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불쌍해서 어떡해" '세월호 침몰사고' 9일째인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희생된 학생의 운구차량이 교내를 마지막으로 돌아본 뒤 나오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불쌍해서 어떡해"'세월호 침몰사고' 9일째인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희생된 학생의 운구차량이 교내를 마지막으로 돌아본 뒤 나오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기적을 바라는 노란리본 '세월호 침몰사고' 9일째인 24일 오전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문에 기적을 바라는 노란리본이 묶여 있는 가운데, 희생된 학생의 운구차량이 교내를 마지막으로 돌아본 뒤 나오고 있다.
기적을 바라는 노란리본'세월호 침몰사고' 9일째인 24일 오전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문에 기적을 바라는 노란리본이 묶여 있는 가운데, 희생된 학생의 운구차량이 교내를 마지막으로 돌아본 뒤 나오고 있다. ⓒ 권우성


"이렇게 어린 나이에 어떻게 보내…."

24일 오전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 B101호.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정아무개양의 어머니는 꺼이꺼이 목 놓아 울었다. 영정 속 정양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양의 어머니는 "웃고 있지만 말고 나한테 와…"라고 흐느꼈다. 교복에 가방을 맨 고인의 친구들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30분 뒤 정양의 발인이 끝나자, B101호에는 또 다른 희생 학생의 영정이 그 자리를 채웠다.

세월호 침몰사고 9일째, 안산의 슬픔은 깊어지고 있다. 19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세월호 선체에 처음으로 진입한 이후 사망자들이 대거 발견되면서, 경기도 안산시 등지에는 학생들의 빈소가 속속 마련되고 있다. 발인식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25명, 이날 14명의 희생 학생이 부모·가족·친구의 배웅 속에 마지막 길을 떠났다. 25일에도 학생 23명의 발인식이 진행된다.

학생과 교사 26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단원고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사고 이후 처음으로 등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트라우마 떠나보내기' 등을 포함해 4교시 수업으로 진행된다. 또 반마다 정신과 전문의와 경기도 Wee센터 전문상담교사들이 배치된다. 

단원고앞 어머니들의 눈물 '세월호 침몰사고' 9일째인 24일 오전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문이 시민들이 놓은 조화와 쪽지로 뒤덮인 가운데, 시민들이 모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단원고앞 어머니들의 눈물'세월호 침몰사고' 9일째인 24일 오전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문이 시민들이 놓은 조화와 쪽지로 뒤덮인 가운데, 시민들이 모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계속되는 발인식] 발인 후 또 다른 학생의 영정이...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은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9시 20분까지 고인이 된 학생 5명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오전 8시 30분 B102호 최아무개양의 영정 앞에는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생크림 케이크가 놓였다. 발인식이 시작되자, 최양의 부모와 가족들은 흐느끼면서 최양에게 고개를 숙였다. 최양의 친구들도 최양을 바라보며 소리 죽여 울었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 부모·가족·친구, 경기도 교육청 직원 50여 명이 함께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B102호에는 김아무개양의 영정이 마련됐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발인식이 끝나면 또 다른 학생들의 빈소가 마련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희생 학생들의 운구차량은 고인이 다녔던 단원고에 들렀다. 오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운구차량 4대가 줄지어 단원고 정문에 들어섰다. 운구차량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돈 뒤, 꽃다발 수십여 개와 시민들이 붙인 수백 장의 노란쪽지 옆을 지나 학교를 빠져나갔다. 등교하는 단원고 학생들은 죽은 학생들의 '마지막 등교'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휴교 상태에 들어갔던 단원고가 24일 오전 수업을 재개했다. 등교에 앞서 학교 정문 왼쪽 추모게시판에 쪽지를 붙이고 있는 학생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휴교 상태에 들어갔던 단원고가 24일 오전 수업을 재개했다. 등교에 앞서 학교 정문 왼쪽 추모게시판에 쪽지를 붙이고 있는 학생들. ⓒ 유성애

[등교하는 학생들] "사고 얘기는 하지 않아요"

"어떻게 마음 편히 공부하겠어요. 친구들과는 아예 연락도 얘기도 잘 못 해요."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50분까지 등교했다. 정문 앞에서는 자원봉사자와 학교·교육청 직원 등이 학생들의 등교를 도왔다. 학생들은 정문 앞에 몰린 30여명의 취재진들에게서 얼굴을 돌린 채, 학교 안으로 말없이 종종걸음을 쳤다. 한 학생은 취재열기에 마음이 상한 듯 "XX, 왜 이렇게 찍어대"라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단원고 3학년 권아무개양은 "미안하고 마음 아파서 친구들끼리 (사고) 얘기는 되도록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양은 정문 왼쪽에 마련된 추모게시판에 포스트잇을 써 붙였다. 권양은 이어 "(후배들한테) 그저 미안하다"며 학교 안으로 사라졌다.   

'안전귀가지도 자원봉사'라 쓰인 노란 조끼를 입은 김아무개씨(60)는 "오늘 새벽 5시부터 발인을 마친 학생들의 운구차량이 왔다 갔다"며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다들 겉만 사람이지 다들 사람이 아닌 상태"라 말했다. "(희생자) 부모들에 비하면 나는 슬퍼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던 김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날 3학년 학생 505명 중 480명이 등교했다. 나머지 25명은 추모행사 참석 등의 이유로 등교하지 못했다.

김학미 단원고 3학년 부장은 "많은 선생님들이 등교하는 아이들을 안아주면서 맞이했다, 학생들은 침통해했지만 친구들을 만나 위로를 나눌 수 있었고, 전문상담 선생님들을 통해 안정되고 있다"면서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성숙한 태도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밝혔다.

한편 백성현 경기도교육청 지원국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발인식이 진행되는 현장에서는 노제가 실시되고, 교실에서는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서 "28일부터는 1학년 학생도 등교하는 등 단원고가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전 10시 30분 현재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1만8660명에 달한다. 공식 합동분향소는 오는 29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될 예정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단운고 등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