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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사 앞에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500여명이 검찰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오전 경기도 안성에서 한 구원파 신도가 검찰 수사팀에 긴급체포된 데 따른 항의 차원의 집회였다.
25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사 앞에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500여명이 검찰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오전 경기도 안성에서 한 구원파 신도가 검찰 수사팀에 긴급체포된 데 따른 항의 차원의 집회였다. ⓒ 연합뉴스

검찰이 잠적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 일가에 대한 본격적인 검거에 나서면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이 폭로에 나서는 등 신경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25일 새벽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원파 신도 한아무개씨를 체포해 조사했다. 그러자 구원파 신도들은 체포된 신도가 유 전 회장 도피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날 오후 인천지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특히 이들은 "유 전 회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한 비밀장부는 없다"면서 유 전 회장이 주최한 각종 행사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다수의 여야 현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이 기록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세월호 실제 소유주 수사가 구원파 신도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여론전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구원파 측 "유병언 회장이 로비? 이명박·오세훈 등 참석"

구원파 신도 600여 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10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30분경 인천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세간에 떠도는 유 전 회장의 비밀장부 명단과 그 내역을 밝혀 유 전 회장이 정말로 로비를 했는지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신도들은 이날 집회에 '우리가 남이가!',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고, "검찰 총장 사퇴하라", "우리가 갈 곳은 죽음뿐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구원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유 전 회장의 포럼과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의 명단 및 선물 내역을 공개했다.

구원파에 따르면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포럼이나 유 전 회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는 ▲ 찰스 윈저 영국 왕세자 ▲ 앙리 루아레트 루브르 박물관장 ▲ 밀란 크니작 전 프라하국립미술관장 ▲ 이명박 전 대통령 ▲ 오세훈 전 서울시장 ▲ 성 김 주한 미국대사 ▲ 전·현직 기관장 ▲ 다수의 여야 현역 국회의원 ▲ 가수 박진영씨 등이다.

구원파 측은 "이들에게 제공된 선물 내역은 녹차 사탕과 녹차, '아해' 사진 달력, 시집, 초콜릿 등"이라며 "검찰이 행사 초청 인사 및 선물 내역과 관련한 자료를 이미 압수해 갔기 때문에 이 내용을 더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원파 신도들이 유 전 회장 주최 행사의 초청 인사 및 선물 내역을 공개한 것은 구원파와 유 전 회장의 종교적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인사들이 선의에 의해 유 전 회장 주최 행사에 참석했고, 녹차 사탕이나 사진 달력 등을 받은 게 전부인데, 무슨 로비를 했겠느냐는 항변인 셈이다.

또한 구원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검찰이 구원파 총본산인 경기 안성 소재 금수원 입구에 내걸렸던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현수막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600여 명이 배치됐지만, 신도들은 오후 4시10분께 자신 해산했다.

검찰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 현수막 내리라고 안 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유 전 회장에 대한 신고 보상금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장남 대균(44)씨에 대한 보상금도 3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유병언 부자'에 내건 보상금은 총 6억 원에 달한다. 단일사건 보상금으로는 사상 최대 액수다. 유 전 회장은 1390억 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며칠 전까지 전남 순천의 모 휴게소 인근에서 기거했으며 현재는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돼 현재 검경이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구원파 신도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들 4명이 모두 구원파 신도라는 점에서 구원파가 조직적으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형법 151조에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된 이들이) 신도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구원파의 수사 방해 집회가 재개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또 "금수원에 내걸렸던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현수막을 내릴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구원파#세월호 참사#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명박 전 대통령#오세훈 전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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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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