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저녁, 교토 남쪽 스미조메(墨染)에 있는 '라멘장, 지구 규모로 생각하는 라멘 집(レメン莊, 地球規模)'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저녁 식당 문을 여는 시간이 30분이나 남았는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멘은 라면과 같은 말입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인스턴트 라면과 다른 생라면이라는 뜻에서 일본어 발음 라멘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대체로 라멘 양이 얼마나 많기에 지구 규모로 생각하는 라멘 집인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보통 라멘 집에서 주는 라멘 양은 150에서 200그램 정도라고 합니다. 이것이 어른들이 한 끼에 먹는 양입니다.
일본인의 '라멘' 사랑... 왜?
이곳 '지구 규모로 생각하는 라멘 집'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인 소(小)가 200그램이고, 중(中)이 300그램, 대(大)가 450그램이었습니다. 크기에 관계 없이 값은 모두 똑같이 750엔입니다. 평소 라멘 집에서 라멘 양이 적다고 생각하면 이곳에서 라멘을 먹어볼 만합니다. 보통 라멘 집의 두 배 반을 먹을 수 있습니다.
라멘 면발도 다른 집과 달랐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면 색깔이 약간 짙고, 씹히는 맛이 약간 단단했습니다. 라면 위에는 삶은 돼지 어깨살과 뱃살 고기가 놓여 있습니다. 익힌 숙주 나물과 양배추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그 밖에 으깬 마늘, 고춧 가루, 후춧 가루는 손님에게 물어 본 뒤 손님의 취향에 따라 더 넣기도 하고, 넣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라멘 맛은 면발의 씹는 강도와 라멘 국물이 결정 합니다. 대부분 라멘 국물은 돼지고기와 뼈를 삶아 우려냅니다. 이 때 통마늘을 넣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 밖에 여러 향신료나 조미료를 사용합니다. 이들의 라멘 양이나 종류는 영업 비밀입니다.
일본 사람의 라멘 사랑은 지극합니다. 시내 곳곳에 라멘 집이 있고, 지역에 따라 여러 라멘을 팔고 있습니다. 그래도 장사가 되는 것은 일본 사람이 라멘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사람은 라멘을 비롯하여 우동, 메밀 국수 따위 면 먹거리를 좋아합니다. 아마도 반찬 없이 손 쉽게 먹을 수 있고, 조리하기가 간단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이곳 '지구 규모로 생각하는 라멘 집'은 카운터 식으로 손님들이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마주 보고 앉습니다. 의자는 모두 열두 자리 밖에 없습니다. 손님 한 분이 자리에 앉아서 다 먹고 나가기까지 25분 쯤 걸립니다. 식당 밖에는 기다란 줄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있었습니다.
돈을 내는 곳도 따로 없습니다. 손님들이 직접 자판기에서 라멘을 고르고, 돈을 집어넣고 티켓을 뽑아서 주방에 알려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젓가락이나 물수건, 물 따위도 손님이 직접 가져다 사용해야 합니다. 식당에서 중요한 것은 먹거리의 맛입니다. 다른 것은 불편해도 손님들이 감수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는 법 : 교토 시내에서 오사카행 게이한 본선 전철을 타고 스미조메역에서 내려 남쪽으로 걸어가다 24번 국도와 만나는 곳에 있습니다. 혹은 교토역에서 출발하는 긴테츠 보통 전철 후시미역에서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