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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지에 부들과 갈대, 물억새가 자라있다. 습지에 가까울 수록 부들이 많고 그다음이 갈대, 땅에 가까울 수록 억새가 자란다.
습지에 부들과 갈대, 물억새가 자라있다. 습지에 가까울 수록 부들이 많고 그다음이 갈대, 땅에 가까울 수록 억새가 자란다. ⓒ 전형우

김포공항 습지는 수도권의 유일한 자연 습지다. 이 곳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새들이 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 습지를 메워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골프장 개발은 오는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점차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5일, 부천 녹색당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김포공항 습지를 찾아가 봤다. 

습지는 서울 강서구와 경기도 부천시의 경계에 걸쳐있다. 부천시의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자 탁 트인 평야가 나왔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 바로 옆에 이런 평야와 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높은 빌딩들 뒤에 가려 있기 때문이다. 겨울의 습지는 물이 말라붙고, 갈대가 자란다. 누런 색 갈대로 뒤덮인 습지는 생명이 모두 소멸한 것처럼 보이지만, 땅 속의 생명들은 봄을 기다리며 긴 겨울을 나고 있었다.

멸종 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날아오는 김포 습지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쇠박새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쇠박새 ⓒ 전형우

날이 흐려 새들이 많이 날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도 꽤 많은 종류의 새를 만날 수 있었다. 김포공항 습지에는 다양한 종류의 철새와 텃세가 머문다. 작은 새들은 무리를 지어 다녔다. 도시에서 사라져 버린 참새 떼가 습지에 남아 있는 씨앗을 먹으려고 이리저리 날았다. 멧비둘기들은 나무 꼭대기에 모여 앉아 있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집비둘기보다 더 깨끗했고, 좀 더 날렵했다. 습지에는 멸종 위기종인 큰기러기들이 날아오기도 하고,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와 황새도 날아다닌다.

얼핏 보면 작은 새는 모두 참새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방울새나 박새도 있었다. 박새에도 줄무늬와 색깔에 따라 쇠박새, 진박새 등으로 나뉜다. 김포공항 습지에는 작은 새뿐 아니라 맹금류도 산다. 황조롱이와 개구리매, 말똥가리 등이 사는 것으로 파악된다. 흐린 날에는 맹금류가 날지 않는다. 상승 기류가 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동행한 고대현씨는 "이런 날에는 가만히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 맹금류에게 이득이에요. 혹시 사냥하려 했다가 실패하는 날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죠. 야생에서의 사냥은 생존이 걸린 절박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고씨는 대학 시절부터 10여 년간 새를 보아왔고, 지금은 멀리 날아가는 것만 봐도 무슨 새인지 안다. 고씨의 망원경 속으로 나무에 앉아 있는 말똥가리가 잡혔다. 말똥가리는 지척에 자신의 먹이인 멧비둘기들이 앉아 있어도 사냥을 포기하고 있었다. 고씨의 망원경에는 동그란 머리에 부리가 송곳처럼 뾰족한 노랑지빠귀도 잡혔고, '빨간 팬티'를 입고 있는 오색딱따구리도 보였다.

 말똥가리와 멧비둘기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말똥가리와 멧비둘기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 전형우

김포공항 습지에는 31종의 법정 보호종이 산다. 이는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지정한 생물들이다. 겨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봄이 오면 다시 나올 금개구리는 멸종 위기 야생 동물 2급이다. 금개구리는 특정 권역 안에서만 살기 때문에 멸종되기 쉽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옆에 습지가 있으면 새들이 날아와 항공기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한다.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사고를 줄이기 위해 골프장을 짓는다고 하지만, 골프장을 지어도 새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을 만드는 주된 이유는 개발로 인해 얻는 이익 때문이다. 생태보전시민모임, 부천YMCA 등 김포공항 습지 매립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골프장은 소수를 위한 것이지만, 습지를 그대로 두고 생태 공원을 만들면 모든 시민이 찾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개발의 논리는 힘이 세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하는 주민도 많다. 인간의 삶도 팍팍해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지금, 어떻게 철새와 금개구리를 말하고, 생물 다양성의 소중함을 사람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

일단 시민들에게 김포공항 습지를 알리고, 직접 찾아가보는 것이 첫걸음이라 생각했다. 답사에 동행한 대여섯 명의 사람들은 습지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보았고,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김포공항 습지에서 만난 새들 또한 모두 다르게 울었다. 어떤 새는 포르르, 까악, 어떤 놈은 구-구-.

 김포공항 습지위로 비행기가 날고 있다.
김포공항 습지위로 비행기가 날고 있다. ⓒ 전형우



#김포공항습지#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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