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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과 대전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세종 기자는 지난 5월 15일부터 23일까지 7박9일 동안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사회적기업 정책연구연수에 선발되어 유럽의 사회적기업을 탐방하게 된 것.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13년 동안 사회적협동조합과 인연을 맺어온 조 기자가 바라본 프랑스와 스위스의 사회적기업 탐방기를 <오마이뉴스>는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그룹 SOS 본부의 안내 데스크
그룹 SOS 본부의 안내 데스크 ⓒ 조세종

 그룹 SOS 점포 15개 중의 하나인 파리의 알테르문디(AlterMundi) 매장. 다양한 친환경 디자인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그룹 SOS 점포 15개 중의 하나인 파리의 알테르문디(AlterMundi) 매장. 다양한 친환경 디자인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 조세종

'사회적기업 정책연구연수단'이 프랑스 파리에서 방문한 세 번째 기업은 '그룹 SOS 파리본부'다(관련 기사: 노숙자 센터에 침대 하나를 반드시 비워두는 이유).

'그룹(Groupe) SOS'는 그룹이란 이름에서 보듯이 전 세계 30여 개 나라에 330개의 조직을 갖춘 국제적인 사회적기업이다. 이들의 사업형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대개 건강, 주거, 노인, 청소년, 고용 등의 다섯 개 영역으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배제와 빈곤에 저항하라'는 그룹의 좌우명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하기 위한 SOS의 실천

그룹 SOS의 혁신팀 담당자 안느 소피씨는 다섯 가지 영역을 조목조목 정리해서 소개했다.

첫째, 건강 영역은 8개의 병원을 운영하며, 그 외에도 노숙자를 위한 주간 치료센터와 장기 만성질환자를 위한 치료 목적 거주시설도 있다. 병원은 에이즈 예방과 알코올중독 치료 시설도 있어 어려운 이들의 건강을 돌보고 사회 복귀도 함께 준비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기본적으로 프랑스는 의료보험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노숙자에게는 무료 진료를 시행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재정적 부담은 일반인들의 병원비 수익에서 충당한다.

둘째, 주거에 있어서 이들은 파리시와 협약을 맺고, 파리시 소유의 임시 서민아파트를 집 없는 이들에게 제공하여 거주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사회적 주거'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체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를 위한 특수 주거 센터도 마련하여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고용 훈련과 고용 지원도 한다.

셋째,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이 프랑스도 고령 세대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SOS 그룹도 우리의 재가방문요양처럼 노인 가정을 방문하여 치료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전국에 50여 개의 양로원을 운영해 매년 3500명의 고령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넷째,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는 '모든 청소년에게 같은 (차별없는) 변화 과정을 보장하자'는 목적으로 하고 있다. '모든 이에게 같은 진료를 보장하자'는 건강 영역의 목적과 취지가 같았다. 이는 비단 사회적기업 그룹의 목적을 넘어 궁극적인 복지와 사회성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메시지였다.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부모 없는 청소년과 전과자 청소년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주간보호센터, 장애 아동들의 독립과 자율성 개발에 초점을 맞춘 센터가 있다. 또 유치원 전의 빈곤층 영아들을 위한 탁아소를 전국적으로 30개소 운영하고 2000명의 아기들을 돌보고 있기도 하다. 좋은 취지만이 아닌, 실제적인 서비스 활동이 뒷받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 통합 훈련의 과정으로 음식, 커피, 초콜릿 가게 등 1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라고 해서 고용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룹 SOS는 어려운 취업을 위해 일자리를 늘리는 차원에서 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성과'로 말해

 중앙에 베트남계 출신 프랑스인 SOS 혁신팀의 안느 소피.
중앙에 베트남계 출신 프랑스인 SOS 혁신팀의 안느 소피. ⓒ 조세종

그룹 SOS에서는 이와 같은 상당히 많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일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사회적기업의 재정을 지원하는 일이다. 이 일을 위해 사회적기업의 평가분석, 컨설팅, 지원연구 등을 맡아 하는 혁신팀이 있다.

혁신팀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평가 후 기업의 위상을 올릴 수 있는 지원방법들도 연구하고 있다. 안느 소피씨는 300만 유로(한화 37억5천만 원)의 예산으로 매년 전 세계에 있는 협동조합, 비영리 사단, 수화단체 등을 지원하고 얼마 전에는 한국의 한 사회적기업(MYSC)에도 출자했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그 선정 과정이 궁금했다.

사회적기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15개 활동분야에서 600개의 지표를 이용하여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각각 평가받는다. 투자자는 국제적 투자 은행이나 투자 기업들로, 이 성과들을 기준으로 거액의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룹 SOS는 사회적 기업의 전문성이 강화되기 위해 투자자와 사회적기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들은 매년 파리 시장과 함께 사회적기업들의 성장을 위한 조건으로서의 투자 포럼을 진행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영향을 미친다.

안느 소피씨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이유로 해서 정부가 보조금을 거저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를테면 노숙자에게 구체적인 지원이 될 때, 그들을 위해 사용한 금액만큼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프랑스의 사회적기업 지원제도 방식이라고 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증 사회적기업이라는 이유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경우는 없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성과로 말한다.

