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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의 음식을 책임지는 주부의 음식관이 어떤가에 따라 그 가족의 건강이 좌우된다고 확신하는 터라, 음식관련 책들이 보이면 우선 읽어보곤 한다. 뭘 알아야 제대로 해먹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오픈하우스)도 이런 취지로 선택한 책이다. 아니, 출간되기를 은근 기다렸던 책이다.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 책표지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 책표지 ⓒ 오픈하우스
이 책의 바탕은  KBS 2TV-<생방송 오늘>의 한 코너였던 '종부의 손맛'.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수백 년 내력의 건강한 밥상을 만날 수 있다"며 '종부의 손맛'을 추천했는데, 바쁜 일상 때문에 다섯 번밖에 못 봤다.

겨우 다섯 번밖에 못 봤지만, 잠깐 만난 종갓집의 음식이야기는 신선하고 인상 깊었다. 방송을 보기 전, 수백 년 대대로 이어져온 종가를 대표하는 음식이니 거창한 음식들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냉이무침이나 쑥된장국, 묵은지청국장처럼 누구나 쉽게 해먹는 음식들. 이 평범한 음식들에 정성을 기울이는 종부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시청자들이 많았나보다. 머리말에 '종부의 손맛을 따라 집에서 요리해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이렇게 책으로 발간하기에 이르렀다'는 담당 피디의 발간 취지가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문화 류씨 복산 종가의 '청국장꽈리고추찜'
①꼭지를 딴 꽈리고추는 깨끗히 씻은 뒤 간이 잘 배이게 포크나 이쑤시개로 중간 중간 구멍을 낸다. ②꽈리고추에 물기가 약간 남아있을 때 청국장가루를 묻히는데, 비닐봉지에 꽈리고추와 청국장가루를 함께 넣어 흔들어주면 골고루 잘 묻는다. ③찜기에 5분간 찐 뒤 한 김 식힌다. ④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 고춧가루를 섞은 양념장을 만들어 꽈리고추찜 위에 뿌리고 청국장 가루를 살짝 뿌려 마무리한다.

문화 류씨 복산 종가의 '청국장채소샐러드'
①양상추, 치커리, 파프리카 등 다양한 채소들을 깨끗이 씻어 적당한 크기로 썬다. ②사과식초, 올리브유, 소금, 꿀 또는 매실 진액, 그리고 생청국장을 섞어 청국장 소스를 만든다. ②청국장소스를 채소에 적당량 끼얹는다.-<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에서

이제껏 알지 못한 독특한 요리법 소개

책은 계절별로 10종가씩, 40종가의 계절음식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한 종가에 한 가지 음식이 아니라 대부분 2~3가지씩. 그러니까 대략 100여 가지의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나도 자주 해먹는 음식들과 식혜나 팥죽, 강정처럼 명절 등과 같은 특별한 날에 해먹는 음식들이 많다. 그런데 나나 시어머니의 방식과 다른 것들과, 이제까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독특한 방법의 요리법이 많아, '꼭 한번 해보고 입에 맞으면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하는 욕심이 생기게 된다.

이중 내일이라도 당장 해보고 싶은 몇 음식 중 하나는 문화 류씨 북산 종가의 가마솥된장수육. 남편이 수육을 좋아해 더러 해주는데, 이제까지 돼지고기의 잡냄새를 없애고자 소주나 청주를 넣곤 했다.

그런데 문화 류씨 복산 종가의 종부에 의하면 "된장과 매실액을 같이 풀어주면 잡냄새가 제거되고 고기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매실진액은 맛을 돋우는 역할까지 한다"이다. 노폐물 배출에 방해가 된다는 소금 대신 된장으로 간을 조절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끌리는 방법, 꼭 해보고 싶다.

청국장의 영양학
청국장에는 '제니스테인'이라는 항암물질이 풍부해 위암, 유방암 같은 각종 암을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또한 청국장 100g을 기준으로 약 3.3mg의 철분이 함유돼 빈혈지료에도 효과적이며, 발효균이 많은데다 섬유질 함량 역시 높아 변비치료에도 많이 쓰인다.

그리고 청국장에 들어있는 레시틴과 단백질 분해효소는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이는 효과가 있어 뇌졸증 예방에도 좋으며 특히 치매 환자에게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늘려준다고 알려져 있다.-<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에서

문화 휴씨 복산 종가가 가마솥된장수육과 함께 소개하는 청국장꽈리고추찜과 청국장채소샐러드는 정말 탐나는 레시피다. 청국장 가루와 생청국장을 이용한 꾀리고추무침과 청국장채소샐러드는 어떻게든 내 것으로 꼭 만들고 싶은 음식들. 청국장의 장점은 워낙 많이 알려졌지만 백번을 강조해도 모자라단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식품이라 장점을 덧붙였다.

