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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 김선일씨 피살사건부터 최근에는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 미군에 의한 평택 민간인 수갑 사건 법률대응, 미군주둔비부담금 특별협정 대응, 기지촌 피해 여성들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들은 모두 '미군'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와 함께 대표적인 불평등조약으로 꼽히는 '한미 SOFA' 개정이 왜 시급한지, 조항별로 꼼꼼히 따져봅니다. [편집자말]
2001년 1월 2일 서울 용산미군기지 인근 녹사평역 집수정에서 휘발유와 등유 등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미군은 1년을 훌쩍 넘긴 2002년 5월 말에서야 미군기지로부터 휘발유가 유출된 사실만 시인했다. 등유 유출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그 오염 원인을 밝히기 위해 농업기반공사와 공주대학교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미8군 영내에서 사용하는 유종이 지하수 흐름에 따라 녹사평역으로 흘러간 것으로 2003년 5월 최종 확인되었다.

대한민국에 손해배상소송하는 서울시

 2012년 10월 부평 미군기지 관련 국방부 앞 기자회견 모습.
2012년 10월 부평 미군기지 관련 국방부 앞 기자회견 모습. ⓒ 인천녹색연합

[사례①]
기름 유출 이후 매년 시 예산으로 오염을 정화한 서울시는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네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을 상대로 '정화비용을 반환하라'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하수 오염 조사 및 정화비용'에 대해 정부가 총 47억 원 가량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관련기사: 가해미군이 피해자에게 수갑...왜 아직도 이 모양인지?).

그러나 위 사례에서 농업기반공사와 공주대학교가 실시한 조사와 이에 대한 오염 정화는 용산기지 외부의 오염에 대한 것뿐이다. 기지 내부는 우리나라 행정관청이 직접 조사할 수 없다. 이 말인즉슨, 향후에도 미군기지 내부에서의 오염이 기지 밖으로 유출되어도 미군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말이다. 결국 서울시는 미군기지 밖으로 유출된 오염만 정화하고, 오염이 발생할 때마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그 비용을 환수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 현실이다.

왜 이럴까? '주한미군 등이 대한민국 정부 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한미SOFA 제23조 제5항 및 '한미SOFA의 시행에 관한 민사특별법' 제2조에 의하여, '제3자'에 해당하는 서울시는 미군에 직접 정화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미군 측은 기지 내부의 자체 정화는 이미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 측이 제대로 정화했는지 우리로서는 검증을 할 수도 없다. 반복되는 서울시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기름은 여전히 미군기지 주변으로 계속 유출되고 있다. '정화가 이미 끝났다'는 미군 측의 주장을 믿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기지 내부의 오염 중 극히 일부가 외부로 흘러나온 것 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지 내부의 오염 정화 비용은 서울시가 대한민국으로부터 배상받은 47억 원을 훨씬 초과할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 2011년 8월 5일 캠프 캐럴 미군기지에서 고엽제 매몰 여부를 조사 중인 한미공동조사단이 고엽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 8군 사령부 2번 게이트 앞에서 '주한미군고엽제등환경범죄진상규명과원상회복촉구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공동 조사는 믿을 수 없다"며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1년 8월 5일 캠프 캐럴 미군기지에서 고엽제 매몰 여부를 조사 중인 한미공동조사단이 고엽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 8군 사령부 2번 게이트 앞에서 '주한미군고엽제등환경범죄진상규명과원상회복촉구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공동 조사는 믿을 수 없다"며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사례②] 경북 왜관의 캠프 캐럴 미군기지에서 근무한 퇴역 미군 스티브 하우스가 2011년 5월 미국 애리조나주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78년경 고엽제를 매립하였다'고 한 발언이 뒤늦게 국내에 알려졌다. 베트남전에 사용된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고엽제 드럼통 250여개를 2개월에 걸쳐 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2011년 5월부터 12월 사이에 실시된 기지 내부 한미공동조사는 너무나도 허무한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고엽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고, 다만 발암물질인 TCE(트리클로로에틸렌)와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 등이 일부 지점에서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해 검출되었다는 점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조사는 여러 모로 한계를 드러냈다. 첫째, 미군 측은 파묻힌 드럼통과 그 주변 40~60톤 가량의 흙을 1979년부터 1980년까지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처리했다고 하였는데, 그 옮겨진 드럼통과 흙의 행방은 결국 밝히지 못했다.

둘째, 한미공동조사단이 고엽제에 함유되어 있는 TCDD(독성이 강한 다이옥신으로 알려진 테트라클로로디벤조-파라-다이옥신)가 미량이기 때문에 고엽제 매립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는 점이다. TCDD의 농도가 표토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점 증가하다가 지하 2~5m에서 최고값을 보인 지점이 발견되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이동수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것은 오히려 고엽제 매립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데도 조사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TCE와 PCE가 발견되었는데도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세 번째 한계이다.

