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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30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대형 손도장 태극기 제작 행사에서 김기현 시장과 시민대표들이 마지막 손도장을 찍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대형 손도장 태극기 제작 행사에서 김기현 시장과 시민대표들이 마지막 손도장을 찍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울산시

70주년 광복절을 맞아 울산 지역에서는 일찌감치 광복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울산이 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박상진 의사와 한글을 사랑한 외솔 최현배 선생의 탄생지인데다 병영, 남창, 언양 등지에서 목숨을 건 3·1만세운동이 벌어진 충절의 고장이라는 점도있지만, 울산시가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태극기를 유독 강조한 까닭이다.

울산시는 지난 7월 20일부터 "태극기 게양 분위기를 확산하자"며 5개 구군 56개 읍·면·동을 순회하면서 손도장 태극기를 제작했다. 가로·세로 각 15m 규모로, 지자체에서 제작한 손도장 태극기로는 최대 규모다. 12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손도장 태극기는 11일 만인 지난달 30일 울산시청 시민홀에서 마지막 손도장 퍼포먼스를 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광복절을 앞두고 울산의 주요 간선 도로에는 태극기가 넘쳤고 지난 10일부터는 '태극기 달기 주간'을 운영하면서 '전 가정 태극기 달기'에 시민의 참여를 당부했다. 이런 소식들은 방송과 신문을 통해 익히 알려졌던 터라 기대감이 나왔다.

광복절 아침, 기자 또한 태극기를 게양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기자가 사는 아파트에서부터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300세대 아파트단지에 태극기를 단  집은 눈을 비벼봐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태극기 달린 아파트, 왜?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전, 울산 중구 우정동에 있는 선경2차아파트에 집집마다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전, 울산 중구 우정동에 있는 선경2차아파트에 집집마다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 박석철

기자가 거주하는 동구를 지나 남구, 중구에 이르렀지만 사정은 마찬가지. 곳곳에 즐비한 아파트단지에서 태극기를 단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중구 우정동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 깜작 놀랐다. 집집마다 태극기가 넘쳐나는 것이 아닌가.

울산 중구 우정동에 있는 선경2차아파트. 울산이 광역시가 된 1997년 준공한 이 아파트는 1600여 세대 규모로 당시만 해도 울산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아파트 단지였다. 하지만 이 아파트가 있는 중구 우정동 지역은 개발되지 않은 구석진 골목이 즐비해 한 때 울산에서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광복절 아침에 본 태극기 물결은 새삼 이 지역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비단 우정선경2차아파트 뿐 아니라 인근 주택가에서 태극기를 단 집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자체의 넘치는 보도 자료 속에 그동안 흘려보냈던 이 지역 소식들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가깝게는 지난 7월 15일 우정동 주민센터 직원들과 주민이 깨끗한 동네를 만들자며 함께 한 대청소 소식부터, 6월 12일 주민센터에서 지역 구성원이 모여 복지 안전망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는 소식까지. 특히 올해 3월 지역민을 대상으로 개강한 '우정주민자치대학'으로 지역 내 소통이 강화되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허투루 볼 소식들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휴가 끝난 17일 오전, 우정동 주민센터 측에 "광복절 때 태극기가 넘쳐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주민센터 측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면서도 "지역 구성원의 소통이 강화된 결과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놨다.

'광복절에 태극기를 달자'는 명료한 의제도, 구성원간 소통이 강화되면 한결 쉽게 풀린다는 교훈을 광복절 70주년에 새삼 깨닫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중구 우정동 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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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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