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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학> 겉표지
<천사학>겉표지 ⓒ 문학동네
하느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과 한자리에 들어 그들에게서 자식이 태어났는데, 그때와 그뒤에도 세상에는 네피림이 있었다. 그들은 옛날의 용사로서 이름난 장사들이었다.
- 창세기 6장 4절 -

구약성서에는 위와 같이 네피림(Nephilim)이란 존재가 언급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지상으로 내려온 남자 천사들이 인간 여자들과 섞인 결과 탄생한 생명체라는 설이 있다. 일종의 '이종교배'의 결과물이다.

이런 교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일단 건너뛰자. 창세기의 이야기처럼 네피림들은 용사이자 장사였다. 일반 사람들보다 키가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수명도 인간보다 길었다. 흔히 말하는 '거인족'이었던 것이다. 다윗과 맞서 싸웠던 골리앗도 네피림이었다는 설이 있다.

인간과 사랑에 빠진 천사들은 모두 남자였다. 여자 천사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고, 그 대가로 천국으로 돌아가서 지금까지 머물고 있다고 한다. 대신에 인간과 사랑에 빠진 남자 천사들은 그 벌로 영원히 지상에 남게 되었다. 그들은 천국 대신 열정을 택한 것이다.

지상에 살고 있는 천사의 후손들

이런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 네피림의 후손들, 천사의 후손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동안, 수천 년 동안 세대를 거듭하면서 네피림 특유의 속성은 점점 퇴화되고 사라졌을 것이다.

대니얼 트루소니는 자신의 2010년 작품 <천사학>에서 이 천사의 후손들이 지금까지 비교적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면서 이어져오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 후손들은 특유의 방법으로 수많은 재산을 모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부유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대신에 고민도 있다.

인간과의 계속된 이종교배로 인해 이들 사이에 질병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 병은 이들의 순수성을 꾸준히 파괴한다. 이 질병의 치료법을 찾고, 종족의 번성을 위해서 이들은 고대로부터 전해져오는 한 가지 보물을 찾으려고 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23살의 수녀 에반젤린. 그녀는 종신서약을 하고 뉴욕의 한 수녀원에서 생활한다. 에반젤린은 알지 못하고 있지만, 이 수녀원은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천사학 관련 단체다. 어느날 에반젤린에게 젊은 미술사학자가 찾아온다.

그는 수십 년 전에 이 수녀원의 원장과 후원자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수녀원에 보관 중인 자료들은 함부로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것. 이때부터 에반젤린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네피림 후손들과의 추격전, 고대의 보물을 둘러싼 싸움이 시작된다.

작가가 묘사하는 천사들의 모습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천사학(Angelology)'이란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학문이다. 글자 그대로 천사에 대해 연구를 하는 학문이다. 천사의 계급과 지위, 조직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를 한다. 악마 역시 한때는 천사였지만 타락한 존재라고 하지 않던가.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하면, 천지가 창조되고 20초 후에 타락천사들이 지상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20초 동안 순수하고 완벽했던 것이다. 그 20초 후에 타락천사들이 그 완벽함을 무너뜨리고, 선과 악 사이의 끔찍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우리들은 그 나머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창세기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천사의 후손들이 지금껏 혈통을 이어오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작품 속에서 묘사하는 천사의 후손들도 인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욕심이 많고 종족의 번성을 위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그리고 천사학자들을 증오하며 이들을 없애지 못해서 안달이다.

살면서 천사를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귀신을 만날 가능성과 비슷할 것이다. 그래도 작품을 읽으면서 천사란 어떤 존재인지 알아두는 것도, 한 번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혹시 자신이 천사의 후손일지도 모르지 않나.

덧붙이는 글 | <천사학> 1, 2. 대니얼 트루소니 지음 / 남명성 옮김. 문학동네 펴냄.



천사학 1

대니얼 트루소니 지음, 남명성 옮김, 문학동네(2013)


#천사학#대니얼 트루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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