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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조기 출국을 보도하는 AFP통신 갈무리.
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조기 출국을 보도하는 AFP통신 갈무리. ⓒ AFP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서방의 집중 공격을 받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조기 출국했다.

AP, AFP 등 주요 외신은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공동 선언문이 발표되기 전 전용기를 타고 러시아로 떠났다"며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 선언문 발표를 앞두고 홀로 기자회견을 열어 "17일 아침 집무를 시작하기 전에 최소 5~6시간 정도 잠을 자려면 일찍 출발해야 한다"고 조기 출국의 이유를 둘러댔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푸틴 대통령이 'G19 정상회의'를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서방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서 나가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러시아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회의 참석을 위해 전날 호주에 도착하자 작심한 듯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미국, 호주, 일본 3개국 정상은 회담 후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위협에 반대한다"며 "러시아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 피격 사건 책임자를 재판에 회부하라"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이 전 세계를 향한 위협"이라고 비난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놓고 국제법과 조약을 계속 어긴다면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며 "금융, 에너지, 국방 분야 등에서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당신과 악수는 하겠지만 내가 할 말은 오직 한 가지밖에 없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당장 나가라"고 대놓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군이 전혀 없기 때문에 철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맞서면서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의장국으로서 정상회담을 순조롭게 이끌어야 하는 토니 애벗 호주 총리조차 푸틴 대통령과 만나면 럭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하는 '셔츠 프런트(shirt front)'를 가하겠다고 공언했다. 호주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으로 자국민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푸틴 "압박 안 느낀다" 맞불... 갈등 격화

푸틴 대통령도 반격에 나섰다. 앞서 러시아 국영방송은 우크라이나군 전투기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를 향해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라고 주장하며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이날 정례회견에서 "말도 안되는 조작"이라고 일축하며 "러시아가 조작을 통해 진실을 감추고, 피격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는 국제법에 어긋나며 러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도 해롭게 할 것"이라면서 "결국 러시아가 아닌 서방 제재가 우크라이나를 파산시키게 될 것"이라고 맞섰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호주를 떠나는 순간까지 표정 관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서방국들의 공세에) 전혀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방국들과의 갈등 해결은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G20 정상은 '브리즈번 액션 플랜'으로 불리는 공동 선언문에서 ▲ 향후 5년간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현재 추세 대비 2.1% 이상 고지 ▲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회원국 간 조세정보 공유 ▲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서아프리카 에볼라 피해국 지원 확대 등을 담았다.

차기 G20 정상회의는 내년 11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며, 2016년 G20 정상회의는 중국에서 개최된다.


#G20 정상회의#러시아#블라디미르 푸틴#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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