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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 스님 지난 29일 오후 진관 스님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슬픈 현실을 담은 시집 '바지선 기러기'를 출판한 이유를 설명하고 잇다.
진관 스님지난 29일 오후 진관 스님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슬픈 현실을 담은 시집 '바지선 기러기'를 출판한 이유를 설명하고 잇다. ⓒ 김철관

오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시집으로 기록한 책이 나왔다.

지난 1월 13일 조계종 스님들의 교육을 책임질 '교수아사리'로 선정돼 화제를 모은 조계종 진관 스님이 <바지선 기러기>(한강, 2015년 1월)를 출간했다.

개인적으로 스물네 번째 시집이기도 한 <바지선 기러기>는 세월호 참사 때 불교계가 차린 진도 팽목항 천막 법당에서 육신을 맡기면서, 실종자 가족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바지선을 오가면서 느낀 세월호 참사의 슬픈 현실을 시로 표현했다.

스님이 원고를 마무리할 무렵인 지난해 10월 28일, 마침 이 날이 생일인 단원고 고 황지현양이 세월호 선내 4층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돼 수습됐다. 스님은 지현 학생이 바다에서 나왔다는 소식에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아직도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의 명복을 빌며 세월호의 아픔을 시집에 남겼다고 후기를 통해 밝히고 있다.

시집 표지에는 거친 파도 위에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9마리 기러기가 보인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를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 시집 제목 '바지선 기러기'의 진정한 의미는 뭘까.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서울 종로 조계사 불교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진관 스님을 만났다. 그는 한마디로 '기러기 보다 못한 인간의 잘못된 행동'을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러기가 날아가다 인간들이 총을 쏘아, 한 기러기가 부상을 당하면 날다가 내려온다. 내려와 다친 동료 기러기를 치료를 하고, 죽으면 묻어 주고 떠난다. 기러기 같은 짐승도 그렇게 하는데, 인간들이 하물며 바다에 빠져 있는 인간을 너무 홀대했다.

기러기 보다 못한 인간들의 잘못된 행동들을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러기의 협동심보다 못한 인간의 협동심을 말하고 있다. 또한 진도 팽목항에서 시신을 수습하기위해 간 잠수부들을 따라 다섯 번의 바지선을 탔다. 그래서 팽목항의 바지선과 기러기를 합쳐 '바지선 기러기'라고 시집 제목을 정했다."

다음은 시집에 소개한 '잘 가거라'라는 시이다.

표지 표지이다.
표지표지이다. ⓒ 김철관
잘 가거라

진도 바다 깊은 물속에서 찾아낸 이들아
청년아

노동자의 몸으로 살자 서원 세운 것도 아니고
대학에 다니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던
가난한 삶

그것이 오늘의 죽음
청년의 꿈도 이루어 보지 않고
그렇게 쉽게 가다니

한 때는 온갖 미래의 꿈
철학자 화가 시인
정치
선장

많은 꿈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져 버린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 왔구나

기다리는 부모도 없는 몸으로
그렇게 삶을 살아야 하는 몸
잘 가거라
잘 가거라

아무런 말하지 말고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러기처럼
그곳으로 가렴아.

진관 스님은 "인간의 애정과 사랑을 표현할 때 기러기를 연상한다"며 "결혼식을 할 때, 기러기 두 마리를 마주 보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우리 인간들이 기러기만도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인간애를 회복시켜주는 의미에서 세월호 아픔을 시집 '바지선 기러기'에 담았다"고 말했다.

진관 스님은 시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선장의 책임에 대해서는 자신이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선장이었다. 팽목항은 많은 봉사자들이 있었고, 불교계가 차린 팽목항 법당에서 나의 육신을 맡기고 세월호 가족들과 고통을 함께 나눴다. 내가 그들에게 봉사해야할 것은 그들을 위한 시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종사 스님으로 잘 알려져 있고, 팽목항에서 함께 봉사를 한 '현해' 비구니 스님이 시를 쓸 때 많은 조언을 했다고도 했다.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봉사를 시작한 현해 비구니 스님이 진언이 있었다. 특히 시집 제목을 정하는데도 일조했다. 팽목항에서 그와 봉사를 같이 했고 바지선을 다섯 차례 방문했던 인연으로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을 위한 시집을 발간하는데 많은 조언을 했다. 시집제목 '바지선 기러기'는 현해 스님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인간들도 기러기의 협동심을 배워야한다"며 "시집 '바지선 기러기'는 세월호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그 죽음을 생각하면서 협동심이 부족한 인간들에게 경고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관 스님은 "오는 3월 16일부터 4월 16일까지 한 달 간을 세월호 참사 추모기간으로 정하는 운동을 펼치고 싶다"며 "시집 출판기념회는 추모를 첫 시작한 3월 16일에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시집 <바지선 기러기>에 소개된 시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그림 29일 오후 화가인 진관 스님이 세월호 참사의 아픈 현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29일 오후 화가인 진관 스님이 세월호 참사의 아픈 현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 김철관
바다야 파도야 멈추어라

바다야 파도야 멈추어 다오
세월호가 침몰해 있는 진도 앞바다 물살이
요동치고 있다고 그런다.

깊은 바다 속인데 물살이 그렇게
빠르게 달리나

임진란 때에도
일본 함대도
진도 앞바다를 지나지 못해

세월호가 그 바다에서
견딜 줄 알았나
훈련도 아니고

바다 밑에서 밀려왔다가 밀려서 가는 통나무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게 한 죄업
바다야 파도를 멈추게 하라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은
바다 멀리에서
목메이게 부르고 있는데
아직도 대답이 없구나

돌아오지 않고 있는 선생님들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돌아오세요, 선생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사랑해요 선생님.

<바지선 기러기>는 제1부 진도야 말하라, 제2부 바람 앞에 서면, 제3부 팽목항에 서서, 제4부 바지선 기러기, 제5부 용서를 빌며, 제6부 바다를 바라보니 등으로 구성했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100여 편 시를 실었다.

시인, 수필가,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진관 스님(문학 박사, 철학 박사)은 현재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동산의 불교계 정화운동 연구>, <고구려시대 불교수용자연구>, <고려전기 불교사 연구>, <청담대종사의 실천불교사상 연구> 등 한국불교 역사에 대한 많은 저작을 남겼다. 지금까지 스물 네 권의 시집과 수필집 <부처님이시여 우리 부처님이시여>, 동화집 <스님 사랑해요>를 출판하기도 했다.


바지선 기러기

진관 지음, 한강(2015)


#진관 스님#바지선 기러기#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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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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