유럽과 프랑스의 사회적기업
유럽에선 사회적기업의 정의가 굉장히 다양하다. 각국의 역사적 전통에 따라 고용 중심인 '노동통합 사회적기업'과 의료, 돌봄, 환경, 개발도상국지원 등 '사회서비스 중심인 사회적기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오늘날 유럽에서 사회적기업은 특별한 규정 없이 비영리, 지속가능, 의사결정의 민주화 등이 모두 충족되면 사회적기업이라 한다. 앞선 기사에서 소개된 '아베 피에르 재단'과 '사뮤 소시알' 같은 프랑스의 사회적기업은 대부분 재단이라는 형태의 비영리 사단(association)으로 운영하고 있고, 그밖에 상호부조회사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는 사회적 경제 조직체가 전체 21만5천여 개가 있는데, 비영리 사단 18만 개, 협동조합 2만4천 개, 상호부조회사 7천 개 그리고 재단이 1천 개가 있다. 이 사회적 경제 조직에서 고용하는 인구가 230만 명, 전체 인구의 10%에 달한다.

한편, 최근 2014년에 프랑스는 사회적기업에 인증 제도를 도입하는 큰 변화를 겪었다. 첫째, 이윤을 제한하고 내부에 재투자할 것 둘째, 실업자나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효과적인 사업을 할 것 셋째, 고용인,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이사회를 구성하여 의사 결정할 것.

이 모두를 갖출 경우 사회적기업으로 공인되는 법이 제정되었다. 우리나라도 이미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와 비교하여 프랑스는 사회적기업에 걸맞은 더욱 분명한 조건들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누구나 와서 치료 받을 수 있다' 장 조레스 병원

 장 조레스 병원 입구
장 조레스 병원 입구 ⓒ 조세종

그룹 SOS 파리본부를 떠난 연수단은 그룹 SOS가 운영하는 8개의 병원 중에 파리 시내에 있는 '장 조레스 병원(SOS Jean Jaures Hospital)'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2차 의료기관 정도의 규모를 갖추었지만, 깔끔하고 밝은 분위기의 병원이었다. 병원 관리책임자인 아놀드 마르쉬씨는 우리 연수단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고 병원을 둘러보기 전에 병원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장 조레스 병원은 150병상 규모의 중대형 병원으로 혈액 관련 외과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다. 여기에 재활 분야, 에이즈 치료 분야, 호스피스 분야 그리고 회복기에 있는 노숙자와 같이 치료와 돌봄이 동시에 필요한 분야 등을 운영하는 병원이다. 이와 더불어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간호사들의 방문 요양 목욕 서비스와 동네 사람들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 조레스 병원의 기본철학은 그룹 SOS의 철학과 같이 '어느 누구나 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놀드 마르쉬씨에 의하면, 이 병원에서는 환자가 돈이 있으면 치료비를 내고, 돈이 없으면 치료비를 내지 않는다. 즉, 돈이 있는 사람의 돈으로 돈이 없는 사람의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연수단 일행은 "어떻게 차별적 치료가 가능한가", "가난한 이들의 병원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발생하지 않는가" 등의 궁금한 사항들이 많았다.

그러나 장 조레스 병원은 환자가 그 누구든 무조건 받아들이고 치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그 원칙은 확고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프랑스의 저렴한 의료보험제도에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병원이 광역권에서 3개밖에 없는 혈액 전문병원으로 기술적 특수성을 인정 받기 때문이다. 뛰어난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병원으로도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병원의 이미지나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실제 환자 중에 55%가 돈을 내고, 45%가 돈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돈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노숙자들이 퇴원하기 전에 일상생활로 복구할 수 있도록 치료하는 병원이며, 다른 분야보다 많은 7명의 의사를 배치한 호스피스 분야는 가족과 더불어 죽음까지 동반하는 인격적이고 전문적인 의료인들이 배치되어 있다.

일반 민간 병원보다 의료 서비스 질 높아

 아놀드 마르쉬 장 조레스 병원 책임자에게 병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단.
아놀드 마르쉬 장 조레스 병원 책임자에게 병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단. ⓒ 조세종

 장 조레스 병원 의사들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단.
장 조레스 병원 의사들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단. ⓒ 조세종

의사들과의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일반 병원과 달리 실적 올리기 위한 압박에서 자유로워 스트레스가 없는 병원이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의사들에게 자신들의 병원이 다른 병원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환자들이 사용하는 인터넷이 무료'라고 말했다. 그들이 겸손한 건지, 섬세한 건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아울러 장 조레스 병원의 의료서비스 질이 오히려 일반 민간병원보다 높다는 것은 통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일반 민간 병원에서는 입원환자 1명당 0.8명의 의료진이 담당하는 반면, 장 조레스 병원에서는 입원환자 1명당 2.5명의 의료진이 담당하는 것을 보면 의료진의 손길이 정성스럽게 환자에게 머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자가 가난한 이를 돕는 것이 '사회정의'라는 프랑스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이 의료진,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일하는 이들의 인식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병원 라운딩이 끝나면서 함께 설명을 도와주던 한 의사에게, 연수단 일행 중에 누군가 "만족하냐"는 돌발적인 질문을 했다. 그 의사는 "미소로 대답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라면서, 활짝 웃는 행복한 얼굴을 보여 주었다.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그룹SOS#장조레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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