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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이현세
▲ 책표지 이현세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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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별보다 예쁘고 꽃보다 더 고운 나의 친구야
이 세상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친구야
네 곁에 있으면 사랑은 내 것
네 곁에 있으면 세상도 내 것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정수라 '난 너에게'1986)

정수라가 부른 '난 너에게'(1986)란 노래 가사다. 만화를 몰랐던 내가 만화를 열심히 심취해서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인기 있었던 만화가는 단연 이현세였다. 이 외에도 박봉성, 허영만 등이 있었다. 한참 물올라 있던 만화가들의 인기만화를 흥미롭게 봤다. 그때 본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영화화되어 한 번 도 놀라게 했었다. 두 주인공 까치와 엄지. 이현세의 책을 읽으면서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올렸다.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이현세/토네이도)는 이현세의 만화 인생,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현세란 만화가의 자신만의 독특한 인생을 비롯한 만화의 철학과 사유가 녹아 있는 에세이로 한 사람의 인생스토리가 담겨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취업과 인생의 고민을 상담하러 교수실과 화실로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에게 그는 섣불리 위로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고 썼다. 무책임한 조언도. 오직 한 가지만 묻는단다. "될 거라는 확신이 있는가?" 이 물음에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은 즉시 돌려보낸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이 물음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과는 밤을 새워 머리를 맞댄단다. "나는 확신으로 가득 찬 사람이 실패한 사례는 맹세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못 박는다. 책 제목이 왜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라고 썼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이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생을 좀 더 살아보면, 새파란 청춘일 때는 안 보였던 것들이 조금씩 알게 된다. 수학능력시험에서 최고점을 올려 의대에 진학산 사람이 의사가 되는 게 아니다. 단 한순간도 자신이 의사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은 사람이 최고점을 올려 의대에 진학하고 의사가 된다. 100명 중 한 명을 뽑는 공무원시험에서 합격한 그 한 명은 정말 공무원이 되고싶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만이 1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는다. 물론 타고난 재능으로 유명한 만화가가 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색약'인 사람이 만화가가 되고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나는 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때문이었다."

저자는 만화가를 지망하는 젊은 친구들이 수없이 묻는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리느냐고. 그렇게 물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단다.

"매일 10장의 크로키를 그려라.
1년이면 3,500장이다.
10년이면 3만 5,000장이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사람은 절대 3만5000장을 그리지 못한다'. 1만 장쯤 그려서 평범한 만화가가 되거나 하루에 10장이나 겨우 그리다가 연필을 꺾는다. 확신이 없는 사람은 절대 노력하지 못한다. 확신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열정을 다 소진하는 경우는 없다. 그들에게 밤샘 작업은 글자 그대로 고통일 따름일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반면에 '확신에 찬 사람들에게 밤샘 작업은 최고의 즐거움'이다.

책의 구성은 저자의 성공전략 9가지. '가장 큰 사막이 가장 큰 여행자를 키운다'(1장)부터 '미래의 나를 만나라'(9장)까지 그렇게 구성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재능, 더 많은 노력, 더 많은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포즈를 크로키'했다. '그들이 어떻게 남들보다 더 많은 걸 갖게 되었는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생각과 경험을 동원했다'고 썼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이현세라는 만화가,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어떻게 만화의 세계로 입문해서 어떻게 만화계에 우뚝 서게 되었는지 저자의 삶과 철학 그리고 만화에 얽힌 이야기에 더 마음 끌렸다.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니체)고 했던가. 태어나기도 전에 빨갱이로 운명 지어진 그래서 절망스러웠던 어린시절 이야기. '빨갱이'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가 입조심하면서 살얼음판 밟듯 살았던 불행했던 어린시절과 삼촌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이 진짜 아버지였고 자신이 큰 아버지 집의 양자로 가서 아들로 자란 것을 뒤늦게 알고 방황한 이야기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림을 잘 그렸던 그가 미대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던 중에 '적록색약'이라는 진단서를 받고 미대를 포기하고 절망에 빠진 이야기 등이 실렸다. 그러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듯 빨갱이 낙인도 색약도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닫고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만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 등. 이현세란 작가의 개인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운명은 늘 벽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길을 만들어주었고 그 안에서만큼은 모든 것은 나의 의지로 결정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고 그는 고백한다. 또한 '미대에 가지 못한 것은 색약이라는 타고난 핸디캡 때문이었지만 터부시되었던 만화의 세계로 가겠다는 선택은 나의 자유로운 의지였다.'(33쪽)고 했다.

책은 어느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재능도 중요하지만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뿌듯한 확신, 무엇보다도 자신이 그 일을 하면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 인 것 같다. 타인에게 없는 것. 오직 나에게만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그 길에 들어섰을 때 꼭 되리라는 '확신'이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 확신이 없으면 불안하고 자주 흔들리고 그러다보면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자신의 열정을 100퍼센트 다 쏟지 못한다. 그러면 자연히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없고 하다가 주저앉게 된다.

중국 작가 자핑아오는 <흑백을 추억하다>에서 여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네가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그를 네 발 아래 두고 읽어야 한다. 이건 황당하고 오만한 생각이 아니다. 이렇게 해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래 작가 역시 <황홀한 글감옥>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좋다는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아 내가 쓰고 싶었던 걸 다 써버렸네'하는 그런 생각에 압도당하면 곤란하다고. 그렇게 되면 '당신의 작가적 영혼은 그 작품들에 함몰되어 자기만의 영토를 상실해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 '아, 잘 썼다 그치만 별것 아니네', '나도 딴 방법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당신이 소설을 쓸 수 있으려면 아무리 좋은 작품을 읽었더라도 당신의 독후감은 늘 이래야 합니다. 그것이 객기든 만용이든, 오만이든, 오기든 다 좋습니다. 좋은 작품을 좋다고 인정하면서도 한가닥 곤두서는 자신감, 그것이 당신의 영토이며, 당신이 차지할 수 있는 빈자리입니다. 수백, 수천 편의 좋은 작품을 읽었더라도 그 '빈자리'는 당신의 의식 속에 꼭 확보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섭섭하지만 작가가 되기를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기죽고 가위 눌려서 되는 일이 없으니까요."(<황홀한 글감옥>105쪽)

저자는 맨 먼저 자신이 운명처럼 다가왔던 만화를 어떻게 만났는지 그 길을 확신을 갖고 들어섰고 걷고 있는지를 말하면서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성공한 사람들을 예를 들어 말한다.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라는 말은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갖게 된 오직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한 그의 확신에 찬 지혜의 열매들이다. 주옥같은 내용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란 정말로 어렵다. 만화가는 몽상가적인 기질 즉, 세상의 정해진 틀 밖으로 나오려는 시도를 머릿속으로 계속하면서 지구력까지 갖춰야 한다. 창조적인 감성과 행동하는 이성이 모두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루 종일 공상만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이를 부지런히 손을 놀려 결과로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다. 이렇게 꾸준한 노력으로 인정받고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만화가는 대부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지구력이 몸에 자연스럽게 익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 처음 성공하기는 어렵지만 한번 성공을 해본 사람은 그 성취감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다음, 그 다음 목표를 향해 숙련을 거듭한다."(106쪽)

"몰입 없이 대가가 될 수 있는 분야는 단 하나도 없다."(74쪽)

"초밥집 일류 주방장은 밥을 쥘 때마다 밥알의 개수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풀어서 세어보면 오차가 한두 개밖에 안 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비로소 일류가 된다. 법칙이나 계산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오랜 숙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체득이다."(75쪽)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이현세 지음, 토네이도(2014)


#이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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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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