2001년 제정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는 '미군기지에 대한 출입은 한미합동위원회에서 수립되는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합동위원회가 2002년 작성한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절차'에서는 미군 측 위원장이 조사자의 명단을 승인해야 출입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미군 측의 협조 없이는 미군기지 내 출입과 조사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부산민권연대 등은 9일 오전 부산 연지동 부산시민공원(옛 미군 캠프 하야리아) 부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양 오염 의혹 해소와 완전한 오염 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민권연대 등은 9일 오전 부산 연지동 부산시민공원(옛 미군 캠프 하야리아) 부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양 오염 의혹 해소와 완전한 오염 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민규

[사례③] 부산의 캠프 하야리아 미군기지는 2006년 폐쇄되어, 2010년 1월 부산시에 반환되었다. 그 이후 2014년 5월 1일 부산시민공원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이곳은 2006년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에 따라 환경오염조사를 위한 시료채취가 약 75% 진행되던 중 미군 측의 출입거부로 조사가 중단되었다가, 2009년 3월 19일 작성된 '공동환경평가절차서(JEAP)'(반환절차 중 하나)를 처음으로 적용하여 환경오염조사 및 위해성평가가 실시되었다.

이 조사에서 전체면적 53만3830㎡ 중 오염토량이 1356㎡(0.26%)으로 밝혀져 약 3억 원의 정화비용을 예상하였다. 그러나 반환 이후인 2011년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 오염토량은 9만5877㎡(17.96%)으로, 실제 정화비용만 146억여 원으로 확인됐다. 이 비용은 우리나라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왜? 위에서 언급한 한미SOFA와 '한미SOFA의 시행에 관한 민사특별법' 규정 때문이다.

결국 2000년 발생한 맥팔랜드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으로 비등해진 여론에 따라 미군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001년 이후에 제정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와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절차(부속서A 포함)' 그리고 부속서A를 보완하기 위하여 2009년 작성된 '공동환경평가절차서' 모두 미군기지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 등에서는 '인간 건강에 대해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 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을 초래하는 오염에 한해 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오염이 서서히 축적되는 환경오염의 특성상, 위와 같은 KISE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2000년 용산기지 독극물 방류 제보 사진.
2000년 용산기지 독극물 방류 제보 사진. ⓒ 녹색연합

[사례④] 춘천시민 한 명이 2006년 캠프 페이지 환경오염조사 결과보고서 등에 대해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환경부장관은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2010년 캠프 하야리아의 환경오염조사 결과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환경부장관은 역시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인천녹색연합도 2013년 3월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캠프 마켓(부영공원)에 대한 정밀조사 관련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국방부장관도 앞선 환경부장관처럼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각각의 환경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의 비공개결정에 대해 춘천시민과 부산환경운동연합, 인천녹색연합이 제기한 정보비공개처분취소소송에서, 법원은 세 건 모두 '위법한 처분이므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환경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은 비공개결정을 하며 SOFA 관련 규정에 '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측 위원장의 자료 공개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법원은 '환경부장관이나 국방부장관이 말하는 SOFA 규정('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 등)은 국제법상 효력이 있는 조약으로 볼 수 없어, 이를 이유로 비공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소극적인 행정부의 태도는 적법한 판단도 아닐 뿐만 아니라, 미군기지의 오염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군기지 존립이 위태롭다'는 느낌 들게 해야

위의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사례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문제의 뿌리는 '미군기지를 반환할 때 미군 측은 기존 상태로 원상회복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된 SOFA 제4조에 있다.

이와 더불어 2001년 신설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 등에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을 초래하는 오염에 한해 정화하도록 한 규정도 그 오염의 정화 가능성을 더욱 축소시키고 있다. 따라서 SOFA 제4조와 KISE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가지 이유에서 희망은 있다. 우선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SOFA 제4조는 환경에 관한 규정이 아니고, 미군이 환경오염을 방치한 상태로 기지를 반환해서는 안 된다'고 일관적으로 판시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미군에 기지 내의 토양오염을 정화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이런 판례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주둔기지에 관한 미국 국방부 내부 지침(Department of Defense INSTRUCTION NUMBER 4715.8)에서 미군이 스스로 정화하도록 하는 여지를 두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다시 말해, 미군기지의 정화 책임은 기본적으로 접수국이 지지만, '접수국의 치유 요구를 무시할 경우, 미래 기지 사용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미군 사령관이 추가로 오염정화를 승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여론이 오염에 대한 정화책임을 미군에 물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를 경우, 미군이 그런 여론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이 바로 미군기지 오염에 대해 미군에 책임을 물으려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여론 조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법률센터 부소장, 상근변호사입니다.



#한미SOFA #용산미군기지#미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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