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른둘 갑작스러운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 기자 말

격리병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위해 2박3일간 입원했던 격리 병실
▲ 격리병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위해 2박3일간 입원했던 격리 병실
ⓒ 강상오

관련사진보기


새해를 이틀 앞두고 있던 2013년 12월 30일. 사람들은 연말 연시 분위기에 흠뻑 취해 거리를 누볐다. 연말 특집 방송으로 모두가 즐거워 보이는 그 날, 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별도로 마련된 격리 병실에 있어야 한다. 최근 갑상샘암 환자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많아 졌는데 수술과 달리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격리 병실이 별도로 마련된 병원에서만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중소 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들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 위해 격리 병실이 마련된 큰 병원으로 원정을 온다. 그 덕에 이 병실은 항상 만원이라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자, 약병 뚜껑을 여세요~" 이것이 고생의 시작이었다

연말 시상식 방송 부작용이 힘들어 평소 시선을 빼앗던 아이돌의 무대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 연말 시상식 방송 부작용이 힘들어 평소 시선을 빼앗던 아이돌의 무대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 강상오

관련사진보기


내가 치료 받은 대학병원도 부산, 경남권역에서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큰 병원이었지만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위한 격리 병실은 딱 2실이 있었다. 병실은 본관 8층에 있는 일반 병실과는 좀 동떨어진 구석에 있다. 병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지난 번 수술을 받으면서 입원해 있었던 2인실보다 넓은 공간에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동실 테이블 하나와 작은 옷장, TV와 냉장고가 있었고 화장실도 병실 안에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병실 천장에는 돔형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실 안을 항상 지켜볼 수 있게 돼 있었다.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복용하고 나면 대면이 불가해 CCTV로 보면서 인터폰으로 지시를 내려야 해서 그렇다고 한다. 때문에 옷을 갈아 입거나 개인 프라이버시가 필요할 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서 해결해야 했다.

방사성 요오드 캡슐은 점심을 거른 공복 상태에서 오후 4시쯤 복용한다. 30분 전 의사가 병실로 들어와 약 먹는 방법을 교육해 주는데 약을 가져오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고용량의 방사능 캡슐이다보니 피폭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거운 납으로 된 약병을 손수레에 싣고 들어 온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모를 방사능 피폭 피해가 없기 위해 이렇게 조심을 하는데 나는 저 약을 입에 넣고 삼켜야 한다.

약을 먹는 방법은 손에 쥐어준 플라스틱 막대로 노란색 캡슐을 집어 들어 입에 넣고 삼키면 된다. 의사가 병실 밖으로 나가서 인터폰으로 설명해주는데 나는 카메라 잘 보이는 곳에 서서 의사의 목소리를 잘 듣기 위해 집중했다.

"자 이제 약병 뚜껑을 여세요~ 뚜껑이 열리면 그 구멍 안으로 플라스틱 막대를 넣고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립니다. 그 다음 천천히 들어 올리면 플라스틱 막대안에 약이 들어 있을 거예요. 옆에 놔둔 물잔을 왼손에 들고 빨대 안에 든 약을 입에 넣고 물 마셔서 삼키세요~"

물과 함께 알약을 삼키다보니 약에서 별다른 맛이 나진 않았다. 약을 먹고 나면 복용한 방사성 요오드가 몸에 잘 흡수 되도록 1시간 동안 병실 안에서 계속 움직이며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 병실 안에 히터를 끄고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좁은 병실안을 계속 걸었다. 수술하고 3개월이 넘도록 매일 4km 이상 걸었기 때문에 내게 가장 익숙한 운동은 걷는 거다. 좁은 병실 안을 걷기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면 인터폰이 울린다.

