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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 화폐의 거래에 마음이 담길 수 있다. 굳이 돈을 더 주고도 '착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착한 소비화폐의 거래에 마음이 담길 수 있다. 굳이 돈을 더 주고도 '착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 픽사베이

"100개가 팔릴 때마다 1개를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기부합니다."

이러한 말이 쓰인 제품들을 모두 한 번쯤은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방식인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 즉 착한 마케팅이다. 구매자의 소비나 이벤트 참여를 통해 기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코즈 마케팅은, '이익 창출'이라는 일차원적 목표에서 벗어나 사회에 참여하고 공익에 기여하는 현대 기업 운영 분위기를 보여준다.

기존 시장 원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착한 마케팅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생산, 소비, 분배라는 활동을 시작함으로써, '경제학'은 그 탄생을 세상에 알렸다. 무한한 욕망에 비해 한정되어 있는 자원들의 적절한 배분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되는 경제학은 그 안에서의 집안싸움으로 매우 유명한데, 특히 대표 격인 두 학파의 이름은 경제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나는 '고전학파'이며 또 하나는 '케인즈 학파'이다. 두 학파 사이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논쟁과 토론은 단번에 정리될 수 없는 방대한 양이다.

하지만 둘의 정체성 차이는 하나의 질문으로 충분히 보일 수 있다. '시장은 완벽한가?' 고전학파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따라서 고전학파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한다.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결국 균형 상태로 돌아오는데 굳이 참견할 필요가 없으니까. 반면 케인즈 학파는 그 반대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겼을 때 생기는 비합리성에 주목한다. 즉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가 산업화되고 모든 것이 급변하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다양한 사회 문제들, 특히 빈부 격차를 케인즈 학파는 국가가 복지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국가가 모든 국민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해 시장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답을 낼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이는 모든 사회과학을 관통하는 딜레마인 자유와 평등의 상충 관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히 이러한 의문이 들지는 않는가? 국가가 아닌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실천 할 수 있는 대책은 없는 건가 하는 의문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비록 작지만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그 방안이 바로 코즈 마케팅이다.

코즈 마케팅의 다양한 예시

코즈 마케팅의 시초는 1984년 미국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의 한 이벤트로, 그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하지만 코즈 마케팅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소비자의 충성도와 구매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으로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매우 주목받고 있다.

좋은 성공 사례로는 1켤레가 팔릴 때마다 1켤레를 기부하는 파격적 마케팅을 펼쳐 4년간 무려 100만 켤레의 신발을 팔아치운 미국의 신발회사 '탐스슈즈'가 있다. P&G의 기저귀 브랜드 팸퍼스가 실시한 '원 팩, 원 백신' 캠페인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팸퍼스를 하나 구매할 때마다 개발도상국에 파상풍 백신 하나씩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이 홍보를 통해 팸퍼스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약 1억명의 아기를 도왔다. 매출 부분은 어떻냐고? 물론 증가했다.

국내 기업의 참여 역시 활발한데, 대표적인 예로는 CJ푸드빌 빕스의 '러브스테이크 캠페인'이나 커피&번 프랜차이즈 로티보이의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 CJ제일제당의 '미네워터' 등이 있다. 정부 역시 코즈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특히 2011년부터 '행복나눔N캠페인'을 실시하면서 기업의 참여를 직접적으로 독려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캠페인 참여 기업이 선택한 제품에 N마크를 붙이고 이에 대한 수익금 일부를 기업이 기부하는 형식의 캠페인으로 현재 6개 후원사를 비롯해 약 66개의 기업이 참여 중이다.

코즈 마케팅의 다양한 활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론 비교적 가격이 낮은 생필품 이지만,이마저 구매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청소년의 경우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코즈 마케팅을 주목하면 된다. 네이버에서 진행하는 '해피빈' 서비스는 현금을 사용할 필요 없이 네이버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모을 수 있는 사이버 콩을 기부함으로써 돈이 모금되어 필요한 곳에 쓰이는 형식으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 사이트를 통한 코즈 마케팅 역시 활발한데, 이 역시 참여하는 데 현금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SK C&C가 진행한 'Happy Funding' 캠페인은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캠페인 지지 댓글을 달거나, 트위터 리트윗을 하면 1회당 1000원의 기부금을 적립한 후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밖에도 LG전자, 홈플러스, 도미노피자 등 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업들이 온라인을 통한 코즈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다.

굳이 돈 더 내고 착한 소비하겠다는 사람들

사실 한편에서는 빈부격차 완화와 건강한 사회 분위기 형성에 기여하고 싶다면 이런 번거로운 방법 대신 정기적 기부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 역시 제기되었다. 하지만 코즈 마케팅은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에 모두 접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구호단체를 통한 단순 기부와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공익 마케팅 전문회사 '콘(cone)'사가 2010년 발표한 '2010 코즈 에볼루션 스터디(cause evolution study)'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8%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공익적인 성격이 포함돼 있다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1993년도의 조사 결과 66%에 비해 33%가 올라간 수치이다. 또한 소비자의 85%는 착한 마케팅을 지원하는 회사나 제품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설문 결과는 곧 코즈 마케팅의 확대가 소비자의 '착한 제품' 구매 빈도를 높이고, 이는 다시 코즈 마케팅의 확대로 이어져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는 분위기 형성에 기여할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와 자유주의가 불러온 공익의 훼손이라는 문제의 완화가 가능한 것이다.

콘사의 보고서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내용은 응답자의 19%가 공익적 활동을 하는 기업의 제품이 좀 비싸더라도 살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는 부분이다. 앞에서 언급한 경제학의 두 학파, '고전학파'와 '케인즈 학파'의 이론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이러한 소비 성향은 설명될 수 없다. 두 학파 모두 인간은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윤은 최대화하는 합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전제하에 모든 주장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돈을 더 내면서까지 공익에 기여하는 일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는 이러한 응답은, 기존 경제학이 갖는 현실 상황과의 괴리감을 지적하며 인간의 불안정성과 비합리성에 초점을 두고 새로 등장한 '행동 경제학'이 탐구되어야할 이유를 보여준다.

왜 뜬금없이 다시 경제학 이야기로 돌아갔느냐고? 그것은 코즈 마케팅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근본적 이유가 바로 '빈부격차 완화'이기 때문이다. 고전학파는 인간의 이기적 행동이 결국은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고 말하며, 케인즈 학파는 그렇지 않기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하며 논쟁해왔지만 결국 모든 주장을 뒤엎는 코즈 마케팅의 사례가 등장했듯 세상에 불변의 진리는 없다.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의심과 탐구 그리고 더 나은 해결책을 향한 열망이다.

따라서 모두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코즈 마케팅 역시 분명 한계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불안정성을 유념하되, 실천을 게을리 하지는 말자.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코즈 마케팅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많다. 한명 한명이 마트에서 살짝만 방향을 틀어 코즈 마케팅 제품을 선택할 때, 잠깐의 시간을 들여 SNS 캠페인에 참여할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된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적절한 복지 정책 수립이 함께한다면, 언젠가는 코즈 마케팅을 뛰어넘는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그렇게 믿어보고 싶다.


#코즈 마케팅#착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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