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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마온천 물에는 철분이 많이 들어있어서 땅 위로 나오면 금빛을 띠고 약간 짠 맛이 납니다.
  아리마온천 물에는 철분이 많이 들어있어서 땅 위로 나오면 금빛을 띠고 약간 짠 맛이 납니다. ⓒ 박현국

지난 14일 오전 고베시 북구에 있는 아리마온천을 찾았습니다. 비록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오봉 휴가'라고 해서 8월 15일 전후 일주일 정도 일을 하지 않고 쉬는 직장이 많습니다.

원래 오봉 명절은 8월 15일 전후 선조들의 무덤을 찾아서 성묘하는 날입니다. 오봉은 큰 접시 또는 쟁반이라는 말입니다. 원래 선조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 큰 접시, 쟁반, 오봉에 제물을 담아서 올리기 때문에 오봉이라는 말이 명절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봉은 원래 음력 7월 15일이었으나 양력 달력을 사용하면서 양력 8월 15일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 불교에서 들어온 우란분경(盂蘭盆經)에서 오봉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불교의 우란분(盂蘭盆)은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뒤집는다는 말로 괴로움에서 선조들을 구원한다는 뜻으로 행하는 불교행사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우란분이 중국에 들어와 도교 사상과 결합하여 우란분경이 생겼다고 합니다.

오봉은 쟁반, 큰 접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쟁반에 음식을 담아서 올리는 습관은 제사 때 죽은 선조 앞에 올리는 제물뿐만 아니라 인도 스님들이 탁발을 할 때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 오봉 명절은 죽은 선조들을 위해서 의식을 거행합니다.

   아리마온천 거리는 비가 내리는데도 비교적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리마온천 거리는 비가 내리는데도 비교적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 박현국

돌아가신 선조들의 영혼을 집으로 맞이하기 위해서 집 문 앞에 불을 켜 두기도 합니다. 선조들의 영혼을 맞이하여 먹거리로 잘 대접하고, 산 사람들과 즐겁게 놀면서 시작된 춤이 봉오도리 춤입니다. 그리고 16일에는 오쿠리비(送り火)라고 하여 불, 법, 묘 등 한자와 도리이 모양, 배 모양을 불로 밝혀서 죽은 선조들의 영혼을 저 세상으로 보냅니다.

죽은 선조들의 영혼이 특정한 날 남아있는 후손들에게 찾아오는 것은 오래 전 배화교(조로아스터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로 지옥문이 열리고 큰 달이 뜨는 정월과 음력 7월에 죽은 선조들의 영혼이 자손들을 찾아온다고 합니다.

일본의 오봉 명절은 죽은 조상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과 다른 면이 있습니다. 아마도 중국이나 불교 영향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일본에 들어온 다른 문화나 토착 신앙이 결합된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일본 사람들 역시 오봉 명절의 원래 뜻을 되새기기 보다는 오봉 휴가 기간 동안 온천이나 관광지, 유명 식당에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먼저 자신의 조상 무덤에 성묘를 다녀왔을 것입니다. 평소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던 무덤 주위에도 오봉 기간에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교토에서 오봉 명절 16일 불을 밝히는 오쿠리비 가운데 하나입니다.
  교토에서 오봉 명절 16일 불을 밝히는 오쿠리비 가운데 하나입니다. ⓒ 박현국

* 참고문헌 : 야마오리 데츠오 지음, 조재국 옮김, 근대 일본인의 종교의식,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1995.
* 아리마온천 가는 법 : JR오사카역이나 아시야역 앞에서 아리마온천행 버스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봉 명절#아리마온천#우란분(盂蘭盆)#오봉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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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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