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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을 맞아 거리 곳곳에서는 피켓과 차량을 이용한 대대적인 후보자들의 유세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5월 30일 오후, 삼일째 아스팔트의 열기와 태양의 뜨거움을 묵묵히 감수하며 '김승환후보님 해고된 비정규직 스포츠강사입니다. 배고파서 못살겠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진보교육감 후보인 김승환 후보가 교육감으로 재직할 당시 해고 된 학교비정규직 스포츠강사 A씨이다. 그는 무엇을 외치고 싶어 이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인가? 다음은 30일 저녁 A씨와 나눈 인터뷰이다.

 전북 김승환교육감후보 선거캠프 앞 1인 시위
전북 김승환교육감후보 선거캠프 앞 1인 시위 ⓒ 전북교육신문

- 날씨가 덥네요. 힘들진 않으세요?
"많이 덥네요. 태양도 뜨겁지만 아스팔트 열기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오늘도 나오기까지가 쉽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면 영원히 비정규직을 일회용 취급하는 세상에서 살 것 같아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 초등스포츠강사는 전국적으로 교육부 대응투자비율이 줄면서 예산이 삭감되어 어쩔 수 없이 감원 된 것이 아닌가요?
"저도 처음엔 1차적인 원인이 예산부족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원인이 아니란 것을 알았죠. 우선 전국적인 예산삭감에도 대다수의 시도들은 자연발생되는 감원율만 적용하거나 작년과 동일하게 유지했습니다. 특히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이끄는 강원, 경기, 전남은 현행유지를 할 뿐 아니라 강원도는 교육부가 권고한 11개월 계약을 1개월 연장해서 12개월로 계약했습니다. 전남은 무기계약전환을 약속했다고 들었고요.

그러나 전북은 지난해 도교육청에서 투자하던 38억의 예산마저도 7억으로 삭감해서 사실상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한 김 후보는 310명의 스포츠강사를 대량해고함에 있어 '예산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했을 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어요. 김 후보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우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는 있어요. 115명이던 스포츠 강사를 본인이 임기 중에 310명으로 증원했기 때문이죠. 결국 책임도 못 질 거면서 대량증원해놓고 문제가 생기니 나몰라라 하는 것은 책임회피라 해야 하나요 무능력이라 해야 하나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 것에는 어떠한 외압에도 꿈쩍도 안하고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그에게서 볼 수 없는 일이기에 이것이 예산문제의 이유만은 아니란게 느껴졌죠. 정말 예산문제라면 교육현장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은 교사들이나 교육관계자들이라면 공감하시리라..."

- 매년 학교장, 교사, 부모, 학생들로부터 95%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던 초등스포츠강사를 전북만 유독 유지할 의지가 없다고 한 게 의문이 드네요.
"김 후보는 학교비정규직에 대해 해소해야 하는 나쁜일자리로 표현했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난해 부교육감이 우리를 두고 '무기계약전환이 요구되는 스포츠강사는 예산절감 저해요인'이라 했다고도 들었고요. 또한 도의회에서 우리와 상담사의 대량해고에 대해 묻자 '지난 정부 때 학교폭력대책으로 전문상담사, 스포츠강사 등 소위 비정규직으로 처방하였음. 사실상 정규교사를 배정해야 한다고 봄'이라고 답했어요.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강사에대해 선입견을 갖고있는 거죠.

