 다 기분이 좋아졌다. 단비는 엄마 품에 포옥 안겨 잠을 청했다. 동생은 어땠을까. 그동안 누나가 그랬던 것처럼 동생은 엄마를 '조금만' 기다려주었다는 엔딩.

그러나 내 경우는 조금 달랐다. 단비 엄마와 반대로 나는 작은 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할 때가 많았다. 내겐 조금만이지만 작은 아이에겐 꽤 길었을 시간, 조금만. 그래서 인가. "밥 먹어라", "씻어야지"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잠깐만"이라며 한참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가?

이제부터라도 큰아이에게도 '조금만' 기다리는 시간을 줘야겠다. 작은 아이가 내 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그림책 <조금만>이 내게 준 아주 '큰' 가르침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조금만

타키무라 유우코 지음, 허앵두 옮김, 스즈키 나가코 그림, 한림출판사(2010)


#조금만#다다#그림책#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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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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