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00억 원대의 대출 사기 사건에 연루된 KT ENS가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2일 강석 KT ENS대표는 "해외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관련한 CP(기업어음) 491억의 보증요청에 응하기 어렵다"며 기업회생절차 신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만기가 도래한 루마니아 태양광사업자 PF의 CP는 1차 책임자인 특수목적법인(SPC)이 상환하지 못하면 KT ENS가 지급하게 돼 있다. 이에 CP 판매 주관사는 KT ENS에 상환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대응할 자금이 부족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KT ENS는 지난달 20일 453억 원의 CP 상환을 요청받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 바 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새로 도래한 CP 상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KT ENS가 갑작스러운 기업회생절차를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열자 대출사기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흘러나왔다.

이에 기자들이 질의응답시간에 이번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꼬리자르기 아니냐고 질문하자 강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주관사를 통해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바로 어제까지도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며 "태양광 사업의 사업성은 충분하지만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이렇게 됐다, 시간이 만약 있었다면 정상화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모회사인 KT에 자금지원 요청 여부에 대해서도 강 회장은 "(KT에) 자금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KT에 요청한 것은 루마니아 태양광 발전 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새로운 주관사를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며 "우리가 한 채무보증은 발전사가 나중에 발전용량 효율이 떨어졌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의 동시 다발 채무 변제 요구가 금년 말까지 1500억 원 정도 된다"며 "그 돈을 KT에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갑작스런 금융권의 투자경색 분위기를 설득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선택해 협력사와 투자자들에게 죄송하다"며 "이번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후, 보전처분이 내려지면 채무와 채권은 유예된다. 이후 한달 내 법원에서 회생절차가 승인되면 법정관리인의 주도로 기업 개선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