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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이 약진했다.

24일(한국시각) 실시된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집권 사회당(SP)에 앞설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은 1972년 창당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최고의 성적을 앞두고 있다.

이날 프랑스 언론이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당이 이끄는 좌파 연합은 1차 투표에서 4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대중운동연합을 비롯한 우파는 48%를 득표할 것으로 나와 좌파 연합을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당은 안 이달고 파리시장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생테티엔느, 아미앵, 랭스 등의 시장직을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대중운동연합은 파리시장은 놓쳤지만 마르세유, 보르도 등 주요 도시에서 승리가 예상된다.

국민전선 역시 스티브 브리와 사무총장이 프랑스 북부 에낭 보몽에서 시장 당선이 확정됐다. 또한 아비뇽, 베지에 등 적잖은 중소도시에서 선두에 나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불황에 지친 유권자, 기성 정치권에 실망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약진이다. 지난 2008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는 0.9%를 득표하는 데 그쳤던 국민전선은 이번 선거에서 7%를 득표할 것으로 나왔다.

장 마르크 에이로 프랑스 총리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국민전선의 선전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국민전선의 약진은 이미 예고된 사건이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브리뇰의 도의원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좌파 사회당이 우파 대중운동연합(UMP) 후보를 밀어주기까지 했지만 국민전선의 로랑 로페즈가 53.9%를 득표하며 당선되어 프랑스 정계를 놀라게 했다.

자신감을 얻은 국민전선은 이번 지방선거를 약진의 기회로 삼고 강력한 공약을 내걸었다. 르펜 대표는 지난 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에서 국민전선이 승리하는 지역에서는 세속주의가 엄격하게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세를 내리고 종교적 색채가 있는 단체의 예산 지원을 금지하겠다"고 밝혔고, 유럽연합 시민권자의 취업이민을 제한하는 스위스의 반이민법을 지지하며 사실상 이슬람을 겨냥했다.

집권 사회당의 부진도 국민전선의 약진을 부추겼다. 2년 전 대선에서 우파 사르코지를 내치고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를 선택했지만 여전히 프랑스는 어두운 경기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에 그쳤고, 실업자는 매달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지난해 4분기 실업률이 10.2%에 달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정권 중 가장 낮은 20% 안팎까지 떨어졌다.

다급해진 올랑드 대통령이 대선에서 강조했던 복지정책 대신 경제살리기로 전환했지만 여배우와의 스캔들이 언론을 장식하면서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쓸데없는 구설에 휘말리기만 했다.

또한 사르코지가 정권을 잃은 UMP는 지난해 새 대표 선출과정에서 극심한 파벌 경쟁이 벌어졌고,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분열 양상까지 보이자 국민전선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극우정당 약진... 고민 깊어지는 유럽

2011년 아버지 장 마리 르펜으로부터 당권을 넘겨받은 여성 정치인 르펜 대표는 유대인 대학살을 부정하던 아버지와 달리 극우정당의 과격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맞섰다.

우파의 강경한 입장을 고집하면서도 부드럽고 친근한 말투로 유권자에게 접근했고, 극우세력의 득세를 저지해야 한다는 프랑스 사회의 '암묵적 합의'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르펜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국민전선은 2012년 총선에서 펜 대표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르펜과 질베르 콜라르를 앞세워 24년 만에 다시 하원이 입성했고,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르펜은 반이민 정책과 유로화 포기 등을 주장하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회의, 유럽연합과 세계화에 대한 반감을 최대한 자극했고, 경기 불황에 지친 유권자가 반응하며 지방선거 약진을 이끌어냈다.

또한 지난 1월 <르 피가로>가 실시한 5월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를 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전선은 23%의 지지를 얻어 대중운동연합(21%), 사회당(18%)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긴장감을 느낀 올랑드 정권은 유럽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프랑스와 독일 외무장관은 극우정당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국민전선도 '연합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극우정당인 자유당과 손을 잡고 공동 선거유세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의 극우정당이 모인 '자유를 위한 유럽동맹'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는 극우세력이 손꼽아 기다리는 승부처다. 유로존 위기로 긴축정책이 계속되자 유권자의 불만이 높아진 틈을 타 국민전선을 비롯해 영국 독립당, 네덜란드 자유당 등 극우정당의 득세가 예상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20% 이상을 차지한다면 유럽연합의 각종 정책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하나의 유럽'을 외치는 기존 정치권이 극우정당의 도전을 어떻게 막아낼지 주목된다.


#극우정당#극우세력#국민전선#유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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