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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냈다. 회고록의 여러 내용 중 사람들의 관심을 끈 부분은 현재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한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이었다. 이중 4대강 사업에 대한 회고록의 핵심 주장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한 재정투자이며, 4대강을 살린 환경개선 사업이었다."

과연 그러한가? 4대강 사업으로 환경이 개선되었다는 주장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흐르는 물을 가두어놓고 물이 맑아졌다고 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뒤집는 기상천외한 '궤변'에 불과하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지금 4대강이 어떻게 신음하고 있는지는 여러 성실한 기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의 실태 조사에 의해 이미 낱낱이 드러났고,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도 드러난 그대로다. 그렇다면 과연 22조 원이나 쏟아 부었고 앞으로도 매년 7천억 원씩 소모될 4대강 사업이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계기였는가.

장하성 교수의 저서 <한국 자본주의>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의 극복에는 당시 한국에 축적되어 있던 사상 최대의 외환보유고(2008년 3월 기준 2642억 달러)와 주변국과 맺은 통화 스와프 협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자는 금융위기가 외환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을 제거한 요인이었고, 후자는 외환보유고 감소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시킨 요인이었다. 또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그 자체 유럽·미국을 강타한 것이었지, 동아시아 국가들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미쳐 실물경제의 위기로 연결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금융위기 극복의 공은 차라리 당시까지 사상 최대치의 외환보유를 가능케 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은 2008년 금융위기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재벌 대기업을 위해 펼친 고환율정책은 원화가치 급락을 유발하여 금융위기 도래 이후 외환보유고의 급격한 감소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이 금융위기 극복에 일조했다는 주장은, '경제대통령'을 자처한 이명박 스스로가 얼마나 경제에 무지했는지를 드러내는 사례에 다름 아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추진의 명분으로 홍보한 내용은 하천 생태계 복원, 가뭄 및 홍수 예방 등의 치수효과, 일자리 창출 등이었을 따름이다.

즉, 이명박은 집권 당시 4대강 사업을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4대강 사업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했다는 주장은 머리를 쥐어짜낸 철면피한 변명일 뿐이다.

설령 이명박 주장처럼 4대강 사업이 금융위기 극복에 공헌했다고 하더라도, 22조 원의 비용이 들여가며 아니 미래에도 매년 7천억 원씩 쏟아 붓는, '전 세계 어느 국가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극복했다. 이것은 스스로 '무능한 경제대통령'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더구나 4대강 사업이 종료된 2012년 이후 그 덕분에 국가와 서민들의 경제 사정이 좋아졌다고 체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그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되돌릴 수 없게 된 4대강의 수질과 그 주변 자연환경에 미친 재앙을 앞으로 감당할 비용까지 생각할 때 4대강 사업의 비용은 단순히 22조로만 규정할 수 없다. 예컨대 수질개선 사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의 경우 4대강 사업 이전에는 2조 수준에 불과했으나 사업 이후에는 3조 대를 돌파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이미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내세웠던 명분들이 하나 둘씩 허구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4대강 사업에 대해 국민들이 제기하는 의문은 22조 원이라는 당시 한해 국가예산의(2008년 국가예산은 총 260조였다) 11분의 1에 달하는 천문학적 국고를 퍼붓고, 한국수자원공사가 2013년 14조라는 빚더미(2008년 수자원공사의 채무는 2조에 불과했다)를 떠안게 된 4대강 사업이 과연 근원적으로 필요한, 의미를 지닌 사업이었는가 라는 점에 있다.

이는 곧 4대강 사업이 그 자체 이명박의 치부를 위한 비리가 아니었느냐 라는 의문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 논점을 회피한 채 4대강 사업의 공과를 논의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여름에도 4대강은 예외 없이 녹조와 큰빗이끼벌레로 뒤덮일 것이다. 하기야 "녹조가 생긴 것은 수질이 나아졌다는 뜻"이라고 서슴없이 내뱉는, 정신감정이 필요한 인격의 소유자에게 백 마디 말을 해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 딱 한 마디만 해두고 싶다.

그 따위 얄팍하고 허접한 잔꾀로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 그대는 우리 국민의 영원한 수치다.

덧붙이는 글 | 다음 회에는 회고록의 자원외교 부분에 대한 검토와 이명박 정권 청산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볼 것입니다.



#이명박 회고록#4대강사업#기만#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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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시민. 사실에 충실하되, 반역적인 글쓰기. 불여세합(不與世合)을 두려워하지 않기.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기. 내 삶 속에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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