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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 ⓒ 정만진

한국화가 따로 없다. 경북 김천 부항댐에 가면 물속에서 자란 소나무가 더 이상 경이로울 수 없는 한 폭의 한국화를 보여준다. 널리 알려진 청송 주산지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풍경이다. 아마도 이 사진을 공개하면 사진작가들로 부항댐이 인산인해를 이룰지도 모른다.

이 풍경은 부항댐 둑에서 왼쪽으로 타고 들어가 20분 정도 걸으면 볼 수 있다. 도보 여행자들을 위해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걷기도 아주 좋은 길이다. "신기하다!"를 연발하면서 소나무를 감상하다 보면 왼쪽으로 골짜기 속에 수몰민들이 옮겨가 살고 있는 마을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그곳 사람들도 아마 이 소나무와 같은 모습일 것 같다는 느낌이 일어난다.

 부항댐 아래서 쳐다본 풍경
부항댐 아래서 쳐다본 풍경 ⓒ 정만진

위의 사진은 부항댐 아래에 주차한 뒤 도보여행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풍경이다. 이 말은 댐 둘레를 일주하려면 왼쪽부터 걷기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호수 둘레의 절반가량인 왼쪽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지만, 나머지 오른쪽 절반은 그냥 시멘트 포장도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왼쪽부터 걸어야 한다.

 부항댐 둑에서 내려다본 풍경
부항댐 둑에서 내려다본 풍경 ⓒ 정만진

댐 둑에 올라 아래로 내려다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비 그친 직후에는 안개가 자욱한 먼 산도 보기 드문 절경을 자랑한다. 근경은 넓고 원경은 좁아 말 그대로 그림의 구도를 보여준다.

이제 천천히 걸으며 호수의 풍경을 완상한다. 산과 골의 지형을 고스란히 살려 조성된 호수이기 때문에 걷는 길이 고불고불하여 지겨울 틈이 없다. 곳곳에 산자락이 곶처럼 튀어나와 반쯤 물에 잠겼는데, 나무들이 단풍으로 물들어 저절로 사진기를 치켜들게 한다.
 부항댐 풍경
부항댐 풍경 ⓒ 정만진

 부항댐 풍경
부항댐 풍경 ⓒ 정만진

 부항댐 풍경
부항댐 풍경 ⓒ 정만진

데크가 끝날 즈음에는 기이한 나무 한 그루가 도보여행자들을 기다린다. '춤추는 나무'라는 별명으로 이름높은 팽나무 고목 한 그루다. 사실 이 고목은 이미 죽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신발을 신게 하고 장갑까지 끼게 하였다. 어찌 물과 바람이 매서운 골짜기 속에서 홀로 추위에 떨게 할 것인가!

 '춤추는 나무'라는 별명을 얻었던 팽나무 고목에 사람들이 신발을 신겨주고 장갑을 끼워 주었다.
'춤추는 나무'라는 별명을 얻었던 팽나무 고목에 사람들이 신발을 신겨주고 장갑을 끼워 주었다. ⓒ 정만진

부항댐 골짜기 중 한 곳에는 물에 잠긴 채 자라고 있는 소나무만큼이나 기이한 문화재가 있다. 등록문화재 405호인 부항지서 망루가 바로 그것이다. 못 둘레길에서 볼 수 없고 무주로 넘어가는 지방도로를 따라 골짜기 안으로 한참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부항지서 망루. 맨 위에 경찰관이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올라가보면 인형이 총을 들고 서 있다.
부항지서 망루. 맨 위에 경찰관이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올라가보면 인형이 총을 들고 서 있다. ⓒ 정만진
망루와 부항지서, 지하 통로로 연결

이 망루는 2013년에 재건되었다. 처음 지어진 때는 1949년 5월로, 망루 앞 안내판의 해설에 따르면 "1948년 12월부터 부항면 일대에 공비들이 출물해 지서를 습격하고 마을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자 면민들이 부항지서를 빨치산에 대항하는 지휘소로서 진지를 구축하기로 결의하고 지역 유지들로부터 찬조금을 받아 건립했다"고 전했다.

안내판은 6·25전쟁 중 '인천상륙작전으로 도주로가 차단된 북한군들이 백두대간에서 활동하던 빨치산과 합류해 천여 명 규모의 <불꽃사단>을 조직해 아군 군경과 치멸한 교전을 벌였'는데 '당시 부항면민들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별동대를 창설해 2차에 걸친 북한군의 부항지서 공격을 물리치고 삼도봉 일대에 은신하고 있는 다수의 북한군을 생포하는 전과'를 올렸다고도 소개하고 있다.

망루에서 지서까지는 당시에 있었던 지하 연결 땅굴도 복원되어 있다. 망루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체험도 특별한 재미를 준다. 아래에서 쳐다볼 때에는 실제 경찰관이 서 있는가 싶었는데, 막상 올라가보면 인형인 점도 흥미롭다.

부항댐은 한 바퀴 돌면 대략 10km를 걷게 된다. 빨치산이 은거했다는 삼도봉까지 다녀오면 20km 거리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시원한 호수의 풍광이 낯과 눈에 저절로 담겨오는 길이다. 뿐만 아니라 부항지서 망루도 곁들여서 볼 수 있다. 걷기를 망설이지 않는 주변의 지인이라면 권해도 결코 핀잔 들을 일은 없을 좋은 길이다. 특히 가을빛이 완연해질 11월 초라면 더욱 적격이리라.


# 부항댐#부항지서망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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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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