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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늘로 세월호 참사 60일째를 맞은 가운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강행, 밀양 송전탑 농성장 강제철거 등으로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6·4지방선거 이후 촛불 집회 참가 규모가 줄었지만 정부의 잇딴 무리수에 촛불 정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민들의 박근혜 퇴진 요구가 격해지고 있어서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아래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상규명 시민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주최측 추산 3000여 명(경찰 추산 12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시민들은 '골든타임 뭐했나', '실종자를 찾아내라', '박근혜도 조사하라', '박근혜 퇴진, 가자 청와대로' 등의 피켓을 들었다.

"국가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자"

 1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시민대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 가자 청와대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시민대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 가자 청와대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강민수

시민대회에서 시민들은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을 성토했다. 무대에서 사람들이 발언하는 도중에도 "박근혜는 살인자", "청와대로 가자"는 목소리가 광장에 울리기도 했다.

먼저 무대에 오른 안철환씨는 "세월호 사고는 참사가 아닌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안씨는 "세월호 학살을 저지르고도 이 정부가 멀쩡하다면 정부는 그보다 더 한 짓을 할 수 있다"며 "검찰이 세월호 선장을 살인죄로 구속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선장, 박근혜 대통령을 살인죄로 구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회가 세월호 사고 진상 조사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며 "청와대로 진격해 국가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최근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동수 노동전선 경기집행위원장은 "문 후보자는 일본 아베 총리의 후임이지 대한민국 총리 후임이 아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척결해야 한다던 적폐가 바로 문창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친일파 지배세력이 70년 동안 대한민국의 노동자, 서민을 억압했다"며 "문창극 같은 철저한 주구가 입을 놀리고 펜대를 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친박'으로 불리는 인사들을 입각한 박근혜 정부를 향해 "유신 잔당을 회전문 인사로 기용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다.

농성장 철거된 밀양 주민도 "국민들이 일어나야"

 밀양 상동면 주민인 김영자씨는 "국민들이 일어나야 한다"며 "여러분, 이 정권의 맞서서 싸울 수 있는 것은 국민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된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 반대 농성장을 지켜왔다.
밀양 상동면 주민인 김영자씨는 "국민들이 일어나야 한다"며 "여러분, 이 정권의 맞서서 싸울 수 있는 것은 국민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된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 반대 농성장을 지켜왔다. ⓒ 강민수

이날 대회에서는 밀양 상동면 주민인 김영자씨도 무대에 올랐다. 김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김씨는 지난 11일, 경찰의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장 행정대집행을 규탄했다. 그는 철거를 앞두고 당시 청와대 누리집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밀양 주민, 청와대 게시판에 글 올려 "우리도 이 나라 국민")

"여러분, 세월호 대참사 보셨지 않습니까. 일본에서 쓰지도 못한 배를 온갖 규제를 풀어줘서 띄우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0명 넘는 꽃다운 어린 학생을 수장시켰습니다."

김씨는 "저희들에게 국가가 있었냐"며 "국가가 있어서 저희 생명과 재산을 보호했다면 이렇게 짓밟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국민들이 일어나야 한다"며 "여러분, 이 정권에 맞서서 싸울 수 있는 것은 국민밖에 없다"고 김씨가 외치자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로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밀양을 기억하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주는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며 "이 정권에 맞서서 끝까지 투쟁해 바꿔내자"고 말했다.

"엄마 아빠된 도리로 말한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세월호 추모 시민대회가 끝난 뒤 횃불시민연대 소속 회원들과 일반 시민 40여 명은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경찰에 가로 막혔다.
세월호 추모 시민대회가 끝난 뒤 횃불시민연대 소속 회원들과 일반 시민 40여 명은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경찰에 가로 막혔다. ⓒ 강민수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시민대회가 끝난 뒤 횃불시민연대 소속 회원들과 일반 시민 40여 명이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경찰벽에 가로 막혔다. 횃불시민연대 회원 김철한씨는 "엄마, 아빠된 도리로 말한다"며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향을 돌려 모전교 방면으로 이동했지만 다시 경찰에 막혔다. 이에 동아일보 사옥 사이 50m 거리를 오가며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 50여 명도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이날 오후3시부터 국민대책회의 회원들과 함께 서울역, 청량리역, 용산역 등 서울 시내 10곳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천만인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이날 하루 3만 명의 시민이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단원고 학생인 한아무개군의 아버지는 "지금도 팽목항에서 실종된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빠른 구조를 한 마음으로 기원하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종자 12명의 이름을 함께 호명하자고 제안했다. 한명씩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무대 위의 가족들과 아스팔트 위의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침몰사고#국민대책회의#문창극#밀양 송전탑#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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