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저의 아버지 입장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 기자 말아침부터 며느리가 분주하게 외출 준비를 시킨다.
며느리가 아내를 목욕 시켜주는 것은 좋지만, 아무리 늙었어도 날 목욕 시켜주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마누라가 목욕을 시켜주면 온수와 냉수를 맞추지 못해서 애를 먹는다. 며느리는 목욕물 온도를 잘 맞춘다.
이놈들이 오늘은 어디를 가려는가?
점심 시간이 다 되었는데 식당에 가서 맛난 것을 사주려나?
왕갈비탕을 잘하는 집이 있단다. 지난 번, 손주 생일에 소갈비를 제법 잘 먹었더니만 막내가 깜짝 놀라며 물었지.
"누가 노인분들 이가 없어서 고기를 못드신다고 하셔요? 우리 아버지 보세요. 나보다 더 잘 드시는데."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지.
'그려 이놈들아, 나도 고기 잘 먹을 수 있어.'왕갈비탕을 다 비우고 미용실에 갔다. 아내가 먼저 머리를 깎고, 나도 깎는데 뒤통수가 간지럽다. 이발하는 거 처음 보나? 아내가 계속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미용실 사장이 젊어서 시샘하나?
오랜만에 목욕, 왕갈비탕, 이발.
한 세기 가깝게 살다보니 하루에 이 정도 했으면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 것이다. 이 정도로 행복이 가득했던 적이 언제였나 돌아보니 어릴 적이었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더니, 이런 뜻도 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