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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는 내용의 시 <껍데기는 가라>(신동엽)가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추모의 벽'에 새겨졌다.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신포동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을 열면서 '추모의 벽' 제막식을 함께 열었다.

남원 출신인 김주열(1944~1960) 열사는 옛 마산상고(지금의 용마고)에 합격했다가 3․15의거 때 희생되었다. 1960년 3월 15일 자유당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 3․15의거 시위 도중 행방불명되었던 김주열 열사가 27일만인 그 해 4월 11일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끔찍한 모습으로 마산 앞바다에서 떠올랐던 것이다.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 안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과 김주열열사 추모식"을 열면서 '추모의 벽' 제막식을 열었다.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 안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과 김주열열사 추모식"을 열면서 '추모의 벽' 제막식을 열었다. ⓒ 윤성효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 안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과 김주열열사 추모식"을 열었다. 이날 제막식을 가진 '추모의 벽'에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 안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과 김주열열사 추모식"을 열었다. 이날 제막식을 가진 '추모의 벽'에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 윤성효

마산사람들은 이날을 '4․11민주항쟁'이라 부른다. 그 불길이 전국으로 번져 4․19혁명으로 이어졌던 것. 경남도는 김두관 전 지사 재직 때인 2011년 9월 22일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를 '경남도 문화재 기념물 제 277호'로 지정했다.

김주열 열사기념사업회는 이번에 이곳에 '추모의벽'을 조성했다. 중앙에 김주열 열사가 손을 흔들며 최루탄을 잡고 있는 캐릭터를 새겨 놓았고, 그 아래에 노래 "남원땅에 잠들었네"(차경철 작사, 한복남 작곡)의 악보를 붙여 놓았다.

옆으로 김주열 열사의 약력에다 3․15의거와 4․19혁명 당시 희생되었던 민주영령 186위의 영정을 새겨 놓았다. 그리고 시가 두 편 새겨져 있는데, 신동엽 시인의 시와 함께 이동재 시인의 <김주열, 그는 역사의 눈이다>가 있다.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시신인양지 입구에 벽화를 그려 놓았다. 바깥면에는 1960년 3․15 당시의 상황을 형상화했고, 안쪽에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데모할 일도 없고 폭력도 없는 세상, 동서화합과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열사와 우리 모두의 꿈을 벽화로 형상화 해놓았다.

"불의한 시대와 맞서 싸우는 우리"

이날 기념식에는 김주열 열사의 모교인 남원 금지중과 마산 용마고 후배들도 함께 했다. 문화두레 '어처구니'가 길놀이를 했으며, 가수 박영운씨가 "일어나라"를 불렀다.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백남해 회장(마산)은 "54년전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역사를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게 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솟구쳐 올랐고, 그의 오른쪽 눈에 박혀 썩어 들어가는 최루탄은 부정선거와 부패한 권력의 폭력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최루탄 박힌 눈을 번쩍 뜨고, 우리 피를 거꾸로 흐르도록 깨우치는 열사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신을 죽인 것은 부정선거의 유탄이었고, 오늘 이 정권은 다시 당신의 오른쪽 눈에 끊임없이 부정선거의 최루탄을 쏘아대고 있다"며 "불의한 시대와 맞서 싸우는 우리의 어깨에 당신 어깨를 걸어 달라"고 덧붙였다.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 안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과 김주열열사 추모식"을 열면서 '추모의 벽' 제막식을 열었다.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 안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과 김주열열사 추모식"을 열면서 '추모의 벽' 제막식을 열었다. ⓒ 윤성효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 안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과 김주열열사 추모식"을 열었다. 사진은 풍물패 '어처구니'가 길놀이를 하는 모습.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 안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과 김주열열사 추모식"을 열었다. 사진은 풍물패 '어처구니'가 길놀이를 하는 모습. ⓒ 윤성효

강경식 남원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은 "김주열 열사는 비록 몸은 산화했지만 교육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면에서 개인과 집단의 이기심을 버리고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의 정도를 걸어가라고 우리를 가르치며 훈계하고 있다"며 "그러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김주열 열사의 기념식에 바치는 우리의 진정한 헌사는 올바른 민주사회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다짐과 약속"이라고 말했다.

김명운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의장은 추모사를 통해 "2012년 말 대통령선거 시기에 국정원을 비롯한 국방부의 사이버사령부 등 정부의 핵심기관이 총동원된 불법적인 선거개입에 대한 조사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며 "만일 이 사건이 관계자들의 양심선언과 정황증거를 추적하여 명명백백하게 확인된다고 하면 현 박근혜정권은 집권이 정당성을 상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중의 역사의식이 미흡하다고, 민주주의 세력의 현실인식이 너무 안이했다고 탄식만하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목표는 민중의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그리고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역사적 교훈을 민중 모두가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열 열사와 마산상고 입학동기인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은 "54년이 지나는 동안 세상도 참 많이도 변했고 그의 처참한 모습이 독재권력에게 교훈이 되지 못한지도 오래 됐다"며 "부정․불의한 권력도 이제는 착한 얼굴로 뉴스를 장식하고, 하루 세끼 밥 챙겨 먹기도 힘든 국민들은 착하게 보이는 권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휘두르는 무자비한 폭력을 알지도 못한다"고 탄식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새정치민주연합 허성무 창원시장 예비후보, 새누리당 이기우 창원시장 예비후보,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 김두성 금지중학교 교장, 고승하 전 경남민예총 회장, 정성기 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 우무석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고문 등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 참석자들은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아래 시 전문) 앞에 서서 시를 읽으며 의미를 되새겼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 안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과 김주열열사 추모식"을 열었다.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문화재구역 안에서 "4.11민주항쟁 54주년 기념식과 김주열열사 추모식"을 열었다. ⓒ 윤성효

 4.11민주항쟁 54주년을 맞아 11일 오후 마산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있는 표지석 앞에 학생들이 헌화하고 있다.
4.11민주항쟁 54주년을 맞아 11일 오후 마산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있는 표지석 앞에 학생들이 헌화하고 있다. ⓒ 윤성효



#김주열 열사#4.11민주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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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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