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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부평구가 2016년 반환 예정인 부평미군기지(산곡동 292-1번지 일원, 아래 캠프 마켓) 활용방안을 논의할 민·관 협의회를 구성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에 따라 반환공여구역 44만㎡와 주변지역 7130㎡에 대한 발전종합계획 등을 수립했다. 이 도시 관리계획에 따라 캠프 마켓 부지는 공원(71%), 도로(10%), 공공청사(7%), 문화·체육시설(12%)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평택미군기지 조성이 지연되면서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2008년까지 이전하기로 했던 캠프 마켓의 이전 시점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는 데 있다. 매입비용도 문제이다. 반환공여구역 내 국유지를 인천시가 매입해 도로나 공원 등으로 조성할 경우 국비로 67%가 보전된다. 그러나 인천시의 재정난으로 인해 매입 시점이 불투명하다.

게다가 오염된 토양 정화작업과 문화재 발굴조사 등으로 반환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조기반환 등을 요구해온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평구는 최근 '캠프 마켓 활용 민·관 협의회'를 구성했다.

구는 캠프 마켓 반환과 활용이 시 주관으로 추진됨에 따라, 이 민·관 협의회를 통해 구와 구민의 의견을 모아 시가 운영하는 '부평미군부대 시민참여협의회'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민·관 협의회는 앞으로 부지 활용방안에 관한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캠프 마켓 내 기존 시설 존치 여부와 활용 방안 협의 등을 할 계획이다.

 부평미군기지 전경 일부. (<시사인천> 자료사진)
부평미군기지 전경 일부. (<시사인천> 자료사진) ⓒ 시사인천

협의회에 새정치민주연합 정치인만... 새누리당·정의당 등 배제

하지만 역할 수행에 앞서, 민·관 협의회 위원 구성을 놓고 말이 많다. <시사인천>이 입수한 민·관 협의회 위원 명단에는 그동안 캠프 마켓 이전 또는 반환 운동을 전개해온 곽경전 '부평미군부대 공원화추진협의회' 집행위원장과 홍춘호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 사무처장, 김일회 '인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부평1동 천주교회 신부) 등이 포함됐다.

또한 국회 보좌관도 포함됐다. 이경호 보좌관은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실 소속이며 신봉훈 보좌관은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실에서 일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그동안 미군기지와 관련한 활동이 없다시피 한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대표, 박흥석 지속가능포럼 사무국장, 조복현 부평구비전기획단장이 위원에 위촉됐다.

박옥진 대표의 거주지는 서울이고, 부평구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하기 전까지 주로 서울에서 활동했다. 박흥석 사무국장은 홍미영 부평구청장의 사위로 몇 개월 전까지 홍 구청장 수행비서로 일했다. 조복현 단장은 서울에 살면서 서울에서 환경운동을 하다가 지난 8월 비전기획단장으로 임명됐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를 제외하고 사실상 홍 구청장의 측근으로만 구성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재병 전 시의원이 포함된 반면에, 6·4 지방선거에서 이 전 시의원을 이기고 당선된 유제홍 새누리당 시의원은 배제됐다. 유 시의원은 '부평미군부대 시민참여협의회' 위원으로 위촉돼있다. 유 시의원이 시와 구의 주요한 소통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부평구는 민·관 협의회에서 배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시의원은 <시사인천>과 한 인터뷰에서 "전형적인 조직 만들기로, 미군기지 활용방안을 찾기 위한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사적 조직을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캠프 마켓 주변지역을 지역구로 둔 나나 신은호·장형근 시의원은 참여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캠프 마켓 주변지역을 지역구로 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유용균·나상길 구의원은 위원으로 위촉된 반면, 새누리당 소속인  최용복·박창재 구의원 등은 배제됐다.

취재 결과, 부평구는 캠프 마켓 주변 지역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과 구의원들에게 민·관 협의회 참여 의사를 애초에 타진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혔다. 이소헌 정의당 구의원도 "민·관 협의회 구성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의회가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천한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관 조사단에서 주요하게 활동했던 전문 단체들도 빠져...

부평구는 이번 민·관 협의회 구성에 앞서 지난 2011년 시민단체 관계자·공무원·전문가 등으로 '캠프 마켓 주변지역 환경오염조사를 위한 부평구 민·관 공동조사단(아래 민·관 조사단)'을 구성해 운영했다. 민·관 조사단은 최근까지 캠프 마켓 주변지역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이어왔다. 환경오염조사뿐 아니라, 캠프 마켓과 관련해 다양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등 전문성을 높여 왔다.

그러나 민·관 조사단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온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과 이광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에서 제외된 것도 논란거리다. 환경오염조사 방법 등을 놓고 부평구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에 이번 민·관 협의회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두 단체는 주한미군기지 오염 문제 해결과 반환 운동을 주도적으로 벌여온 단체이다. 특히 장정구·이광호 사무처장은 '부평미군부대 시민참여협의회' 위원이라 시와 구를 매개할 수 있는 위치의 인물이었다.

이와 관련, 장정구 사무처장은 "민·관 협의회 구성을 보면, 정당인과 공무원이 대부분이다"며 "전문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민·관 협의회가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를 중심에 가지고 가야하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장 사무처장이 지적했듯이 민·관 협의회 위원 22명 중 정당인과 공무원은 각각 8명을 차지했다.

지난 16일 열린 1차 민·관 협의회 회의에서 위원장 선출과 주민설문조사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부평구는 이날 민·관 협의회 위원장을 선출하려했다. 이재병 전 시의원이 위원장 후보로 추천됐지만, 일부 위원이 다음에 선출하자고 제안해 선출이 연기됐다. 또한 부평구가 오는 20일부터 실시하려고 계획한 주민설문조사 사업도 유보됐다.

이와 관련해 한 민간위원은 "현재는 캠프 마켓에 대한 이해와 공부, 주민 의견 청취가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세미나나 토론회 등이 필요한데, 부평구가 사업에 조급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민·관 협의회 구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미군기지 활용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민·관 협의회라 나름 전문가를 선정해 구성했다"고 주장한 뒤, "구의원들과 시의원들은 부평구의회 등의 추천을 받았고, 특정 정당을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홍 구청장의 사위나 비전문가가 포함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나름 그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민관협의회#인천연대#인천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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