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 듯 아닌 듯 9월에 들어와서 첫 책 수레 출동이었다. 푸르지오 아파트 마을버스 종점에서도 찾아오는 이 하나 없고, 시원한 가을바람만 즐기다가 영등포역으로 이동했다. 8월 한 달 동안 휴업했던 포장마차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또 무지 반갑다.
과일 노점 아주머니는 조선왕조실록 세 권 반납하고 세 권을 다시 빌려 가신다. 지난주 라디오 인터뷰 때 매우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셨는데, 감사하다. 아주머니가 처음에 건너뛴 3, 4권이 들어왔느냐고 물어보시길래, 겸사겸사 빌려 가신 분한테 처음 문자를 넣었다.
'3, 4권 반납하시고, 1, 2권 들어왔으니까 빌려 가세요.'문자를 보냈더니, '어제 갔다가 못 찾고 왔어요'하고 답장이 왔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영등포역 1, 2번출구에서 전화해 주시면 제가 받으러 가겠습니다.' 다시 답장을 보내드렸다. 빌려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마음이 조급하지는 않다.
잠시 뒤, 종이가방을 든 할머니 한 분이 오셨다. 딱 보니, 지난번에 오신 전화번호가 없다던 동네 할머니다.
"책 재미나게 보셨어요? 또 빌려가셨야죠."말씀드렸더니, 이래저래 책을 고르신다.
"할머니 이번에는 이 잡지로 한번 보세요. 이 만화책은 어르신들도 볼만합니다. 그런데 이 근처에서 일하세요?"여쭸더니 "아니, 일은 못 하고, 집에만 있어요. 그러니까 책을 읽지요"하신다. 돌아가시는 할머니 뒷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였지만, 다음 주에 또 오실 것 같은 예감이다. 하하하.
기차 길옆 우리 동네 9월 첫 책 수레 봄 수레를 마치고, 영등포 뒷역에 현수막을 하나 달았다.
'재미있는 우리 동네 마을이름을 함께 지어주세요. 우리 동네 마을공동체 상가지도 개봉박두!'마을 이름 짓기, 마을 지도 만들기, 제1회 우리 동네 골목문학상, 동네 사람들 가을소풍 백일장. 올가을에는 주민들과 상인들과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2015년 9월 2일 가을 하늘 맑음. 책 수레 봄 수레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