무엇보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와 같은 비정규직에 대해 이중적이고 전문성도 자존감도 없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폄훼발언이 문제가 되자 발빠르게 삭제 했더라고요. 이번 일로 비정규직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아니고 김 후보와 같은 사람들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도록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계약만료이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라는 김 후보의 신년기자회견의 발언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초등스포츠강사가는 2008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올해까지 7년째예요. 지난해까지 6년을 동일 임금으로 10개월 계약, 2개월 실업상태를 반복했어요. 예전엔 모집공고에도 계약만료 후 평가에 의해 재고용 된다는 조항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이렇게 우리는 신규채용이 아닌 근무태도와 점수에 따라 다시 재고용되기를 6년째 반복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사전 통보나 이해의 과정도 없이 언론을 통해 우리의 대량해고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겠어요? 이것은 비정규직을 일회용 취급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우리도 비정규직 이전에 사람이고 감정이 있고 또한 지킬 가족이 있는데 김 후보에게 우리는 계약관계에 놓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거예요. 법도 우리와 같이 계속 계약이 이어져온 경우 '갱신기대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도교육청은 작년 6월쯤 이미 우리를 '무기계약전환대상에서 제외'했기에 대량해고사태는 미리 알고 있었죠. 그러나 우리가 생계대책을 세울 시간도 주지않았어요. 이것은 계약끝나면 물러나라는 식의 김 후보의 생각과 너무나 일치해요. 당시 이런 차가운 가슴을 가진 사람이 교육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소름끼치고 두려웠어요.

- 김승환 후보는 '해고'라는 용어가 맞지않고 '계약해지'또는 '계약만료'가 바른 용어라고 하던데?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일이 있어요. 그때 상담을 해주신 분이 비정규직의 해고는 '계약해지'또는 '시업완료'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어요. 이것이 맞다면 저는 분명 해고 당한것이고 이를 김 후보가 모르진 않을 것이라 봅니다."

- 김 후보가 선거공약으로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내세웠는데 보셨나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또 속겠구나 싶었어요. 우린 김 후보가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직접 겪은 사람이기에 그것이 그저 선심성 공약으로만 보여요. 왜냐면 대다수의 시도가 무기계약으로 전환한 전문상담사들이 전북에는 116명 모두 집단해고되고 한 명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예산을 쏟아 상담실은 지어놓고 정작 상담사는 없다는 게 어이없죠.

또 저와 같이 해고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스포츠강사가 160명이고 현장에 있는 150명도 도교육청의 계약에 대한 흐지부지한 태도로 3개월 동안 계약서를 2번이나 쓰며 3개월 계약에서 최근 2개월만 연장되었다고 들었어요. 전국적으로 11개월 이상 계약체결이 안된 시도는 전북 밖에 없어요.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스포츠강사들도 고용불안에 매일 힘들어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런 불안감 때문에 잘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는 스포츠강사도 봤어요. 옆에서 보기 정말 애처로웠죠.

대량해고사태로 파혼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 더 낮은일자리로 가는 등 다양한 피해가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공약으로 내건 김후보를 보며 제가 무슨 생각을 했을 것 같으세요? 작년 말 추운 도교육청앞에서 전문상담사들과 시위를 할 때, 아이들에게 다시 돌아가겠다는 의지로 시위를 하면서도 상담관련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공부하던 그들의 얼굴이 아직도 선합니다."

- 체육의 가치는 무엇에 둘 수있나요?
"전인교육이죠. 교과목 중 지, 덕, 체를 모두 익힐 수있는 유일한 과목 이잖아요. 그래서 체육은 그 자체로도 가치로운 겁니다. 문젠 초등 체육 그까짓거 누가 못가르치냐?는 시각입니다. 평생 체육의 기초를 다지고 사회성, 준법정신, 협동심, 인내, 예의, 배려 등 사회인으로서의 중요한 덕목을 배워나가는 게 체육입니다. 아무나 대충 가르쳐선 안 됩니다. 열심히 이론만 파고든 사람이 잠깐의 연수만 받고 가르칠 과목이 아니란 거죠. 기능습득이 전부가 아니니까요.

체육에대한 이론과 실기를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사람, 현장경험을 통해 체육의 가치실현을 하기에 충분한 사람이 가르쳐야합니다. 그것이 교사든 스포츠강사든 아이들에게 좋은교육을 선물할 수 있다면 어른들의 욕심과 자리싸움은 내려놔야겠죠. 분명한 것은 체육은 잠깐 책읽고 공부 좀 했다고 깨우칠 수는 없어요.

