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의 마지막 날, 이제 이번 여름이 이곳을 기록하는 마지막 여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진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딸아이를 데리고 거여동재개발지구를 걸었다. 가타부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사는 형편을 남이 기웃거리는 것이 싫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이렇게 슬럼화가 지속되는데 그냥 이렇게 살아갈 수도 없고, 재개발을 하면 이곳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 사이에 서로가 좋은 대안은 없는 것일까?
답답하다.
하루하루가 마지막이긴 하지만, 오래전 이곳의 여름, 그리고 또 여름에 그곳을 거닐 때에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곳을 감도는 긴장감이나 쇠락해가는 현실이나 그 모든 것들이 이젠 정말 올해 여름이 마지막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재개발지구로 선정된 지 십년의 세월, 동네의 쇠락과 함께 살던 이들의 삶도 쇠락했다. 누구의 잘못인가?
덧붙이는 글 | 7월 31일, 거여동재개발지구에서 담은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