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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와 자취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빠른 년생으로 졸업했을 때는 미성년자였고, 아르바이트 경력이 없었던 탓에 일자리를 구하기 매우 힘들었다.

돈 500만 원을 들고 집을 나왔는데, 생활을 하려니 당장 돈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아는 분이 '편의점 점장'이라는 얘기를 듣고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시간은 오후 3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6개월 동안.

내가 일하게 된 곳은 신촌에서 홍대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편의점이었다. 주로 단골들이 많이 왔지만 금요일에나 손님들이 몰려 평소에는 매우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주로 책을 읽었는데 한 달에 책 4권 이상 읽을 수 있었다.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손님이 별로 없는 이 편의점이 좋았다. 진상손님만 오지 않으면 말이다.

[진상 손님 퇴치법①] 경찰 신고로 맞대응하기

편의점 카운터에서 본 물건진열대 평화로운 편의점의 최대의 적은 아마도 진상손님일 것이다.
▲ 편의점 카운터에서 본 물건진열대 평화로운 편의점의 최대의 적은 아마도 진상손님일 것이다.
ⓒ 강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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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처음 보는 아주머니께서 편의점에 왔다. 단골손님이나 종종 오는 손님들 얼굴은 대충 익히고 있었는데, 그 아주머니는 처음 봤다. 아주머니는 물건을 고르지도 않고 카운터 앞으로 오시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 아까 여기서 음료수 샀는데 돈으로 바꿔줘."

영수증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그런 거 없다"며 빨리 돈으로 바꿔달란다. 우선 바코드를 찍어보니 2천 원에 1+1 행사를 하는 물품이었다. 영수증을 찾아보기 위해 위해 몇 시에 샀는지 물어보니 12시쯤 샀다고 한다.

영수증을 조회한 결과 그 시간 대에는 음료수가 한 번도 팔리지 않았다. "이곳에서 산 물품이 아닌 것 같다"고 하니 사실 3시쯤 산 것 같단다. 이때부터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오후 3시까지 다시 조회를 해보았는데 음료수를 판 내역은 없었다. "환불을 못하겠다"고 하니 이제는 뒤에 있는 담배로 바꿔달란다. 당연히 안 되는 일이었다. 그것도 "못한다"고 하니 갑자기 "점장 불러"라며 소리를 질렀다. 점장님께 전화를 해 여쭤보니 절대 주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도 아주머니는 계속 나를 쳐다보며, 자꾸 기분 나쁘게 뭐라뭐라 중얼거렸다.

결국 "경찰을 부르겠습니다"라며 경찰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신고했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갑자기 나가버렸다. '아! 이런 짓을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에 문을 막았더니 아주머니는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쌍욕을 하며 가버렸다. 그날 하루는 정말 '멘붕'이었다.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진상 손님 퇴치법②] 종교인은 단호하게 거절하기

두 번째 에피소드 역시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에 써본다. 편의점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손님은 물건을 고르는 척 하다가 다른 손님들이 다 나가자 카운터 쪽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자기가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인데, 혹시 들어볼 생각이 있느냐는 거였다. 너무 심심하기도 했고, 편의점에서 혼자 있는 게 외로웠던 나는 '어떤 내용인지나 들어보자' 싶어 말해보라고 했다.

'OO교'의 교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워낙 옛날부터 한 번 잡히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탓에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약속을 잡고 있었다. 정말 순간이었다.

너무 당황해서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부모님은 "미쳤냐, 절대 나가지마"라며 신신당부하셨다. 우선 약속을 취소했지만, 그 뒤로 2번 정도 더 찾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사건을 그로부터 몇 주 뒤에 터졌다. 다른 여성분이 찾아오더니 다짜고짜 어떤 설명도 없이 빨리 '의식'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의식을 지금 치르지 않으면 어떤 불행이 닥칠지 몰라요. 제사를 지내면 되는데, 상에 올릴 음식 비용을 내면 돼요."

비용은 10만 원이 넘었다. 이때 '아! 이렇게 사람을 유혹해 내 돈을 뜯어내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과 말하기 싫다"며 나가라고 했다. 그 뒤로 다시는 접근을 하지 않았다. 편의점 일하시는 분들이여, 제발 특정 종교 교리 이야기가 하는 분들은 정신 똑바로 처리고 상대하시라.

이런 진상 손님은 사절입니다!
지난 10월 25일, 알바상담소 서포터즈들이 홍대 거리로 나섰다. 서포터즈들은 '알바할 때 이것 때문에 열 받았다'라는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알바들은 어떨 때 열받을까? 100여명이 열받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알려줬다. 알바들이 싫어하는 진상손님 유형들은 다음과 같다. 혹시 당신은 어느 유형?

▲알바라고 무시하며 무조건 반말하는 손님 ▲술 마시고 진상부리는 손님 ▲옷 입어보고 아무데나 막 던져 놓는 손님 ▲알바에게 상품 질 따지는 손님 ▲이유없이 화풀이하는 손님 ▲아무데나 토하는 손님 ▲물건(음식) 시켜 놓고 취소하는 손님 ▲손님이 실수한 건데 알바에게 사과하라고 할 때 ▲택 떼고 영수증 안 가져오면 교환 안 되는데 자꾸 교환해달라는 손님 ▲ 귀엽다고 엉덩이 때리는 손님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알바노조 조합원입니다. 이 글은 홍대 알바들을 위한 매거진 <놀이터 알>에도 중복게재 되었습니다.



#편의점#편의점알바#알바#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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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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