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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마저 말라버린 엄마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딸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며 평소에 그렇게 좋아했던 과자를 하나 까서 놓고 갑니다.
 눈물마저 말라버린 엄마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딸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며 평소에 그렇게 좋아했던 과자를 하나 까서 놓고 갑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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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타에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한 줄 소중하게 써내려간 편지와 아들에게 꼭 맞을 축구화까지,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이 반듯하게 놓여있습니다.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타에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한 줄 소중하게 써내려간 편지와 아들에게 꼭 맞을 축구화까지,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이 반듯하게 놓여있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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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57일째인 지난 11일, 진도 팽목항으로 가는 길. 가로수 가지에 낡은 노란 리본이 빠지지 않고 매달려 있습니다. 발 디딜 틈 없이 몰렸던 취재진도, 자원봉사자도 하나둘 빠져나간 팽목항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합니다. 

모두가 죄인이 되어버린 이곳에선 고개가 자꾸만 땅으로 내려갑니다. 덩달아 한숨만 나옵니다. 한 유가족이 아이를 위해 도넛과 케이크를 떼어 내 바다에 던집니다. 목말라 할까 봐 평소에는 못 먹게 말리던 콜라도 뿌려줬습니다.

무심한 바다는 케이크와 도넛에 벌레가 끼도록 주인을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바람으로 오라'는 글귀가 담긴 풍경소리만 이따금 적막을 깨웁니다.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낡은 리본에 사연도 제각각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그리며 애절한 사연이 가득한 낡은 리본이 바닷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그리며 애절한 사연이 가득한 낡은 리본이 바닷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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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그리며 애절한 사연이 가득한 리본 사이로 주인 잃은 신발만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그리며 애절한 사연이 가득한 리본 사이로 주인 잃은 신발만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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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만 엄마에게 돌아오라.
ㅇㅇ아 고맙다 엄마에게 와 주어서 사랑한다.
엄마 난 엄마 아들이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내가 잠수부가 아니어서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해요 대신에 열심히 기도할게요.

한 줄씩 소중한 사연을 읽어가는데,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눈물마저 말라버린 줄 알았던 엄마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던 빼빼로 하나를 놓고 돌아섭니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낍니다.

어둑어둑해진 항구에는 경찰과 소방관만이 항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틈 속으로 파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버려진 쓰레기를 줍습니다. 드문드문 찾는 사람들도 발소리를 죽여가며 리본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지고 쓰다듬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난 다음 날부터 나흘에 한 번씩 찾고 있다는 자원봉사자는 "유가족들이 얼마 전까지 정신이 나간 사람들처럼 때론 화가 잔뜩 나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더니 요즘은 유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사람들에서 잊혀지는 것"이라며 "아직도 그 분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밤의 적막을 깨우듯 스님의 목탁소리와 불경 소리가 바닷바람을 가릅니다. 무심한 바다는 파도소리로 적막함을 깨웁니다. 오늘도 팽목항은 잠들지 못하고 가로 등불을 밝힙니다.

 그만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라고 늦은 밤 스님은 간절한 기도와 목탁소리만 밤바다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만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라고 늦은 밤 스님은 간절한 기도와 목탁소리만 밤바다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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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영혼을 위로하는 글귀가 소중하게 붙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영혼을 위로하는 글귀가 소중하게 붙어 있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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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무심하게 해경은 빈손으로 돌아오나 봅니다.
 오늘도 무심하게 해경은 빈손으로 돌아오나 봅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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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진도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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