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부산인 나.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김해로 이사를 왔다. 하지만 나의 주 생활권은 부산이다보니 주말이면 차나 전철을 이용해 부산에 가는 일이 잦다. 김해에서 부산으로 나가는 길은 차가 많이 밀려 시간대를 잘 맞춰 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차가 밀리는 시간이 아닌데도 대저 부근에서 차가 많이 밀렸다. 이유를 알고보니 여러가지 봄 축제들이 열려 사람들이 몰린 탓이다. 지난주까지 하던 '토마토 축제'가 끝나고 4/11일부터 19일까지는 '유채꽃 축제' 기간이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집 가까운 곳은 잘 안 가게 된다. 괜스레 차가 밀리는 게 싫어 툴툴 거릴 뿐이다. 그러다 어머니와 충청도 누나네에 다녀오는 길에 얼마 전부터 '유채꽃' 타령을 하시던 어머니 꽃구경 시켜드릴 겸 대저생태공원으로 갔다.
오전까지만 해도 비가 왔었는데 충청도에서 내려오는 동안 날씨가 맑게 개었다. 비가 와 먼지가 씻겨져서 그런지 주말에 구포 다리를 건너면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샛노란 유채꽃들이 보기 좋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대저생태공원 유채꽃. 평일에다가 오전까지 비가와 바닥이 질척거렸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구경 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대저생태공원 가운데즈음에 먹거리 판매하는 곳과 전망대가 설치된 행사장이 있다. 전망대라고 해서 몇 층 높이의 건물이 있는 것은 아니고 2층 높이의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간이 전망대다. 전망대에 올라가 생태공원에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을 감상하려고 했으나 강풍으로 인해 전망대 운영이 중단 되었다.
샛노란 유채꽃밭을 걷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머리카락이 의지와 상관없이 흐트러졌다. 유채꽃과 바람. 마치 제주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강 건너편에는 부산 화명동에서 구포로 이어지는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대저생태공원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 제주도와 같은 멋진 유채꽃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대저생태공원 입구 뚝방길 아래에는 대나무가 많았다. 대나무 사잇길로 산책로가 나 있는데 이 길을 걷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사각거리는 파쇄석 밟히는 소리와 바람에 '휘~~' 하며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어우러져 눈을 감고 천천히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대나무길을 걷고 있으면 '시'가 쓰여진 현수막들이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해인님의 <유채꽃>이라는 시가 눈에 띈다. 특히 마지막 문구 '수수한 행복을 찾고 싶으면 유채꽃밭으로 오세요.' 이해인님의 시 마지막 구절처럼, 대저생태공원에 핀 많은 유채꽃을 보면서 일상 속의 짧은 여유와 함께 수수한 행복을 얻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