이제까지 꽈리고추에 밀가루를 묻혀 찜기에 찐 후 양념장으로 버무리곤 했다. 그런데 책에 소개된 것처럼 몸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밀가루대신 아무리 많이 먹어도 부족할 청국장 가루를 이용하면 건깅에 훨씬 도움 될 것이고 맛도 구수할 것 같다.

시중에서 소스를 구입해 먹으며 내손으로 괜찮은 소스 함 만들어 보고 싶단 생각을 막연히 해오고 있던 터라 청국장소스도 반갑기만 하다.

전주 이씨 오리종가의 '양파호박죽'
①늙은 호박을 듬성듬성 잘라 햇빛에 말린다. ②말린 호박을 물에 약간 불렸다가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호박과 양파를 같이 볶는다. ③호박과 양파가 어느 정도 익으면 물을 붓고 끓인다. ④호박과 양파가 푹 익으면 부드럽게 으깬다. ⑤으깬 호박과 양파에 물에 불린뒤 익힌 동부(흰콩)와 밤을 넣어 믹서에 간다. 매번 익히기는 번거로우니 한꺼번에 며칠 먹을 양을 익혔다가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조리할 때 적당량을 꺼내 쓴다. ⑥곱게 간 5를 다시 한 번 끓이는데 이때 미리 익혀둔 동부와 찹쌀가루를 넣는다. 동부는 이미 익었으니 찹쌀가루가 익을 정도만 끓이면 된다. 바닥에 눋지 않도록 조금씩 저어준다. ⑦마지막으로 우유를 부어 고소한 맛과 영양을 더한다.

종부의 요리 팁:"양파하고 호박이 의외로 잘 어울려요. 이렇게 볶는 것이 귀찮을 수도 있지만 안 볶으면 호박향이 너무 많이 나는 것 같아서 저는 호박과 양파를 같이 넣고 볶아요. 그러면 고소한 맛이 한층 강해집니다"-<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에서

장흥 고씨 양진제의 간장배추겉절이와 우엉찌개, 해주 오씨 쌍산재의 당몰샘 땅콩국수, 전주 이씨 오리종가의 양파호박죽은 이제까지 들어 본 적도 없는 음식들. 특히 양파호박죽은 호박죽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고혈압이나 노인성 질환 예방에도 좋다니 더욱 끌린다.

안동 권씨 춘우제의 가지불고기와 가지냉국도 해먹어 보고 싶은 음식이다. 어떤 책에서 가지에는 간에 좋은 성분이 많다는 걸 읽은 적이 있어서 남편에게 자주 해먹이고 싶은데, 쪄서 무치거나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볶아먹는 정도뿐, 가지로 할 수 있는 게 고작 한 두 가지다. 외에도  따라해보고 싶은 음식들이 많다.

종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도 특별해

수백 년을 이어온 종가의 특별한 내력들과 종부의 사연들을 읽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재미 중 하나. 문화 류씨 종가 운조루의 낮은 굴뚝에 얽힌 사연, 한무도의 본산인 김해 배씨 한무 종가, 3·1 운동 직후 심산 김창숙을 중심으로 지역 유림들이 모여 파리평화회의에 제출한 독립청원서를 작성한 의성 김씨 만회 고택 등, 수백 년을 이어온 종가와 그 종가를 지켜오고 있는 사연 등을 만날 수 있다.

동의보감에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말이 있다. '약도, 먹는 것도 그 근원은 하나'라는, '음식도 잘 먹으면 약이 된다'는 뜻이다. 몸에 좋지 않으면 대물림되며 수백 년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 오랜 세월 집안의 대표 음식으로 세대와 세대를 이어온 종가의 음식들이 우리 몸에 약이 되리라는 기대는 당연하지 않을까.

각 종가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주소와 연락처를 모두 수록했다. 책을 통해 소개된 종가들은 산세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한 곳들이 대부분. 우리의 전통이 그 어느 곳보다 많이 남아 있는 종가를 찾아 떠나는 특별한 여행도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이윤희)| 오픈하우스 | 2014-04-04 | 15,000원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

이윤희 지음, 오픈하우스(2014)


#양파호박죽#종부의 손맛#청국장채소샐러드#청국장꾀리고추찜#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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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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