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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여론은 '최악' 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가 한창이다. 흔치 않은 일이다. 인사청문회 직후의 민심은 그에게 부적격 심판을 내렸다. 이를 보도한 <한겨레> 2월 14일자 1면
▲ 시중 여론은 '최악' 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가 한창이다. 흔치 않은 일이다. 인사청문회 직후의 민심은 그에게 부적격 심판을 내렸다. 이를 보도한 <한겨레> 2월 14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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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이 많았지만 16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진행된다. 병역의혹과 부동산 비리의혹 등이 터져 나왔고, 비상식적인 언론관이 막판에 폭로됐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유례없이 싸늘하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인 51.9%가 '총리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찬성은 38.7%였고, 지역별로는 그의 지역구가 있는 충청권 빼고는 '반대' 분위기가 강하다.

'시중 여론 최악'인 총리 후보자 이완구와 야당의 고민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수치상 드러난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심상정 의원은 "(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한) 안대희, 문창극씨가 억울해 할 것"이라며 이완구 후보자를 비판했고, 이상돈 교수 역시 안대희, 문창극씨 등은 "자존심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났다"며 "이완구 후보자는 그것도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할 만큼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역대 총리 후보자 중에서 최악이다.

16일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결과는 어떠할까? 이 전망에 결국 야당의 대응전략이 결정될 것이다.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재적 의원 과반(148명)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면 이완구 후보자는 총리가 된다. 15일 새누리당 지도부 전망에 따르면 소속 의원 158명 중 수감된 2명과 이 후보자 본인을 제외한 155명이 출석 예정이다. 해외 출장 중인 의원들도 내일 국회일정에 맞춰 귀국하는 등 청와대에 절대협조를 약속한 김무성-유승민 조의 노력이 눈물겹다.

반란표가 일부 나올 것이다. 이미 이재오 의원은 노골적으로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그러나 차기를 꿈꾸는 김무성 대표는 내부 표단속을 할 것이고 이변에 가까운 반란표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친이계'의 호쾌한 선상반란을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원외교 국정조사에서의 '이명박 전 대통령 증인출석' 문제 등은 오히려 친이계가 친박의 협조를 구해야 할 사안이다. 친이계 입장에서는 더 큰 것을 위해서 작은 것에 협력해야 할 상황이다.

'반란표'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고민이 더 큰 대목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최악이다. 그러나 충청권 정서를 고려해 새정치연합의 십여 명의 충청권 의원들이 '동의'에 가세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야당의 최대 고민은 '동의안 찬성수'가 새누리당 출석의원수인 155명을 웃도는 경우이다. 최악의 총리 후보자가 새롭게 거듭나는 순간이다. 바로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표결 불참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박근혜의 선택, YS 제명의 데자뷔

26년 전 아버지의 선택, YS제명 당시 야당총재였던 YS가 <뉴욕타임즈>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공화당은 그를 제명해 버렸다.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1979년 10월 5일자 1면
▲ 26년 전 아버지의 선택, YS제명 당시 야당총재였던 YS가 <뉴욕타임즈>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공화당은 그를 제명해 버렸다.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1979년 10월 5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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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는 이미 나왔다. 과반수 이상의 국민이 그의 '부적격'을 선언했다. 여론을 중시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그의 지명을 철회하거나, 앞선 두 명이 그러했듯이 그 스스로 물러나도록 했어야 했다. 지금의 국민여론이 그의 실언과 실수 때문이 아닌, 각종 '의혹'과 언론관 때문이 아닌가. 낙마한다고 해도 억울하지 않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그의 강행을 밀어붙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거듭 등장해서 "총리가 임명되면 개각도 있고, 청와대도 개편할 수 있을 것"이란 발언을 했다. 청와대 개편은 애초부터 총리 임명과 관련 없는 사안이고, 개각은 현재 정홍원 총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후임이 임명돼야 개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여론이 어떠하든 '국무총리=이완구'로 밀고 나가는 박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궁금할 것이다. 도대체 이완구 같은 이런 인사를 왜 임명했는가? 지난해 12월 7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오찬 자리에서 원내대표 이완구가 박 대통령을 지칭하며 낯선 '각하'란 용어를 세 번이나 언급했기 때문인가. '국무총리가 되고 싶어서 각하라 칭했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었다.

16일 이완구 총리가 탄생하는 경우, 박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짐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참고할 만한 역사가 존재한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1979년 'YS 제명사건'이 데자뷔로 연상되는 것이다.

당시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인 YH여공들을 진압하기 위해 8월 11일 진압병력이 투입된다. 천여 명의 경찰이 투입됐고 그 과정에서 한 명의 여공이 사망했다. 김영삼 총재 역시 끌려 나갔다. 박정희 정권은 야당 당사를 경찰병력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유린한 것이다.

분노한 YS는 '박정희 정권 타도를 위한 범국민적 항쟁'을 선언한다. 연장선상에서 9월 16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이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초강경 발언을 했다. 박정희가 발끈하자 이에 공화당이 총대를 메고 YS 발언을 '사대주의' '반국가적 발언' 등으로 규정하고 '의원직 제명'을 추진한다. 결국 79년 10월 4일 YS는 여당에 의해 제명처리 된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부마항쟁이 촉발됐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총리 후보자 찬반 지지'를 물었던 적이 있었던가.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더 물을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YS를 제명하는 초강수를 뒀듯이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민들 비판여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강행'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 야당이 표결에 불참하고 이완구가 무난히 총리에 임명된다면 '독선' '불통' 이미지가 부각돼 추락한 지지율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 될 것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권력자의 선택은 늘 그 결과가 엄중했다. 이완구 총리가 임명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다면 박 대통령은 이 선택을 어떻게 회고할 것인가. 왜 이런 인사를 강행하는 것인지 '간단치 않은(이완구 후보자가 입버릇처럼 하는 표현)' 뭔가가 있는 모양새다.


#이완구#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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