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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선동이라 말하고
귀족이라 부르고
종북, 반사회적 인간으로 매도하는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이 홍준표 경남지사한테 시를 써서 물었다. 경남도청과 18개 시군청이 지난해까지 해오던 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를 올해부터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아 지난 4월 1일부터 유상급식으로 전환된 가운데, 간디고 학생들이 홍 지사와 관련해 시를 써 보내왔다.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은 2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연 뒤, 2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정우상가 앞까지 행진했다.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은 2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연 뒤, 2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정우상가 앞까지 행진했다. ⓒ 윤성효

간디고 학생들은 지난 2일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리행진을 하면서 "급식도 교과 교육만큼 중요한 배움"이라며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께서는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 민주적 절차 속에서 소통해 주시길 희망한다"고 했다.

고등학생들은 '소통하라'고 했지만, 홍 지사는 '귀족학교'라 했다. 홍 지사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청 간디학교 같은 부유층의 귀족학교에까지도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현상황은 정상이 아니다"라 했고, 6일 경남도청 실국장회의에서 "간디학교 같은 귀족형학교에 무상급식 하는 것이 복지가 아니다, 그건 복지 낭비"라고 말했다.

간디고는 사립 대안학교로 교육부(교육청)로부터 교육과정인정을 받았다. 간디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한다. 간디고 측은 "귀족학교가 아니다"며 사교육비가 들어가지 않는 등 종합적으로 보면 일반 학교보다 오히려 더 적게 돈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간디고 측은 홍 지사의 발언과 관련해 다양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학생들이 홍 지사와 관련해 시를 썼고, 9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시 가운데 3편을 골라 싣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 홍준표 도지사에게
- 산청 간디고등학교 2학년 김도연

어느 날 한 애가 공부를 하더라
또 어느 날 두 명이서 공부를 하더라
또 그러던 어느 날 애들이 공부를 하더라
수업만 하면 편히 숙면을 취하던 그 아이가
전산실에서, 신문에서 글을 찾고 메모하며 공부를 하더라

무상급식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찬성의 근거는 무엇인지
반대의 근거는 무엇인지
그걸 그리도 열심히 공부하더라

그러더니 기자회견을 하더라
그 동안 배운 내용을 차곡차곡 담아
그 동안 키운 생각을 차곡차곡 담아
그렇게 열심히 의견을 말하더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알지
내 친구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내 친구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내 친구들이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제일 잘 알지

신안면 외송리에 있는 그 작은 학교에서
앙칼진 골바람이 부는 그 작은 학교에서
보일러가 고장난 그 작은 학교에서
농사짓고 시 쓰는 그 작은 학교에서
내 친구들이 세상을 향해 얼마나 용기 냈는지

그걸 선동이라 말하고
귀족이라 부르고
종북, 반사회적 인간으로 매도하는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우린 밥에서도 배운다
- 산청 간디고등학교 2학년 허바다

피켓 시위 끝나고 창원 이모 집에서 진하, 은진, 세현, 민성, 형주, 석원, 선율, 민웅. 비 맞은 거지들이 옥탑방에 둘러앉아 비바람에 장단 맞추며 흥겹게 노래한다. 그 와중에 이모는 엄마랑 통화한다.
"여어에 텔레비에 데모한다꼬 나오는 아아들 다 와 있다. 거서 글 읽은 아랑, 피켓 든 아랑, 행진한 아아들 다 와 있는데, 느그 딸은 식판 들고 있데, 어린 아아들이 고생 많았겠제. 여서 뜨신 밥은 챙겨믹일 게 집 가거든 아 좀 잘 챙기라."

이 시대의 귀족
- 산청 간디고등학교 재학생

나더러 귀족이란 말은 또
처음 들었다.
하긴 이렇다 저렇다 한다고
예, 예, 하고 따를 줄 알았겠지.
이것은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
과연 사람 참 잘 보셨다.
(비록 비 새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지만)

우리는 옳고 그르다 목소리를
제대로 낼 줄 아는
주인이다.
귀족이다.


#무상급식#간디고등학교#홍준표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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