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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시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세월호 가족들의 진실을 향한 염원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오는 14일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간절함을 담아 호소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전 세계 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표하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농성장에서 31일째 단식농성 중인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평화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리의 약자를 보살피는 교황께서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교황님과 세계 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생명보다 귀한 딸을 잃은 애비가 딸이 죽은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한 달째 단식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병권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위원장도 "대통령과 정부 및 국회 모두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참사 120일이 넘도록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교황님의 방한으로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는 가톨릭의 가치가 제대로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고 박성호 학생의 어머니 정혜숙씨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진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달라는 우리의 요구에 정부와 국회는 '전례가 없어 안 된다'라고만 한다"며 "억울한 저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영오씨가 쓴 '교황님과 세계 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 전문이다.

 8월 13일 현재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31일째, 세월호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8월 13일 현재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31일째, 세월호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 이희훈

"사랑하는 유민이는 나를 꼭 안고 곁에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뒤에서 안고 아빠, 아빠를 부르고 잘 때 팔 베개 해주던 딸, 가난한 아빠가 용돈 줘야한다는 부담을 느낄까봐 수학여행 간다고 알리지도 않은 딸입니다. 그러나 저는 당연히 구조되어야 하는데 아무 구조를 하지 않았고 유민이가 뒤집힌 뱃속에 갇혀 죽어가는 걸 제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왜 내 딸이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독립된 조사위원회에 강력한 조사권한인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이 있어서인지 정부, 여당은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유가족을 음해, 방해했습니다. 우리의 간절함,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딸의 죽음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지 못하면 사는 게 의미 없습니다. 죽을 각오를 했습니다. 우리의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지 않겠습니다.

평화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리의 약자를 보살피는 교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생명보다 귀한 딸을 잃은 애비가 딸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한 달째 단식중입니다. 한 달을 굶어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유민이가 내 가슴 속에서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저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입니다. 관심 가져주고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그래서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그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주십시오."


#교황#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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