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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실각 후 첫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실각 후 첫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 BBC

야권의 반정부 시위에 밀려나 러시아로 도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실각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이라며 "자신들이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권력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어서 빨리 잘못을 깨닫고, 폭력적인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지난 21일 수도 키예프를 떠나 도피했고, 그 사이 의회를 장악한 야권은 곧바로 야누코비치의 사퇴를 결의하고,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임명하며 오는 5월 조기 대선을 치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나는 도망간 것이 아니라 지지 세력을 결집해서 야권에 대응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의회가 채택한 법률에 나는 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으로 채택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내가 법률에 따른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나와 가족의 안전이 즉각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단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것"이라며 "안전이 보장되면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림반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화약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지지하는 러시아는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특히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이지만 러시아계 주민이 60%에 달해 '우크라이나 안의 러시아'로 불리는 크림반도를 지렛대로 삼아 유럽, 미국과 손을 잡으려는 우크라이나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크림 자치공화국 청사와 의회는 이미 러시아계 무장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한때 크림반도의 주요 관문인 세바스토폴 공항과 심페로폴 공항까지 점거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 당국에 의해 제압당했고, 공항 인근으로 물러나 여전히 대치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날에도 우크라이나 서부 접경지역에 전투기를 출격시켜 국경 순찰에 나서면서 긴장을 고조시키자, 미국은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통해 "오해 할만한 행동을 삼가하라"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친러시아계 무장 세력의 행동은 위험하다"며 "러시아 역시 크림반도 개입은 물론 긴장과 오해를 일으킬 행동은 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크림 자치공화국 청사를 장악한 친러 세력은 크림반도의 권한 강화와 확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의하면서 사실상 우크라이나와의 분리를 추진하고 나섰다. 하지만 소련 시절 탄압을 받았던 경험으로 반러 성향이 강한 타타르족도 크림반도 인구의 12%를 차지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크라이나, 제2의 유고슬라비아 될까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친러 무장세력의 크림 자치공화국 청사 장악을 명백한 침략으로 규정했다. 또한 이들이 사실상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과도정부는 서방과 손을 잡아 입지 강화에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15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했고, 러시아 견제에 나선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원조를 검토하고 있다.

다급해진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어떠한 군사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처럼 중요한 동맹 국가의 사태에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적극적인 개입을 에둘러 요청했다.

앞서 러시아 의회는 크림반도 러시아계 주민의 신속한 러시아 여권발급과 국적 획득의 간소화를 검토하고, 크림반도의 합병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압박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권이 만든 과도정부의 힘겨루기가 장기전으로 돌입할 태세를 보이고, 러시아와 서방의 대리전으로 번지면서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냉전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숱한 내전 끝에 6개국으로 조각난 유고슬라비아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빅토르 야누코비치#크림반도#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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