"병실 문 열고 나오시면 문 앞에 구토방지제 가져놔 놨습니다. 드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생각했다. '아... 이제 올 것이 오는구나' 구토 방지제 한 알을 먹고 1시간이 더 지나면 저녁 식사가 나온다. 점심을 걸러 배가 고파 그런지 저요오드식의 병원밥 이었는데도 맛있게 싹싹 긁어 먹었다. 하지만 그 식사가 입원한 내도록 먹은 마지막 식사였다. 입원 기간은 물론이거니와 퇴원을 하고도 며칠간 소화 불량과 극심한 변비, 미각까지 상실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 고생이 이만저만

입원 후 첫 식사 이 식사를 마지막으로 소화불량에 시달려 밥을 먹을 수 없었다.
▲ 입원 후 첫 식사 이 식사를 마지막으로 소화불량에 시달려 밥을 먹을 수 없었다.
ⓒ 강상오

관련사진보기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부터는 냉동실에 있는 얼음으로 침샘에 찜질을 해줘야 한다. 가져온 사탕과 껌을 먹으면서 침 분비가 쉬지 않도록 해야 침샘 파괴를 막을 수 있다. 평소 사탕을 좋아하는 사람도 3일동안 계속해서 먹으면 입에 단내가 나서 못 먹을 거다. 나는 사탕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계속 먹고 있으니 안 그래도 소화 불량으로 속이 더부룩한데 더 구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입원하기 전 나보다 먼저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본 사람들의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면서 노하우를 배웠다. 사탕을 많이 먹어 힘들다는 사람들이 사탕 대신 과일을 먹었단다. 새콤한 과일을 먹으면서 침이 계속 나오도록 했다는거다. 아무래도 과일이 사탕보다는 당분 섭취가 적고 수분도 많아 덜 질린다. 그 글을 보고 나 역시 귤을 비롯한 다른 과일도 준비해 갔는데 계속된 울렁거림과 소화 불량으로 과일도 먹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그보다 더 힘든 건 계속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생수 2L 2병과 이온음료 1.5L 2병을 퇴원하기 전까지 다 마셔야 한다. 3일에 7L면 별로 많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첫째 날 저녁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3일째 날 아침에 퇴원을 하니 입원 시간으로는 하루 반나절 정도다. 그 안에 물 7L를 다 마시는 거다. 물을 많이 마시면 몸에 좋다고들 알고 있지만,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온 음료도 함께 가져가는 이유는 맹물을 계속 마시면 물 비린내가 나 구토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온 음료를 마시면 조금 진정이 된다. 물을 이렇게 많이 마시는 이유는 소변을 통해 몸에 들어온 방사능을 빨리 배출하기 위해서다. 물을 많이 마셔야 소변을 자주 볼 수 있고 소변을 자주 봐야 몸에 들어온 방사능이 빨리 빠져 나간다. 그래야 피폭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위해 입원한 2박 3일간 신지로이드 중단과 방사성 요오드 캡슐 복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소화불량, 구토, 변비에 시달렸다. 속이 계속 안 좋은데도 물을 억지로 계속 마셔야 한다. 그 덕에 밤이고 낮이고 10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밤새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소화가 안 되는데도 식사 시간은 계속 돌아왔다. 나는 밥 대신 죽을 먹었는데 매번 반도 먹지 못하고 내놨다. 속이 이렇게 꽉 찬 느낌인데도 배변 활동은 멈춰버렸다. 평소 너무 좋은 장 기능 덕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볼일을 잘 보는 게 자랑인 나였는데... 약 부작용으로 변비약을 먹어도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 이 또한 난생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변비 심한 사람들의 고충을 알게 됐다.

밤에 잠을 못 자고 많은 부작용에 시달렸더니 결국 이틀째 되는 날 몸살까지 걸렸다. 병실에 틀어놓은 TV에서는 아이돌 그룹이 신나게 노래하고 춤을 추고 있었지만, 나는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 시간쯤이면 몇몇 사람들은 제야의 종소리를 듣겠다고 신나게 용두산 공원으로 향하고 있을 테다. 하지만 나는 불편한 속을 붙잡고 종일 호박죽 한 그릇과 생수로 버티며 아무도 없는 독방에 갇혀 집에 갈 시간만 손꼽아 세고 있었다.


#갑상샘암#방사성 요오드#저요오드식#동위원소#격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