- 현재 가장 힘든 것은 무엇입니까?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가장 힘들어요. 다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또한 모두는 아니겠지만 초등스포츠강사를 바라보는 예비교사나 일부의 부정적 시각 즉 '공부해서 정규직하지', '교사자격증이나 따라'는 식의 댓글을 보면 정말 비참하고 분노가 치밀어요. 전북의 경우 310명 중 대략 80%이상이 중등교사 2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 외에도 석·박사 출신들도 다수 있고요.

교사자격증을 갖춘 사람은 매년 쏟아져 나오고 수용은 못하니까 결국 이들이 더 낮은 일자리로 저임금을 받고 초등으로 온 것 아닙니까. 저 또한 전북대를 졸업해 동대학 석사과정을 수료했어요. 중등교사자격증이있는 이들이 초등학교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교육감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게 마땅합니다. 우리는 체육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전문가이며 우리의 수고를 옆에서 본 교사들이라면 아니라곤 못할 것입니다.

김 후보가 전북교육을 이끌던 2011년에 학교폭력증가율이 전국2위, 청소년자살률 1위였고 학교스포츠강사 활용률은 꼴찌였어요. 그리고 2014년 초등스포츠강사, 전문상담사 감소율 전국 1위예요. 이것이 그가 잘못된 선택을 했단것을 알려주죠. 늘여야 될 시기에 감원이라니... 그러나 우리를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이들로 보는 일부 시각이 안타까워요. 이렇게 고생하면서까지 지킬 정도로 처우가 좋은 일은 아니거든요. 이 일은 사명감과 직업의식,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강하게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에요. 여름 땡볕에서 겨울 추위에서 뛰어보지 않고 우리의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또한 체육전공자들이 대학 때 배우는 운동생리학, 체육교육학, 운동학습과 제어, 발육발달, 스포츠심리학, 체육철학, 인체해부학, 체육측정평가, 스포츠사회학 등의 전문적인 이론과정을 비롯한 수많은 실기종목까지 교과과정을 보면 우릴 두고 전문성이 없다느니 노력을 안해 비정규직이 됐다느니란 말을 쉽게 못합니다.

체육전공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전북대에서 좋은 인재를 배출해 놓고 일자리 창출에는 노력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나요. 왜냐면 스포츠강사 대부분이 전북대 출신이지만 교수님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의 제자를 위해 큰소리 내주는 분이 없어요. 좋은 학교라고 자부심 갖고 살았는데... 입학부터 졸업까지, 취업책임진다는 전북대 홍보물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어요."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나요?
"누군가는 말해야 알기 때문에 앞장섰어요. 그러나 정작 전북도민의 눈과 귀가 되어줄 언론사들은 여러 부분에서 우리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김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철저히 외면해 버리더라고요. 허위사실을 보도해 달라는 게 아니라 있는 사실만이라도 정확하게 보도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도민들의 알권리에 대해 침묵하지 않았음 좋겠어요. 그게 언론의 역할이잖아요. 언론탄압이라는 말이 전북에서만큼은 남의 일처럼 여겨져서 언론인의 양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김 후보가 행복한 아이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면 그 아이들의 가정이 행복할 수 있도록 부모들의 일자리를 지켜줘야 합니다. 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교과목인 체육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음좋겠어요. 그것이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주는 겁니다. 부모들이 그러더라고요. 체육든 전날부터 신 나 있다고 그런 아이들과 체육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역할과 전문성에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줬음 합니다."

 작년 11월 말 대량해고에 대해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초등스포츠강사들
작년 11월 말 대량해고에 대해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초등스포츠강사들 ⓒ 김소정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전북 초등스포츠강사 문제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올 초 3개월짜리 계약서의 하단에는 '지방비 추경예산이 확보되면 예산에 맞게 계약기간을 연장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추경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교육청예산으로 7월까지 2개월 연장된 상태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 직종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사회적 무관심과 잘못된 시각 그리고 이들이 홀로 맞설 수밖에 없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대한 경종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5월31일 전북교육신문게재



#김승환#전북교육감#스포츠강사#학교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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