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스쿨> 2월 강좌 <공격하는 국가, 사냥꾼의 사회> 마지막 5강 강의를 하고 있는 문화학자 엄기호 교수
<오마이스쿨> 2월 강좌 <공격하는 국가, 사냥꾼의 사회> 마지막 5강 강의를 하고 있는 문화학자 엄기호 교수 ⓒ 오마이스쿨

오마이스쿨 2월 인문학 강좌 <엄기호 '공격하는 국가, 사냥꾼의 사회'>가 지난 13일 종강했다. 2월 6일 시작한 이 강좌를 통해 엄기호 교수는 한국사회를 섬세하게 진단했다.

사회와 개인이 어떻게 동시에 붕괴하는지, 국가의 '배제 전략'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또한 그 속에서 개인은 왜 타자의 고통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수강생과 소통했다.

3월 13일 마지막 강의에서 엄 교수는 '말의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말하기에서 말걸기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했으며, 먼저 고통의 문제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한국사회는 스스로 자기의 고통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다. 가령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나 무능력한지 증명해야 한다. 고통이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증명하라고 강요하는 한국 시스템이나 관계는 기초부터 잘못된 것이다. 더욱이 자기 무능력을 증명하는 과정은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모욕이고 수치다.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서 더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엄 교수는 이어 "고통은 스스로 증명하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 혹은 사회가 들을 줄 알아야 한다"면서 "인권활동가, 교사뿐 아니라 우리 사회 시스템이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통을 감지할 줄 아는 사람만이 조언과 충고를 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는 사람이 쓸모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분류에 맞춰 '타자에게 조언과 충고를 주는 방식'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상담'이다. 이 둘은 어떻게 다른 걸까?

"교육은 공적 영역에서 작동하며 보편성을 지향한다. 반면 상담은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례 중심이다. 이를테면 학교에서 왕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 둘은 동시에 작동되어야 한다. 왕따 사건과 얽힌 각 개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담도 필요하고, 그 사건을 공적으로 토론하면서 이 사건이 특별하고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즉 문제를 보편적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교육의 역할도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은 없어지고 모든 사건을 개별적인 것으로 만들어 상담만 하는, 그 개별적 상담마저 돈을 주고 사서 쓰는 시대"라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었다.

 <오마이스쿨> 2월 인문학 강좌 <공격하는 국가, 사냥꾼의 사회> 마지막 강의를 하고 있는 문화학자 엄기호 교수
<오마이스쿨> 2월 인문학 강좌 <공격하는 국가, 사냥꾼의 사회> 마지막 강의를 하고 있는 문화학자 엄기호 교수 ⓒ 오마이스쿨

그렇다면 대안이 남았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엄 교수는 '말하는 주체'에서 '말 거는 주체'로의 전환, 이것을 우리 사회가 모색해 볼만한 방향으로 제시하며 모두 다섯번에 걸친 강의를 마무리했다.

"말하는 주체는 자신의 말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듣는가에만 관심을 가진다. 듣는 사람은 말하는 주체에 의해 도구화될 뿐이다. 우선 우리는 '누구에게 말을 걸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들은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 아직 말이 아니라 소리에 머문 사람들, 다른 말로 하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그들에게 고통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체제를 멈추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서 그들의 얘기를 먼저 들어야 한다. 소리가 말로 들릴 수 있을 때까지 들어줘야 한다. 그게 '말걸기'다. 그 사람이 말할 수 있도록, 즉 누군가의 말이 사회적 존재감이 있는 말이 되도록 경청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말걸기의 주체다."

* 오마이스쿨 2월 인문학 강좌 <엄기호, '공격하는 국가, 사냥꾼의 사회'>는 지난 3월 13일 종강했습니다. 오마이스쿨은 이 강좌를 오는 3월 31일 '온라인 오픈'할 예정입니다. 오픈맞이 이벤트로 강좌를 미리 구매하거나, 기대평을 쓰신 분들께 엄 교수의 따끈따끈한 신간 <단속 사회>(창비)를 선물로 드립니다.

☞ 엄기호 <공격하는 국가, 사냥꾼의 사회> '온라인 오픈'맞이 이벤트 바로가기 


3월 인문학 강좌 하지현 / 4월 인문학 강좌 서민
■ 오마이스쿨 3월 인문학 강좌 <하지현, '청소년 심리학'>, 지난 3월 12일부터 매주 수요일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강 수강신청 가능합니다.

<하지현, '청소년 심리학'> 강좌소개 바로가기 

■ 오마이스쿨 4월 인문학 강좌는 어마무시한 반어법을 구사하는 재치만점 칼럼으로 유명한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가 맡습니다. 주제는 <기생충과 인간사회>, 4월 15일부터 4주간 매주 화요일(4강은 5월 7일 수요일) 열립니다.

☞  <서민, '기생충과 인간사회> 수강신청 하기



#오마이스쿨#인문학#엄기호#단속사회#오프라인 강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