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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예배가 끝나고 교회를 나선 시간은 오후 12시 반. 서울의 하늘은 높고 푸르다. 마치 손가락으로 찌르면 파란 물이 금세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맑은 날씨다. 서울의 가을 하늘이 이렇게 푸르고 맑을 수 있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세운초록띠공원에 벼가 익어가고 있다.
 세운초록띠공원에 벼가 익어가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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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거리 걸으며 가을 만끽

아내와 함께 김밥과 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운 후 혼자서 서울의 초가을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교회에서 조금 내려오면 길 건너 명동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중구 수표로. 얼마 전 이곳에도 하늘은 찌르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섰다.

고층 건물 앞에는 자작나무 이십여 그루가 잔뜩 죽은 모습으로 서 있다. 생기가 하나도 없다. 여름 내 이런 모습이었다. 공기가 맑은 곳에 자라야 할 나무가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 왔으니 그럴 만도 하리라. 몸은 아직도 서로 묶여 있다.

종로 쪽으로 발길을 돌려보기로 했다. 길옆에 버스 정류소가 하나 있다. 먹다 버린 빈 깡통이 고층 건물 앞에 나란히 놓여 있다. 흉하다. 누군가 서울 풍경을 망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로는 휴지 조각 하나 없이 깨끗하다. 기분이 좋다. 지난 4일 세계불꽃축제를 보러 갔다가 축제가 끝나고 떠난 자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우리 수준이 겨우 요것 밖인가' 하고 화가 났다. 이게 정말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인가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 

 얌체같은 행동이 아닙니까?
 얌체같은 행동이 아닙니까?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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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이 있는 행동인지 물어 보고 싶다.
 양심이 있는 행동인지 물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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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은 어떨까, 보나 마나 더럽겠지' 의심을 하고 종로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샅샅이 살펴봐도 이상할 정도로 깨끗하다. 이전 같으면 골목마다 쌓여 있을 쓰레기며 담배꽁초, 휴지 조각은 온데간데 없다. 골목길을 몇 군데 더 다녀봤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옥에 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종로 3가 가로수에 병든 은행나무 몇 그루가 눈에 보인다. 도심이니 그럴 만도 하리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탑골 공원 등 관광지가 산재해 있는 곳이니 사소한 문제도 잘 살펴서 정리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운상가 자리에 세운 초록띠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도심 한복판에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시골 동네에 온 기분이다.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허수아비도 정답다. 그러나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는 수채구멍 속엔 담배 꽁초로 가득하다. 좋았던 기분을 망쳤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종묘 공원은 어떨까.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폈으나 이곳 역시 깨끗하다. 보수 공사를 위해 쳐 놓은 가림막 때문일까. 술주정, 고성, 더러운 화장실이 떠올랐지만 기우였다. 노인들은 여유롭게 장기,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노인들이 머무는 자리는 너무 깨끗하다.
 노인들이 머무는 자리는 너무 깨끗하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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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많이 찾는다는 인사동은 어떨까.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인사동은 외국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들은 신기한 물건이 있으면 구경하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부채에 그림을 그려 가져간다. 떡메 치는 곳에서는 한참 동안 신기한 듯 바라본다.   

인사동 입구에 마련된 무대에서 풍물패들이 신나게 연주한다. 구경하던 외국인들의 어깨도 들썩인다. 흥겨운 모습이다. 이어 한 가수가 대중가요를 부르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외국 내외 분이 거리에서 춤판을 벌인다. 인사동 거리는 그들로 덕분에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람들이 보건말건 신나게 춤을 추며 가을을 즐기고 있다.
 사람들이 보건말건 신나게 춤을 추며 가을을 즐기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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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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