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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역에서 레닌을 만나다

레닌은 오랜 망명생활을 끝내고, 핀란드역으로 귀국해서 러시아혁명을 지휘했다. 나는 '왜 핀란드역이 러시아에 있나?' 항상 궁금증을 가져왔다. 이번 러시아기행을 통해서 그 질문이 말끔히 해결됐다. 러시아에서는 역명을 도착국가, 도착지의 이름에 따서 정한다고 한다. 핀란드역, 벨레루스역, 모스크바역은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기차역 이름이다. 큰 땅덩어리을 가진 러시아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핀란드역 광장 레닌동상
핀란드역 광장 레닌동상 ⓒ 김동규

핀란드역으로 가서 처음 만나는 건 역광장의 레닌 동상이었다. 러시아혁명 당시 핀란드역에 도착한 레닌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레닌이 연설한 자리에 동상이 세워져 있고, 지금도 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변을 바라보고 있다. 역 안으로 들어가면 레닌이 타고온 봉인열차가 지금도 보호유리 속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여기서 기차를 타면 핀란드까지 갈 수 있다고? 오늘밤 한번 무작정 떠나볼까?' 유럽연합 안에서는 무비자로 3개월 동안 여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차표만 끊으면 어디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다니 정말 부러웠다.

 러시아혁명 당시 레닌이 타고온 봉인열차
러시아혁명 당시 레닌이 타고온 봉인열차 ⓒ 김동규

전함오로라와 삼성

레닌과 혁명을 지지하기 위해 포를 쏘아올린 전함 오로라는 아직 건재하다. 전함 오로라가 쏟아 올린 함포가 러시아혁명을 지켜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전함 오로라는 러시아 해군사관학교 앞 네바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전함 오로라 뒤쪽에 자리잡은 건물에는 삼성(SAMSUNG)이 새겨져 있다. 오로라와 삼성. 참 이질적인 두 장면이 오버랩 되고 있다. 이 장면이 지금의 러시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러시아혁명 당시 함포를 쏜 전함 오로라
러시아혁명 당시 함포를 쏜 전함 오로라 ⓒ 김동규

푸틸로프 공장과 피의 일요일

1905년 혁명의 신호탄인 된 푸틸로프 공장으로 갔다. 공장안으로 직접 들어가 보지 못하고, 공장 출입문에 공장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었다. 무기공장에서 농기계공장으로 변화되어 온 푸틸로프의 역사가 느껴졌다. 혁명 당시 1만2천 명 푸틸로프 노동자를 포함한 11만 명이 파업에 참가했다고 하니, 지금과 비교해도 엄청난 규모가 아닌가? 가퐁신부와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단한 삶을 호소하기 위해 짜르(러시아황제)를 만나러 궁전광장까지 행진해 갔지만, 되돌아온 것은 총탄이었다. '피의 일요일' 그것은 혁명의 시작이었다.

 1905년 러시아혁명의 발원지 푸틸로프 공장
1905년 러시아혁명의 발원지 푸틸로프 공장 ⓒ 김동규

겨울궁전 광장에서 힙합을 만나다

러시아황제 집무실과 궁전이 있었던 궁전광장에는 러시아의 젊은이들의 힙합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혁명의 광장과 젊음의 힙합. 푸틸로프 공장에서 핀란드역으로. 전함 오로라의 함포에서 궁전광장의 힙합으로. 혁명의 광장과 힙합이 만나는 곳. 전함 오로라와 삼성이 공존하는 곳. 여기는 러시아다.

 겨울 궁전광장. 1905년 피의 일요일의 현장
겨울 궁전광장. 1905년 피의 일요일의 현장 ⓒ 김동규

덧붙이는 글 |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러시아기행에 참가했습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감을 담은 3번째 여행이야기입니다.
영등포역 1번출구 카페봄봄에서는 러시아기행 사진전이 진행중입니다.



#러시아기행#러시아혁명#핀란드역#피의 일요일#레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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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1번출구 초역세권 노동자마을카페 <카페봄봄>과 마포구 성산동 <동네,정미소>에서 주로 서식중입니다. 사회혁신 해봄 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경제민주화네트워크에서 변화를 꿈꾸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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