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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가 1817년에 작곡했던 가곡 <송어>는 우습게도 한국에서 오랫동안 '숭어'로 표기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잘못 사용해온 '숭어'를 그대로 써왔던 것이지요. 불과 3~4년 전에야 바로잡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송어는 민물고기, 숭어는 바닷고기입니다. 엄연히 다른 물고기입니다."(p.19)

 <더 클래식 둘>의 표지
<더 클래식 둘>의 표지 ⓒ 돌베개
문학수의 <더 클래식 둘>은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음악가들의 삶과 작곡한 음악의 상관관계를 소개하고 있어서 잘 읽히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송어와 숭어처럼 별 것 아닌 얘기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통해 우린 슈베르트의 '송어'를 절대 잊지 못하게 된다.

외로운 청년, 슈베르트의 삶과 음악

슈베르트가 19세기 낭만의 시대를 대표할만한 음악가가 된 이유를 저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엉거주춤한 상황에서, 제자리를 빙빙 돌면서 이리저리 부유하는 것이 '음악적 화자'로서의 슈베르트가 보여줬던 특징'이었다고 설명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와 시험에 찌들어 살다가 대학교 1학년이 된 청년의 모습을 설명하기도 하는 말처럼 보입니다. 이 설명과 함께 소개되는 <방랑자 환상곡.은 슈베르트가 25살이던 1822년에 쓴 곡이라고 한다.

키가 156센티미터, 통통한 몸매, 착하고 여린 품성의 주인공이 스무 살 무렵의 슈베르트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 무렵 일종의 가출을 하게 된 그는 시인 친구 폰쇼버와 사창가 출입을 자주 했던 모양인데 이 무렵 성병의 일종인 매독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823년 병원신세를 지게 되는데 이 무렵 가곡 <죽음과 소녀>가 탄생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를 작곡했다고 한다.

이듬해인 1824년엔 병색이 더욱 짙어진 슈베르트는 일기에서 "매일 잠에 들 때마다 나는 다시 눈을 뜨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전날의 슬픔이 또 엄습한다. 기쁨도 편안함도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하지만 "슬픔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만이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다. 슬픔은 정신을 강하게 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르페지오 소나타>는 이렇게 작곡된 작품이라고 한다.

슈베르트가 남긴 피아노 음악 가운데 가장 슈베르트다운 걸작으로 꼽히는 것은 <소나타 21번>인데, 그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곡이라고도 한다. 그의 사인은 오랫동안 티푸스로 알려져 왔지만 독일의 내과의사 디터 케르너는 <위대한 음악가들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에서 사인을 매독으로 밝혔다고 한다. 어쩌면 이 사인이 외로운 청년 슈베르트의 죽음을 더욱 쓸쓸하게 하는 지도 모른다.

3B의 막내 요하네스 브람스

독일의 위대한 음악가, 바흐, 베토벤과 함께 '3B'를 이루는 음악가가 브람스다. 하지만 브람스의 유년기는 우울했던 모양이다. 그의 음악에서는 '바흐나 베토벤이 종종 보여줬던 유머나 익살을 찾기 어렵다'고 저자가 설명하고 있고, 브람스 스스로도 '나는 우울한 사람'이라고 했다고 하니 말이다.

브람스의 아버지가 맞은 아내 크리스티아네 니센은 17살 연상이었다고 한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였던 아버지는 가난했기 때문에 세 들어 살던 주인집 딸과 결혼하게 되는데, 그 집조차도 찢어지게 가난했다고 한다. 브람스의 유년기는 어두운 일상과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이 지배했을 것이 저자, 문학수의 추측인데 위의 설명이 그 근거다. <독일레퀴엠>이라는 음악의 모티프는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브람스는 6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는데 사인은 아버지와 같은 간암이었고, 때는 40년을 연모해왔던 여인 클라라가 죽은 이듬해였다고 한다. 브람스의 마지막 음악은 <11개의 코랄 연주곡>과 함께 <네 개의 엄숙한 노래>라고 한다. 성서의 <전도서>와 <고린도전서>에서 가사를 가져온 곡인데, '숭고함의 절정'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이 너무 많다고 그래서 모두 알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베를리오즈, 맨델스존, 차이코프스키, 스메타나, 드보르작, 그리그, 리스트, 무소르그스키, 쇼팽, 슈만, 부르크너 등이 책에 소개된 음악가들이다.

곧 클래식음악의 비수기라는 여름이 다가온다. 저자는 친절하게 여름에 듣기 좋은 곡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말고도, 헨델의 <수상음악>과 함께, 체코 출신 드보르작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교향곡 8번 G장조 작품번호 88번>을 소개한다.

"(소개한 곡들이)좀 어렵고 무겁습니까? 귀에 익숙한 소품만 들어서는 음악을 '내 것'으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본격적으로 음악에 육박해 들어가려면 '큰 산'을 2박 3일 종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가 있습니다. (중략) 다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그 긴 음악을 들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아울러 시간을 투자해 그것을 들을 만한 '낭만'이 고갈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요."(p.307)

저자가 클래식 음악을 듣고자 하는 독자에게 하는 조언이다.

덧붙이는 글 | <더 클래식 둘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 문학수 지음, 돌베개, 2015년 3월 23일



더 클래식 둘 -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

문학수 지음, 돌베개(2015)


#슈베르트#슈만#브람스#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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