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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 웨스턴 거리에 아담한 커뮤니티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LA에 위치한 나성영락교회 소망부(특수사역부) 학부모들과, 뜻을 같이 하는 봉사자들이 함께 운영하는 기부물품 판매가게, 기빙트리 (Giving Tree). 기부 받은 다양한 물품들(여성복, 남성복, 영·유아복, 스포츠 의류, 구두 및 액세서리 등) 외에도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비누와 주얼리 등을 판매한다.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신영씨는 기빙트리에서 전일제로 근무하며 스토어 운영을 담당한다. 옷을 고르는 이들을 옆에서 도와주고, 손님이 골라놓은 물품들을 정리해 가방에 담아주는 밝은 미소의 그녀에게서 사람들은 그녀가 지닌 지적 장애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장애인들은 직접 가게를 쓸고 닦고, 기부 물품들에 가격표를 달고 보기 좋게 진열하면서 성실히 맡은 역할들을 수행한다. 근처의 성 아그네스 성당에서 로스팅된 질 좋은 브라질산 원두는 신영씨의 손에서 예쁘게 스티커가 붙고, 가격표가 달린다.

사회에서 도움을 받기만 하던 약자의 입장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한 일원으로 이제 장애인들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전일 근무하는 신영, 제이슨 박씨 외에도 APAC (All People Access Community Service)과 같은 장애인 그룹 소속 3팀 정도가 가게에서 1주일에 2시간 정도씩 봉사를 한다.

자주 기빙트리에 와서 물건을 구입한다는 애나 리(59세)씨는 "사실 내 친척 중에 자폐가 있는 아이가 있어서 마음 한 켠에 늘 장애우에 대해 애잔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웃에 이런 뜻 깊고 의미 있는 가게가 생겨서 참 좋다. 앞으로도 이곳을 자주 찾아 기부도 하고, 물건을 구입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기빙트리와 뜻을 함께하는 스물 다섯 명 남짓의 기부자들이 매월 $20-$30불을 정기적으로 가게에 기부한다. 여기에 기부물품들의 판매 수익금을 더해 향후 댄스, 미술, 음악치료 등과 같은 다양한 클래스들을 제공할 계획이다.

성인 장애인들이 실질적인 생계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기술들을 교육함으로써 이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주고 독립적으로 당당히 생활하게끔 하는 것이 기빙트리의 꿈이며 목표이다.

'기부'라는 나눔의 행위를 통해 물품 재순환과 같은 지구 살리기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 중에 장애인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뜻한 나눔 커뮤니티를 지향하며 시작된 기빙트리는, 기부받은 물품들을 사고 파는 행위 외에도 근교 한인교회들을 다니고 있는 장애인 학부형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의지하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누구든 가게에 들러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상담할 이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주중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는 학부모들이 주로 모여 가게를 위해 봉사를 하고,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는 봉사자들이 와서 가게 운영을 돕는다.  매주 수요일에는 '경건의 시간' QT 모임이,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비누 만들기, 토요일에는 뜨개질 수업 등이 열린다.

장애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알록달록 색색의 예쁜 비누와 멋진 주얼리 등을 착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기부물품 매매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커뮤니티 스토어. 혹시 지금 이웃에 이런 곳이 있다면 오늘 한 번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공존하는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나눔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면 말이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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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스토어#기빙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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